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좀만 와라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빗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구나 싶다
오늘 신트라를 가기로 했는데 가도 되는 거겠지 싶다
확실히 기분이 날씨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어제 아침에 맑은 하늘을 맞이하니 참 기분이 좋았었다
원래는 8:11 신트라행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시간을 늦춰서 9:11차를 타기로 했다
비도 오는데 무리할 필요 없다 생각했다
일단 신트라로 가서 날씨를 보고 결정해야겠다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가니 비가 그쳤다
감사한 일이다
이따가도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트라 까지 기차는 40여분이 걸렸다
신트라 역에서 내려서 신트라 버스 패스를 사러 갔다
나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없었다
약간은 이상한 느낌을 가지고 데스크에 가서 버스패스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페나성을 이야기했더니 페나성과 무어성은 오늘 안 연단다
쿨한 척 오케이 하고 뒤를 돌아섰지만 괜히 머리가 복잡하다
어디를 가야 하지?
일단은 산트라 궁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래도 산트라는 꽤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푸릇푸릇한 나무를 보며 산책할 맛이 나는 곳이었다
십여분을 걸어 산트라 성 앞에 도달했다
이 앞에서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이 궁전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구글지도의 평은 약간 야박했지만 갈 데도 없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좋았다
유럽의 궁전들을 많이 보고 이곳을 보면 시시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거짓부렁이었다
오히려 이곳만의 특색이 뚜렷하게 드러나서 정말 좋았다
포르투갈만의 천장 디자인에 타일 벽이 만나니 참 멋지단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남의 말보다는 내가 직접 느껴봐야 해
궁전도 정원도 특색이 있어서 좋았다
가장 하이라이트인 곳은 돔 형태의 회장이었는데 이곳의 모든 실력의 다 쏟아부었다 생각될 정도로 멋졌다
들어와 보길 잘했다 생각하며 다음은 어디를 갈까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호카 곶을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려면 산트라 궁전 맞은편의 마을을 지나 안덕을 올라가야 했다
이 마을이 참 매력적이었다
파스톤색의 건물들과 언덕의 좁은 골목이 어우러져서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골목을 따라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에그타르트를 먹고 있었다
맛있게 먹길래 나도 먹어봐야지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에그타르트를 만드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에그타르트 두 개와 아이스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이곳의 에그타르트를 한입을 딱 무는데 와 정말 맛있었다
저번에 먹었던 것은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살짝 실망했었다
하지만 만들어진지 별로 안돼서 그런지 겉은 바삭하면서 살짝 따뜻한 내용물이 어우러 지니 정말 환상이었다
거기에 에스프레소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맛있게 에너지를 보충하고 언덕 위를 올랐다
버스는 제시간에 오질 않았다
다음 버스는 30분 뒤던데 호카 곶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주위들 둘러보니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이 보였다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곳은 헤갈레이라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
신트라를 오면서 갈 곳 세 군데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아까 페나성과 무어성 다 못가에 무의식적으로 이곳도 포함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하마터면 이곳을 패스할 뻔했다
호카 곶을 가는 버스를 못 타서 다행이다
이곳은 참 신비로운 곳이었다
입장해서 제일 처음 간 곳은 Initation Well이라는 곳이었다
참 신비로운 곳이었다
나선형으로 우물 같은 깊은 곳을 내려갈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입장을 해서 보는데 참 신비롭고 또 아름다운 곳이었다
비가 왔는데 오히려 비가 와서 물이 흐르니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다 내려온 뒤에는 동굴처럼 생긴 지하 비밀 통로를 지날 수 있었다
멋진 정원 아래에는 이런 통로를 만들어 놓은 게 신기하다
동굴 안에서 폭포를 볼 수 있는 멋진 장소도 있었다
그곳에서 나와 정원을 보는데 곳곳에 성벽 같은 멋진 건축물들이 많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작은 성당이 있었다
규모가 큰 성당도 멋지지만 이런 작은 성전도 참 이쁜 것 같다
그 옆에는 궁전을 볼 수 있었다
궁전은 화려했지만 볼 수 있는 곳은 적은 느낌이었다
다 둘러보고 나니 언제 누가 이런 궁전을 지었을까 싶다
찾아보니 안토니우 아우구스투 카르발류 몬테이루라는 사람이 주요 소유자였단다
변호사, 수집가, 자산가였다는데 가족들이 브라질에 사 커피 무역을 해서 큰돈을 축적했단다
이 별장을 단순한 별장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과 철학, 신비주의적 상징들을 건축과 조경으로 구현해 낸 일종의 ‘은유적 우주’로 만들었단다
참 돈이 많으니 집에 별짓을 다하는구나 싶다
그래도 이렇게 와서 재미나게 즐길 수 있으니 좋다
재미나게 보고 나서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이 리스보나 카드의 마지막 날이니 상조르즈 성을 가봐야 할 것 같다
석양을 보고 싶은데 요즘 계속 비가 오니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늘도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으니 낮이라도 올라갔다 와보자 싶다
다행히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려니 하늘이 맑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는 것 만 같다
햇살을 맞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구나 싶다
성 앞으로 도착을 하니 괜히 샹그리아 한잔 마셔보고 싶었다
유럽에서 한 번도 따뜻한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다
샹그리아를 사고 돌아서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비를 조심히 챙겨 입고 비를 맞으며 샹그리아를 마셔본다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기적을 확인했다
산조르주 성에 들어가니 광장이 나오고 강 쪽으로 전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날씨만 맑으면 석양도 보고 참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비 오고 바람 많이 부는 구름 낀 풍경도 꽤나 매력 있었다
거친 매력이랄까
이곳에는 공작새가 꽤나 많았다
대충 본 숫자만 스무 마리는 되는 것 같다
암수의 숫자가 잘 어울리게 있는 것 같다
좀 더 들어가니 멋진 성이 나왔다
이곳의 성의 모습도 왠지 오늘 날씨와 잘 어울린다
약간은 온전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전쟁이 일어났을 것만 같은 성이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풍경을 잘 구경하고 왔다
하지만 비와 바람은 자꾸 날 괴롭혔다
바람이 자꾸 내 비옷을 뒤집으려고 했다
그래도 비 온 것 치고는 잘 구경하고 왔다
이번 리스본 여행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일정이 남았으니 좋은 날로 만들고 싶다
2025.3.21
거칠다 리스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