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프라하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하루종일 흐리다가 밤에 눈이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낮에는 그치지 않을까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숙소에서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
눈이 오는데 페트린 타워에 올라가는 게 맞나 싶다
구글 댓글을 보니 가는 길에 눈이 있으면 상당히 미끄럽다던데 잘 모르겠다
일단은 눈이 그치지 않을까 하며 출발을 하였다
버스를 타고 근처에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그래도 버스는 높은 지역에서 내려줘서 언덕을 오르지는 않았다
가면 갈수록 눈은 그치지 않고 더 굵어지는 모양새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굉장히 오래된 경기장이 나온다
구글지도의 항공뷰로 보니 꽤나 많은 축구장이 합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축구장인가 했다
알고 보니 스파르타 프라하팀의 연습 구장이었다
안쪽에 실내 연습장을 지어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경기장을 지나 타워로 향하는데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게 되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 고요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고즈넉 하니 눈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좋았다
다행히 언덕길을 오르지 않아서 좋았고 눈이 쌓이지 않아서 좋았다
페트린 타워에 도착을 하였다
비지터 패스로 엘리베이터 탑승까지 할 수 있었다
올라가서 눈이 세차게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날은 흐렸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뷰였다
다음으로 갈 곳은 프라하 동물원이었다
날이 쌀쌀한 데다가 눈까지 오는데 동물원이라 미친 짓인 것 같다
하지만 동물복지를 외치는 유럽의 동물원은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날이 추워서 동물들을 볼 수 있을까도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눈이 그치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일단 가서 판단하자 했다
우산을 쓰면 쓸수록 우산이 파괴되어 간다
오늘만 쓰고 버려야겠다
그래도 나폴리에서 4유로에 사서 꽤나 요긴하게 썼다
동물원을 가는데 생각보다는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대부분 눈이 많이 와도 우산을 쓰는 사람이 없었다
가서 제일 처음 본 동물은 북극곰이었다
추운 날이어도 이 친구는 나와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꽤나 활기찬 모습을 보여 주어서 좋았다
공간을 꽤나 잘 꾸며주었지만 우리가 좁아 보이긴 했다
동물원이 꽤나 넓었다
하지만 어디부터 봐야 할지 잘 몰라서 헤맸다
일단은 앞에 보이는 가족들을 따라 오른쪽 라인 먼저 가기로 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실내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는
하마를 보았다
아프리카에서 꽤나 많이 본 친구이지만 역시 가까이 볼 수 있는 게 최고라고 느껴진다
하마 두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조용했고 한 친구는 계속 활발히 수영을 하고 있었다
유리 하나를 두고 가까이 볼 수 있게 헤엄을 쳐줘서 좋았다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물속의 하마 똥으로 인해 뿌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마를 뒤로 하고 가는 길에 라마들을 보게 되었다
이 친구들은 볼리비아에서 본 것 같은데 추운 데서도 잘 지내지 싶다
다른 거 개의치 않고 먹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 좋았다
다음으로는 기린이 있는 돔에 가게 되었다
이곳에는 얼룩말과 기린을 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항상 얼룩말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너무나도 깨끗한 그들의 얼룩을 보니 참 좋았다
기린들은 대략 7마리쯤 되어 보였는데 이들 사이에 서열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 마리가 난리를 치니 다들 눈치만 볼 뿐이었다
밖에는 꽤나 넓게 장소가 마련되어 있던데 실내는 역시 좁은 느낌이었다
그다음 목적지는 코끼리였는데 가는 길에 원숭이들이 있는 곳과 새들이 있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새들이 있는 곳이 흥미로웠는데 관람자들이 최대한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육사 한 명이 상시 대기하고 있고 사람이 철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유로운 새들이지만 꽤나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코끼리는 밖에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따뜻한 곳에 있는 모습만 보다가 눈이 내리는 곳에 있는 코끼리를 보니 또 새로웠다
날씨가 추울지는 몰라도 넓은 밖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좋았다
그 이외에도 꽤나 많은 동물들을 보았다
아프리카, 아마존 등등의 다양한 동물들을 보고 맹수들이 있는 관으로 가게 되었다
사자는 한 장소에 틀어박혀 있어서 자세히 못 보았고 호랑이 세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계속 반복적으로 같은 길을 왔다리 갔다리 했다
처음에는 활발해서 좋다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스트레스 때문에 저러나 싶기는 하다
유럽이 아무리 동물 복지에 진심이라고는 해도 아직 갈길이 멀구나 싶었다
저번에 봤었던 서커스도 동물 복지로 인해 점점 동물들을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한다
그럼에도 사자가 열몇 마리가 우르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이곳 동물원 부지가 꽤나 넓던데 동물원 규모를 줄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가져갈지 궁금해진다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피티가 알려준 국립박물관이 비지터 패스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었다
허허 지피티에게는 한 번씩 의심을 해야 하는데 어느새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클레멘티눔에 가보기로 했다
48시간에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는데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도서관과 전망대가 인기 있는 모양이다
정보가 많은 한국분들은 무조건 갔을 것 같다
여행에 공부가 부족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보기로 했다
결국 내 우산은 파괴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눈이 좀 그치려나 했더니 계속 내린다
눈을 뚫고 클레멘티눔에 도착을 하였다
하지만 이곳과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내일 아침 9시에 와보렴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플랜 B로 생각했던 곳은 우스너 우르켈 맥주 체험관이었다
이곳은 광고의 목적이 있어서 그런지 디자인과 여러 가지 것들이 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 가이드에 한국어가 있어서 좋았다
체코의 맥주 역사와 맥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배웠다
우스너 우르켈이 왜 특별한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시음도 해볼 수 있었다
거품은 굉장히 부드러웠고 끝맛에 살짝 쓴맛이 있었다
사실 맥주는 시원한 맛으로 먹는 나는 맛있는 건가 잘 판단이 안 서긴 했다
그래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투어를 마치고 코인 두 개와 10% 할인 쿠폰을 주었다
코인 하나로 맥주 한잔을 마실 수 있었다
한잔만 더 마셔볼까 하고 오늘 수업 중에 배운 snyt 방식으로 따른 맥주를 마셔보기로 했다
맥주반 거품반 따르는 방식인데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확실히 거품이 촘촘하고 부드럽고 신선했다
이상하게 취기가 안 오른다
원래 맥주 한잔 마시면 약간은 알딸딸해지는데 거품이 많아서 그런가 잔이 작아서 그런가 싶다
그래서 코인이 하나 남으니까 한잔 더 마셔보기로 했다
흑맥주도 마셔볼 수 있다 그래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흑맥주는 전체적으로 쓴맛이 적고 끝에 단맛이 돌았다
오 이게 내 입에 맛있다
다 마시고 나니 적당이 알딸딸하다
눈인지 비인지 모를 친구는 아직도 떨어지고 있고 날은 쌀쌀하고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 오늘은 일정을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었던 도시 에인트호벤에 갈 거다
유럽에 간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이번 프라하 여행을 통해 왜 이곳이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여행지 인지 알겠다
정말 만족감이 큰 도시였다
유럽 내에서도 독창성이 있는 도시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2025.2.12
내일 새벽에 눈, 비 아무것도 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