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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33)

하루종일 배 타기

by 이재민

오늘은 부라노 섬과 무라노 섬을 가보려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구름 한 점 없이 날이 좋다

날씨가 마치 초봄 혹은 늦가을 같은 날씨다

따스운 햇살을 맞으며 배 정류장으로 향했다

배를 이용한 교통수단을 바포레토라고 한다

계속 모르다가 이 글을 쓸 때가 되어서야 찾아본다

정류장에서 3일권을 끊었다

이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까지 72시간 동안 맘껏 타고 돌아다니면 된다

가격은

45유로인데 75분짜리가 9.5유로니 5번 이상만 타면 이득이다

일단은 가장 멀리 있는 부라노 섬으로 향해본다

배의 번호는 14번이다

조금 돌아가기는 하는데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노선이라 선택했다

배의 가장 뒤로 가니 밖에서 구경하며 갈 수 있다

해가 바닷물에 반사되어서 다가오니 굉장히 뜨겁다

밀라노에서부터 어제까지 얼굴이 해를 만날 일이 많이 없어서 기강이 해이해졌는데 오늘 기강 좀 잡겠다 싶다

미리 챙겨간 선스틱을 얼굴에 덧발라 주었다

다행히 배가 출발하니 해를 조금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준다

40여분 정도를 달려 부라노 점에 도착을 하였다

부라노 섬은 작은 섬이었는데 굉장히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이쁜 동네여서 산책하기 좋았다

레이스 박물관을 갔다

솔직히 평소에 레이스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다

요즘의 레이스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경우가 많아서 저렴하지만 예전에는 직접 수작업으로 만들었으니 참 귀했겠다 싶다

그림에 많은 귀족들이 레이스를 이용하여 멋을 부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당시 귀족들이 레이스를 얼마나 귀하게 생각했을지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박물관은 작았지만 생각보다는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걸어가는데 분명 아까는 멀쩡해 보였던 시계탑이 기우뚱해 보인다

알고 보니 이 시계탑도 유명한 모양이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있단다

신기하다

무라노 섬으로 가려는데 배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다

정류장 옆쪽을 보니 부라노 섬에서 마젤보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젤보 섬은 포도밭으로 유명한 모양이다

바로 옆이지만 또 다른 느낌의 섬이었다

길이 걷기 좋게 또 아름다웠다

마젤보 섬에서 무라노 섬으로 이동했다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가 유명하단다

가보니 각종 유리 제품을 파는 곳이 많았다

부라노 섬이 워낙 아기자기하고 이뻤어서 그런지 무라노 섬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었다

무라노섬을 먼저 들르고 부라노섬을 들를걸 그랬다

유리 박물관을 들렀지만 아쉽게도 큰 재미는 못 느꼈다

무라노 섬을 뒤로하고 어디를 갈까 숙소를 갈까 하다가 조금만 시간을 버티면 일몰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를 타고 바다구경도 할 겸 일몰시간까지 시간도 보낼 겸 해서 베네치아 본 섬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4.2 노선을 타고 무라노에서부터 산타 루시아 기차역이 있는데 까지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아까 탔던 14번 보다 배가 작았다

이번에도 맨 뒤에서 바깥을 구경하며 배를 탔는데 소음이 엄청났다

글을 쓰는 지금 왼쪽 귀가 먹먹한 느낌이다

그래도 베네치아를 바다에서 구경할 수 있으니 좋았다

매번 섬에서 바닷 쪽을 구경하다가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또 새롭다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해가 점점 내려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기차역 쪽으로 오니 해가 거의 다 넘어갔다

기차역에서 2번 노선으로 갈아타고 리알토로 이동했다

2번이 조금 더 가는 줄 알았는데 리알토 까지만 운행하는 배였다

리알토로 가니 석양이 보인다

이미 많은 분들이 석양을 보기 위해 리알토 다리 위에 계셨다

이곳도 이쁘지만 산마르코 광장을 지나서 있는 바닷가 쪽으로 가면 이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광장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오니 역시나 이쁘다

숙소에 가까운 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지만 방해물들이 적어지고 석양이 점점 진해지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쁘다고 생각되는 자리에서 석양이 더 진해지기를 기다리며 찬찬히 음미를 해보았다

오늘 날이 좋아서 이쁜 석양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밀라노에서 워낙 일주일 내내 흐린 날씨만 봐서 어느새 밝은 날은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기대도 안 한 이쁜 광경을 보니 좋다

숙소 근처 쪽으로 오니 그동안 방치되어 있던 놀이기구들이 작동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작동을 하는 요일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어두워진 하늘에 밝은 놀이기구 조명이 비치니 보기에 좋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않았지만 몇몇의 아이들과 학생들이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꽤나 아름다운 밤을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을 해 먹었다

배를 타고 돌아다니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다

내일도 배를 적극 이용해서 움직여 봐야겠다

2025.1.29

얼굴 기강 좀 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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