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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76)

패스는 나를 많이 움직이게 해

by 이재민

오늘의 계획은 파리패스를 이용해 돌아다니는 것이다

파리패스 홈페이지에서 추천해 준 대로 오늘은 루브르 박물관과 그 근처의 와인 시음하는 것을 예약해 놓았다

루브르를 예약하는데 10:30이 가장 이른 시간이었다

파리 패스 어플을 통해 그 주변에 가볼 곳을 검색해 보니 향수를 제조해 보는 게 있어서 해보기로 했다

9:20에 예약을 했다

파리의 외각이기에 일찍 출발을 해야 했다

덕분에 파리 시민들의 출근길에 동참하게 되었다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대도시답게 대중교통이 참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향수 박물관에 도착을 해서 체험을 시작했다

세 가지의 향을 맡아볼 수 있었다

첫 번째 향은 약간 오렌지 같으면서도 자몽향이 나기도 하면서 약간은 달콤한 향이었다

두 번째 향은 약간 우드향 같으면서도 약간은 묵직한 느낌이었다

세 번째 향은 알코올 향이 나면서 은은하니 가볍지 않은 향이 났는데 머스크의 향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 세 가지 향을 조합해서 마음에 드는 향을 만들면 된단다

설명을 제대로 안 듣고 마음대로 만들었더니 만들 양을 두배로 만들었다

가져갈 수 있는 양은 조그마한 한 병이었는데 병에 담고도 향수가 남았다

아까운 마음에 향수를 여기저기 발라댔다

수업을 들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오니 향수향이 진동을 한다

그래도 내가 느끼기에 역한 느낌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향기를 품고 루브르로 향했다

루브르에 도착을 하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시간대별로 들어갈 수 있게 구분해 놓았다

여기는 평일이어도 이렇게나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이곳은 굉장히 규모가 엄청난 곳이었다

2층부터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러 작품들이 있었는데 사실 그림들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여행만 3개월 차이기에 비슷비슷한 유형의 그림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곳은 작품의 크기가 엄청난 친구들이 많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동선이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문이 열리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이길 한 가지는 한국어 안내도였다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안내 책자가 있었는데 한국어가 있어서 좋았다

루브르는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대충 둘러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은 마음에 들었다

그중 제일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은 Gabrielle d’Estrées et une de ses sœurs였다

작가는 익명이란다

두 여성이 상반신을 노출하고 있는 그림이다

한 여성이 한 여성의 젖꼭지를 잡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것은 임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국왕 앙리 4세의 애인이었던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녀의 여동생 그림이란다

가브리엘은 앙리 4세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갑자기 사망했단다

왕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사망했기에 독살설도 있는 모양이다

작품이 참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층을 대충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왔다

나는 루브르가 그저 미술관인 줄만 알았는데 왕궁이었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하면서 이곳이 보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되었단다

루이 14세 이전은 왕궁이었기에 궁으로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왕족들이 지내던 곳은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왕궁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곳도 화려하고 이쁜데 베르사유는 어떨까?이다

많은 궁전들이 베르사유를 보고 만들었다는 기록이 많아서 궁금하다

궁전 쪽을 보고 나오니 넓고 아주 긴 홀이 나왔다

확실히 모나리자가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긴 홀 입구부터 모나리자 이쪽에 있다고 표지판이 있다

모나리자가 있는 홀로 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모나리자라는 작품이 멀리 작게 보였다

그 작은 작품을 사진에 담기 위해 사람들은 줌을 당기기 바빴다

작품을 멀리서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뒤를 도니 엄청 큰 작품이 있었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카나의 결혼식이란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란다

예수님과 베네치아의 귀족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단다

앞쪽의 하인이 포도주 병에 물을 따르는 게 인상적이다

이곳을 보고 난 이후에 이집트관으로 향했다

역시나 프랑스 답게 전시물이 엄청 많다

재미있었던 것은 신전 하나를 재구성해놓았는데 이런 걸 볼 때마다 이집트에서 신전이라고 들어갔는데 벽이 너무 밋밋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게 여기에 있었구나

프랑스가 영국이 그렇게 뜯어갔어도 이집트에 그렇게나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는 생각은 놀라움만 준다

정말 크고 무거운 것들을 많이 가져왔다

그래도 룩소르의 신전에 있는 큰 기둥 같은 건 없는 걸 보니 그걸 가져오기는 힘든 모양이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룩소르에 있는 큰 기둥은 보았으면 좋겠다

어린 친구들이 보면 상상력의 크기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루브르에서 많이 걷다 보니 발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여전히 볼 게 많지만 그만 봐야겠다 생각했다

점심으로 파리패스에 포함되어 있는 크로크무슈와 샴페인을 먹기로 했다

식당은 센강을 따라 십여분 걸어가면 되었다

정말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강은 아름다웠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과의 조화가 참 좋았다

식당에 도착하여 주문을 하였다

식사는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다

크로크 무슈는 따뜻하니 위에 올려진 치즈가 아주 고소했다

곁들여진 샐러드와 감자튀김도 좋았다

샴페인이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코올이 들어가니 기분은 좋다

혼자 여행하면 어디 식당 찾기도 귀찮고 괜히 뻘쭘하고 그런데 이렇게 패스로 찾아갈 수 있는 식당이 있으니 좋다

다음으로는 루브르 북쪽에 실제로 왕가에서 사용하던 와인 지하 창고에서 와인 시음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총 세잔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시음을 하며 와인에 대해 설명도 듣고 좋은 시간이었다

지하 창고는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었다

포도 종자마다 나무가 다르고 토양을 다르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향을 맡아서 어떤 향인지 맞추는 체험이었는데 꽤나 어려웠다

이런 훈련을 많이 하면 맛표현도 잘하겠다 생각했다

와인은 화이트와인 한잔과 레드와인 두 잔을 마셨다

나는 첫 번째 와인인 화이트 와인이 제일 좋았다

나는 약간 후레시하고 상콤한 와인이 좋은가보다

레드와인 하나는 너무 알코올향이 강했고 또 하나는 정향 같은 향과 떫은 입에 남는 듯한 느낌이 별로였다

재밌게 즐기고 다음으로는 치즈 테이스팅을 하러 갔다

총 다섯 가지의 치즈를 맛볼 수 있었다

셀 쉬르 세르, 브리 드 모, 콩테, 칸탈, 푸르므 다베르 이렇게 다섯 가지였다

셀 쉬르 세르는 유일한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였다

소프트한 치즈였는데 염소젖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괜히 염소고기 맛이 나는 것 같다

진하고 고소하니 괜찮았다

브리 드 모는 굉장히 부드러운 소젖 치즈였다

지피티에게 물어본 뒤 그것에 따라먹어보니 진짜 버섯향도 나고 암모니아 향도 뒤에 느껴진다

그냥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말이다

사전 정보가 이렇게나 생각울 지배한다는 걸 느낀다

다음은 칸탈이라는 치즈였다

이 치즈는 단단한 소젖 치즈였다

이 친구가 그냥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느껴졌다

약간 짭짤하며 버터 같은 크리미 한 느낌이 좋았다

콩테라는 치즈는 빵이랑 같이 먹으면 제일 맛있는 치즈였다

푸르므 다베르라는 치즈는 겉보기에도 푸른곰팡이가 지배를 했다

역시나 곰팡내라 해야 할까 쿰쿰한 향이 제일 많이 났다

아마 또 다음에 치즈 종류를 보면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겠지만 치즈랑 친해지는 기회였다

어쩌다 보니 와인을 다섯 잔을 마셨다

와인은 처음에 크로크무슈와 먹었던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이 제일 입맛에 맞았다

나는 아무래도 상큼한 쪽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다음 목적지로는 조르주 퐁피두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걸어서 13분이고 버스 타고는 11분인데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나비고 주간권의 뽕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영업시간이 10시까지였기 때문이다

너무 늦게까지는 못 있겠지만 하루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괜찮은 것 같다

조르주 퐁피두의 외관은 굉장히 특이했다

마치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밖에 나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깥쪽에 통창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놔서 안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창이 조금 더러워서 밖의 사진을 찍는데 영향이 있었다 정도일 것 같다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었다

안의 전시관을 다녀오면 석양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맨 위층의 전시관에서는 수잔 발라동이라는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로 나체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선정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이 작가는 기존의 여성상과 예술적 관습을 거부하고, 여성의 시각에서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단다

대표작 Autoportrait aux seins nus (1931)은 66세의 자신의 나체를 솔직하게 그린 작품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만을 미화하는 예술적 전통을 거부했단다

20세기 초의 시대에 이런 선구적인 예술을 펼친 것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전시를 구경하고 밖으로 나오니 세성이 붉게 물들었다

이 건물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참 아름다웠다

높은 건물이 없이 에펠탑만 우뚝 쏟아 있었다

이렇게나 붉은 석양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프랑스로 오니 해가 조금 늦게 지는 느낌이다

해가 다지고 숙소로 가려고 하니 벌써 7시쯤이 되었다

오늘 일찍부터 돌아다녔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겠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녀야 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다

열심히 촬영한 영상을 아이패드로 옮긴 줄 알았는데 안 옮기고 고프로의 영상을 다 지워버렸다

이틀 연속 비슷한 실수를 해버렸다

이러다가 프랑스에서 찍은 영상은 하나도 없게 돼버리겠다

내일부터는 정신 차리고 잘해야지

2025.3.13

실수에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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