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카페에서
오래간만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아닌 중간에 여행기를 쓰는 것 같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하다가 베네치아 유니카 패스를 결제 해놨기에 본전은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떠올렸다
사실 잘 안 찾아보고 그냥 결제를 해버렸는데 베네치아에는 이것 말고도 다양한 선택지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이 패스가 아니었다면 두칼레 궁전과 산 마르코 대성당만 방문하고 다른 데는 안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이미 결제를 해버렸으니 아깝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팔라초 모체니고와 카 페사로 미술관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여기에 카 레초니코를 더 가야 하는데 내일로 미룰 수도 있다
가는 경로를 검색해 보니 걸으면 38분 배를 타면 52분이었다
배를 많이 타려고 72시간 티켓을 끊었는데 굳이 걸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며 시간은 더 걸리지만 배를 탔다
이건 옳은 선택이었다
두 군데의 장소를 다녀온 지금 다리가 꽤나 아프다
편안하게 첫 번째 장소인 팔라초 모체니고에 도착을 했다
모체니고 가문은 베네치아의 저명한 귀족 가문 중 하나란다
총 7명의 총독을 배출했다니 꽤나 잘 나가는 가문이었겠다
1954년에 알 비세 니콜로라는 사람이 시에 기증을 했단다
그래서 지금은 직물 및 의상 연구센터라는 이름으로 박물관을 운영하는 모양이다
나는 굳이 직물과 의상을 엮었는지 의문이긴 하다
그래도 나는 이 박물관이 꽤나 좋았다
왜냐하면 이 당시 귀족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미롭게 여겨졌던 것은 귀족의 모습을 한 마네킹들이었다
이제까지 많은 궁전과 그 안의 가구들을 보았지만 저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귀족들의 모습은 어땠을지 상상만 해왔다
하지만 표정 없는 마네킹들이지만 그들이 입은 옷과 더불어 가구를 사용하는 모습도 있어서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향수 관련된 전시물도 많았는데 이 향을 어디서 가져오는지 지도가 있어서 이 당시 베네치아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보다 좋잖아? 생각하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원래 여행하면서 미술관을 잘 안 간다
왜냐하면 그림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GPT선생님이 계시니 잘 가르침을 받아 볼 생각이다
들어가서 제일 처음 맞이해 주는 작품은 여섯 명의 남성이 있는 동상이었다
실험을 해볼 겸 GPT선생님께 여쭤보니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란다
응? 로댕? 유명한 작가 아니야? 생각이 들었다
꽤나 알아주는 미술관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칼레의 시민은 프랑스에 있는 청동상을 만들기 위한 석고 모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도 내가 들어본 작가의 이름이 나오니 관심을 확 가지게 된다
조금 옆으로 가니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이 나온다
아는 연예인을 만난 느낌이다
확 반가운 마음을 느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사실주의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을 가진 전시실이 나왔다
감옥이나 정신병원을 연상시키는 작품, 공공 보호시설 같은 공간을 표현한 작품들이 보였다
19세기 후반에 사회 개혁과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조명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단다
가장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던 작품은 움베르토 모조 올 리의 화가의 집이라는 작품이었다
보기에는 바느질하는 여성과 그녀의 딸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있는 평화로운 작품이었다
근데 배경을 보니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에 평온한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 작품이란다
배경을 알고 보니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예술은 세상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2층에서 본 초현실주의 작가인 로베르토 마타의 작품들을 보면서 반전의 메시지를 보았다
작가들은 세상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자긍심을 주기도하고 약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변화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겠다 싶다
그러면서 이 예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구나 싶다
책 중에서도 소설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라는 것을 통해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대리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예술이 있기에 인간사도 잘 발전할 수 있었겠다 싶다
3층으로 올라가니 동양 특히 일본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층에서 작품을 보면서 비토리오 체킨의 작품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었다
다양한 영향을 받아 작품활동을 했다는데 그중 동양적 미학을 반영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일본 작품들을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눈에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당시 유럽인들의 눈에는 얼마나 신비롭게 느껴졌을까 싶다
19세기 후반 일본이 개항을 하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물품들이 넘치고 넘치게 있었다
각종 무기부터 갑옷, 그림, 가구 심지어는 큰 가마까지 있었다
얼마나 많이들 좋아했으면 이렇게나 수집품이 많았을까 싶다
그런 거 보면 참 재미있다
서로가 서로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말이다
사실 처음부터 대단한 나라는 없다
어느 나라나 박물관에 가보면 석기시대부터 시작이다
상대방의 것을 배척하기보다는 잘 받아들여서 발전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잘 구경을 한 후 로비로 내려왔다
집중을 해서 그런지 피곤과 출출한 느낌이 공존한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카페를 즐겨보기로 했다
미술관 로비의 카페가 운하도 보이고 아주 이뻤다
이탈리아 와서 티라미수를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이참에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카푸치노와 티라미수를 즐기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열심히 쓰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미술관 문 닫을 시간이란다
원래 가려던 박물관 시간을 찾아보니 이곳도 5시 폐점이다
아무래도 내일 찾아가야겠다
그래도 나름 오늘 알찬 시간이었다
2025.1.30
지식이 쌓인 것만 같은 든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