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터 패스
오늘은 10시 쯤해서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부지런을 떨면서 9시 오픈 시간 맞춰서 나가도 되지만 내 체력과 쌀쌀한 날씨를 감안하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프라하성은 프라하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무조건 오는 필수 코스이기에 성수기 비성수기가 따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지터 패스가 있기에 당당히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트램을 내려서 성까지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힘든 느낌이 든다
그래도 올라가 보니 힘든 보람이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옳다
프라하성으로 들어가니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길을 따라 사람들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니 멋진 성당이 나왔다
성 비투스 대성당이란다
성당을 따라 넓은 광장이 있었다
이 광장에 비지터 패스로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성 비투스 대성당이었다
겉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내부도 아름다웠다
특히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다웠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다울 수 있게 햇볕이 아름답게 비춰 주었다
상당히 넓은 성당이었다
성당만 오면 왜 이리 고개가 아픈지 고개를 들고 구경을 해야 하는 게 힘들다
다음으로 간 곳은 구왕궁이었다
9세기부터 사용한 왕궁이란다
들어가는데 이제까지 봐왔던 왕궁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구조적으로 아름답지만 꾸미지 않은 모습이었다
원래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 꾸미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프라하 성에 한국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한국인 가이드가 많구나 싶었다
귀동냥으로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에서 가톨릭과 개신교도 들간에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일로 30년 전쟁이 벌어졌다니 비극적인 일이다
다음으로는 성 이르지 성당이었다
이곳은 꽤나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들이 많이 지워져 있었다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기도 했다
이곳은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순교한 성 루드밀라의 무덤이 있었다
지나 가는데 이곳에 있던 루드밀라의 해골 사진이 있어서 놀라웠다
다음으로 간 곳은 황금소로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원래 경비병들이 머물던 곳이었는데 나중에 금세공인, 연금술사, 예술가들이 거주했단다
실제로 19세기까지 사람들이 거주했다던데 집들이 많이 아담했다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사람들마다의 다른 취향이 느껴져서 좋았다
위층에는 다양한 무기와 투구 그리고 갑옷들이 있었다
다음으로 가게 된 곳은 달리보르 탑이었다
달리보르 탑은 감옥 겸 고문을 하던 장소였단다
고문을 위한 도구가 여럿 있어서 꽤나 섬뜩한 곳이었다
으스스한 기분을 뒤로하고 로레타 성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게 지피티가 말하던 근위병 교대식인가?
운이 좋게도 시간을 딱 맞춰서 교대식이 진행되었다
창문을 열고 군악대가 연주를 했다
아주 웅장한 음악이었다
꽤나 긴 시간의 교대식이었다
처음에는 군인들이 조금 불쌍했다
군대까지 와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쇼까지 해야 하니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지피티에게 체코는 군대 징병제야? 물어보니 모병제란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고 싶지 않은 군대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직장에서 이러는 거면 조금은 괜찮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보여주기식 근무는 안 서게 했으면 좋겠다
몇몇 나라에서는 아예 부동자세로 있게 하던데 이거야 말로 부조리 아닌가 싶다
그래도 웅장하게 음악을 연주하니 멋있긴 하다
잘 구경하고 가던 길을 마저 갔다
꽤나 멋있는 광장을 지나 로레타 성당이 나왔다
이곳은 꽤나 아담한 성당이었다
아담했지만 꽤나 특색이 있었다
천사들의 모형이 굉장히 많이 있었고 파스텔 톤의 그림이 천장까지 가득가득했다
꽤나 화려하고 요란한 성당이었다
이곳은 정시마다 종으로 연주를 해주는 모양이다
시계탑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종이 치기를 기다렸다
긴 연주는 아니었지만 나름 인상적인 연주였다
위층에도 많은 물품을 전시해 놓았다
그중 어두운 곳에 해골 그림과 관을 가져다 놓은 곳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마치 드라큘라가 관을 열고 나올까 무서웠다
재미나게 구경을 한 후에 구시청을 향해 출발을 했다
이곳은 천문 시계가 유명한 모양이다
가는 길에
어제저녁에 건넜던 카렐교가 나온다
다리의 한쪽 끝을 책임지고 있는 말로스트란스카 다리탑이 보인다
어제 보니 비지터 패스로 올라갈 수 있던데 하고 어느새 올라가고 있었다
계단이 가파르니 금방 숨이 차올랐다
오늘따라 왜 이리 힘들지 하며 정상에 올랐다
올라가 보니 높은 곳은 항상 좋다
다리 쪽 뷰는 별로였지만 프라하 성을 보기에는 여기 만한 곳도 없는 것 같다
짧은 구경을 마친 후 카렐교를 건너갔다
건너가니 카렐교의 한쪽 끝을 책임지고 있는 구시가지 다리탑이 보인다
여기도 비지터 패스로 올라갈 수 있던데 하며 어느새 오르고 있었다
오늘의 나는 왜 이리 오르는가...
정상에 올라가 보니 올라오실 참 잘했다
이곳은 강이 정말 이쁘게 보이는 곳이었다
가까운 거리의 높은 곳이라도 이렇게 뷰가 다르다
좋은 구경을 하고 구시청으로 향하는데 배가 살짝 고프다
뭔가 먹을까 하다가 길거리에 계속 내 눈에 밟히는 간식이 있다
트르들니크라고 하는데 반죽을 나무틀에 감싸서 회전시키며 굽는 빵에 겉에는 설탕과 계피를 묻히고 속에 여러 가지를 곁들여 먹는 간식이었다
나는 딸기와 생크림을 넣어주는 걸 선택했다
역시 딸기와 생크림의 조합은 틀리지 않는다
생크림을 아이스크림처럼 쌓아줘서 먹기 불편했지만 나름 맛있었다
구 시청에 도착을 하니 천문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꽤나 독특하고 이뻐 보였다
이곳에는 전망대가 있었는데 비지터 패스가 있으면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걸어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마치 뭐라도 된 사람 같다
오늘에만 세 번째 높은 곳이다
그래도 높은 곳은 언제나 좋다
프라하 성 반대편의 전경도 꽤나 좋았다
세 번째 전망대를 클리어한 후 나는 유대인 지구로 향했다
이곳에 유대인들이 꽤나 많이 살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치가 이곳을 장악한 이후 이 동네가 텅텅 비었단다
유대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처음으로 간 곳은 Maiselova 회당이었다
이곳은 꽤나 깔끔한 유대인 회당이었다
유대인 회당에 처음 들어와 봤는데 성당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는 Pinkas 회당이었다
이곳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나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이 회당의 벽면에 가득 적어 놨는데 그 빽빽함에 놀라움을 느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구나 싶다
두 개 층의 모든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로 유대인의 묘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묘지란다
비석은 12000여 개 정도 되는데 10만 구의 시체가 묻혀있단다
층층이 고인을 묻는 유대인들의 습성이란다
보면서 이렇게나 오랫동안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겠구나 싶다
미치광이를 지도자로 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다음으로 간 곳은 스페인 회당이었다
이곳은 정말 화려한 곳이었다
다윗의 별을 활용한 디자인이 멋있었는데 단순한 패턴을 활용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이곳이 이렇게 화려한데 예전 솔로몬의 성전은 얼마나 화려했을까 상상해 보게 된다
유대교 지구를 잘 둘러보고 다시 카렐교 근처로 왔다
블타바 강에서 보트를 타기 위함이었다
카렐교 박물관에서 표를 받을 수 있었다
보트를 타는데 음료와 간식 빵을 하나 주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는데 한국어가 있어서 좋았다
이곳 프라하에는 한국분들이 정말 많이 오시는 것 같다
배 안에서도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마침 해가 딱 지려고 할 때여서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 배에서 체코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블타바 강에서 볼 수 있는 명소들의 간략한 설명을 들으며 좋은 경치를 보니 좋았다
어느 한 장소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많은 새와 뉴트리아가 있었다
가죽 때문에 들여온 친구인데 이제는 터줏대감처럼 이곳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그래도 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니 다행이다
보트를 잘 타고 카렐교 박물관을 쓱 훑어보았다
다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이곳의 역사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블타바 강을 보며 걸을 수 있었는데 어제 보았던 야경과 또 다른 느낌의 야경이었다
자꾸 발걸음을 멈추어 서게 만들었다
왜 또 이쁘니 너는?
여하튼 오늘은 많은 곳을 다녀온 것 같다
오늘 다녀온 곳만 해도 비지터 패스의 본전을 뽑은 것 같다
이 패스를 잘 활용해서 본전 이상의 값을 하면 그만큼의 보람도 없는 것 같다
오늘은 보람이 있다
2025.2.11
보람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