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박물관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을 좀 했다
어제저녁에 급 컨디션에 이상이 와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나름대로의 대처를 잘했는지 확 좋아졌다
하지만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기에 오늘도 무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찬바람을 많이 맞지 않을 곳이면서 무료인 곳이 있었다
바로 대영박물관이었다
이렇게 큰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숙소에서 박물관까지 전철을 타고 30분 정도면 갈 수 있었다
영국 지하철은 참 복잡하다
어떤 라인이 지상으로 다니고 지하로 다니는지 헷갈리고 사람들 통행 동선도 왼쪽이었다가 오른쪽이었다가 그런다
그래도 조금 헤매도 있는 게 어디인가 싶다
지하철이 생긴 게 1895년이라는데 이렇게나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출구로 나가려는데 세일러문 라이브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영국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라이브 화해서 공연을 할지 너무 궁금하다
이따가 검색해 봐야겠다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너무 힘들었다
괜히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아니었다
여기는 성당의 첨탑 올라가듯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계단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기 어려운 모양이다
헥헥 거리며 올라왔다
몸에 열도 올랐겠다 날씨도 점점 따뜻해졌겠다
땀이 나오려고 그랬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영상 7도까지 오른단다
모레부터는 비는 오지만 10도 이상으로 오르는 모양이다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다
한 공원을 가로질러 대영 박물관에 도착을 하였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가방과 짐 검사를 하고 있었는데 짐 없는 사람들은 검사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큰 사전 정보 없이 일단 들어는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동선이 정말 어지럽게 되어 있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장점이기는 했지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연어처럼 힘들 때도 있었다
일단은 눈에 보이는 대로 아프리카 쪽부터 가보기로 했다
주로 콩고, 수단, 나이지리나, 탄자니아 쪽 유물들이 많았다
탄자니아나 에티오피아 전시품은 괜히 내가 가본데라고 반가웠다
신기했던 전시물은 수단의 ak-47이라는 총을 나무로 개조한 것이 있었다
이 총도 전시를 하는구나 싶었다
아프리카관을 나와서 조금 들어가니 멋진 공간 나왔다
천장이 굉장히 높고 불투명 유리로 되어있어서 햇빛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이곳에 몇몇 개의 전시물과 많은 사람들이 음료와 간식을 즐기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둥근 원형의 공간이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도서관 같은 곳이 있었다
안쪽의 천장은 돔으로 꽤나 이쁘게 만들어 놓았다
그 옆쪽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었는데 제일 인기 있던 곳은 이집트관이었다
이곳에 많은 무덤과 미라들과 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먼저 몇몇 벽화들을 보았다
꽤나 상태가 좋은 이쁜 친구들이었다
속으로 이렇게 뜯어 왔으니 유적지 벽들이 다 비어있었지 싶었다
유적지라고 찾아갔는데 밍밍한 벽을 보며 얼마나 별로라 생각했었는지 아느냐
이런 영국 놈들 이랬다
이곳 전시관에 오기 전에 예루살렘 근처에서 데려온 해골 친구들을 보았다
속으로 아니 무슨 무덤까지 옮겨왔어 그랬다
그랬더니 이집트관은 죄다 시체들이고 관들이고 그렇다
미라들은 전부 까지지 않은 밀봉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엑스레이 사진을 자랑스레 붙여놓았다
아니 그럼 이 안에 시체가 있단 소리잖아
무슨 재미로 이렇게 무덤들이 파가지고 가져왔을까나 싶다
한편으론 또 놀라운 게 이렇게나 많이 가져왔는데도 이집트에 아직도 그만큼이나 많구나 싶었다
참 대단한 나라다 싶다
잘 보고 나서 로마와 그리스 전시물들을 보는데 살짝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이 나라 유물들도 대단한 건데 싶다
가장 최근에 많이 본 것들이라 그런 모양이다
그러다가 일본관을 찾아갔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19세기에 일본 물품을 본 유럽인들의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다
확실히 일본만의 색이 있다
유럽 와서 놀란 것은 생각보다 일본은 대단한 나라이고 생각보다 멋진 유물들이 많다 싶었다
한국사람이기에 일본 까내리기에 바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어느 나라를 가던 중국어는 없어도 일본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던 것은 너무 부럽다
이제 한국도 점점 대단해지고 있으니 어딜 가든 한국어 가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한 층을 내려가니 한국관이 있었다
상당히 깔끔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한국의 물품은 많지 않았지만 나름 한국을 좋아하는 서양인들이 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국의 전시품은 확실히 일본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약간은 단아하다고 해야 하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한국관을 끝내고 나오니 중국 도자기들이 나왔다
정말 많은 수의 아름다운 도자기들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도자기들이었다
이러니 서양인들이 환장을 하고 수집을 했지 싶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부러워 지려고 했는데 다른 생각이 그 부러움을 막았다
영국과 역사로 엮이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 생각났다
중국과 영국의 역사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생각났다
여기에 물건이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다 생각이 들었다
1층으로 내려와서 중국 전시물과 인도의 전시물들을 보았다
두 나라 다 영국과 깊게 관계를 맺은 나라들 답게 굉장히 많은 전시물들이 있었다
인도는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전시물이 상당히 새롭게 보였다
영상이나 교과서 같은 데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참 새롭다
또 다른 독창성이 묻어 나왔다
나중에는 인도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전시품들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마오쩌뚱의 공산당 홍보 그림과 아큐정전 그림 두 점이었다
중국 동상이나 벽화 그런 거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스타일의 그림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중 아큐정전은 많이 들어는 보았지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았다
이 아큐정전에서 정신 승리라는 표현이 나온 모양이다
당시 중국 사회와 민족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단다
이런 게 이곳에 있다니 중국인들이 보면 싫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조금 더 들어가니 또 다른 이집트관이 나왔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로제타 스톤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엄청 크고 넓은 벽화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걸 어떻게 뜯어서 가져왔지 싶었다
그 옆에는 아시리아 벽화도 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왕족들이 사자를 사냥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소리와 일정 시간마다 사자사냥하는 그림을 애니메이션화 해서 보여주었다
정말 크고 넓은 벽화였는데 이걸 어떻게 가져왔지 그 생각만 들었다
대영박물관을 보고 난 이후에 드는 생각은 부럽긴 하다였다
과거의 영국의 사람들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 온 전리품들을 통해 지금의 영국인들은 무료로 세계여행을 하는구나 싶었다
이집트 룩소르의 유적지를 보며 이것을 본 아이들의 상상력은 다르겠다 생각한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이런 곳에서 다양한 것을 본 친구들의 상상력은 얼마나 발전을 할까 싶었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던데 영국은 선조들이 물려준 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박물관을 나와서 축구팬들의 성지라는 classic football shirts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꽤나 많은 아시아 음식점이 많았다
한국 음식점도 꽤나 많았다
테이크 아웃으로 싸게 파는 것도 만원 이상 생각해야 하니 꽤나 물가가 비싸다 싶었다
길을 가다가 우동집을 보았는데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결국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치킨가츠 우동을 먹었는데 면에 카레를 올리고 치킨가츠를 올려주었다
간도 좋고 아주 맛있었다
맛있게 먹은 후 cfs에 도착을 하였다
이미 많은 축구 팬들이 와서 구경들을 하고 계셨다
꽤나 힙한 공간이었다
가격이 착하면 몇 벌 사서 지인들 선물로 줄까 했는데 가격이 후덜덜했다
저렴한 게 70파운드에서 비싼 게 250파운드 정도 했다
12만 원대에서 45만 원 선이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구경이라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재미난 유니폼들이 많았는데 한국 유니폼에 안정환 선수의 마킹이 되어 있기도 했다
그림의 떡인 유니폼들을 잘 구경하고 나왔다
아시아 음식점들이 많았기에 아시아 마트가 주변에 있지 않을까 하고 검색을 해보니 바로 건너편에 마트가 있었다
주로 중국 식재료가 주였다
그래도 당당히 한국 라면들이 있었다
한국에 비하면 비싸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가장 저렴한 친구인 진라면과 짜파게티를 업어왔다
돌아오는 길은 킹스크로스역에서 갈아타는 루트였다
킹스크로스가 해리포터에 나온 역 아닌가? 하면서 지피티에게 해리포터와 관련된 곳으로 계획 좀 세워줘 했다
하루는 해리포터 관련 런던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런던이 섬나라라
그런지 다른 유럽들과 다른 매력이 많은 것 같다
남은 일정도 재미나게 보내봐야지
2025.2.18
물가만 좀 싸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