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방황기
오늘은 일정이 오후에 교회를 다녀오는 것 밖에는 없다
아마 리버풀에 한인교회가 없었다면 오늘이 이동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예배는 오후 1시에 있었다
내 숙소에서 먼 위치라 버스를 이용해도 50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그래서 1시간 10분 전에 출발을 하였다
생각보다 버스는 딜레이가 있었고 또 빨리 달리지 않았다
여유 있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예배 시간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다
교회를 앞에 두고 살짝 헤맸는데 여기가 목적지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은은하게 들리는 찬양의 소리를 듣고 확신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설교의 제목은 냄새와 향기였다
향기가 나는 기독교인이 되어야 함을 설교하셨다
덕분에 향기, 향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향수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은 조향사가 향기를 잘 조합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향기도 농도가 진하면 똥냄새가 나듯이 적당한 농도로 섞고 다른 향기들과 섞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향기가 나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모두에게 향기로운 사람은 아닐 거란 생각을 한다
설교를 들으며 하나님이 정말 내 삶을 계획하고 인도하신다면 악취가 나는 나도 적절한 때에 향기가 나지 않을까란 소망을 품어본다
지금의 모든 시간이 똥내 나는 진한 향이 희석되는 시간이기를 바라본다
예배가 끝나고 점심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쌀밥과 닭볶음탕, 김치 그리고 묵무침을 먹었다
슴슴하니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다
좋은 대접을 받은 후 교회에서 나왔다
오늘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하늘은 맑고 햇살이 밝게 비추니 정말 봄이구나 싶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는 싫고 정처 없이 걸어 다니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교회 옆에 있는 공원이었다
꽤나 넓은 공원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와서 봄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를 대동한 가족들은 활동적인 모습이었다
몇몇 커플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놓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귀여운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공원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거리에는 꽤나 많은 교회들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유리창이 많이 깨진 곳이었다
그제 투어버스를 타고 가며 시내에서 보았던 성당도 다 깨져 있었는데 가이드가 2차 대전에 공습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속으로 왜 방치를 하는 걸까 생각을 했다
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의도적으로 남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전쟁의 비극과 희생을 기억하는 장치라고 한다
세계가 가면 갈수록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는데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 극단적으로 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더 걸어가니 리버풀 대학으로 들어왔다
표지판을 보니 대학교가 굉장히 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었다
주중에 다니면서 보았던 한 학교에 4-16이라고 써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16-19를 보았다
궁금해서 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우리나라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다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신기하다
조금 더 걸어 저번 시티투어 버스에서 보았던 메트로폴리탄 성당에 도달했다
겉모습이 정말 특이한 성당이었다
정문에서 바라보니 마치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미사 중이어서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그래도 유리문을 통해 내부를 보니 멋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따뜻한 봄이 시작되는 날씨에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일은 다시 런던으로 넘어가는데 비만 안 왔으면 좋겠다
2025.3.9
내일은 또 좋은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