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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85)

트램 28

by 이재민

오늘도 빗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딱히 일정이 없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유튜브를 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비가 그쳤으려나 하고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그친 것 같다

대충 준비를 하고 어디를 가야 하나 잠시 정지 상태가 되었다

뭐 딱히 생각나는 건 없고 트램 28번이나 한번 타보자 하고 나왔다

트램 정류장으로 향하니 줄이 꽤나 길었다

줄이 왜 이리 길어? 하고 있는데 비가 쏟아진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가림막 안에서 에라 안 탈래 하고는 주변을 돌아다녔다

다행히 비는 금방 그쳤다

Martim Moniz Square에서는 비가 그친 것을 축하하듯 분수가 나오고 있었다

간만의 햇살과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서 교통카드에 10유로를 충전했다

옆을 보니 지하 매장들이 있었다

무엇을 파나 하고 둘러보기로 했다

주로 캐리어나 가방 같은 여행과 관련된 제품을 많이 팔고 있었다

우산이 있어서 하나 사볼까 했다

휴대하기 편한 3단 우산의 가격을 물어보니 3유로란다

나폴리에서 4유로에 싸구려 사서 잘 쓰고 다녔는데 3유로면 아주 괜찮은 가격 같다

그래서 하나 사 왔다

대충 돌아보니 막상 갈만한 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 트램줄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궁금해진다

한번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줄은 아까보다 좀 더 길어져 있었다

줄을 서기 시작한 시간은 12:02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의 소나기가 지나쳐갔다

해가 나면 아주 따뜻하니 좋았고 구름이 지나가면 비와 바람이 불었는데 꽤나 쌀쌀했다

아까 산 우산을 바로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싸구려지만 여행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14:26이 되어서야 트램을 탈 수 있었다

2시간 20분이었다

타본 소회를 말해보자면 풍경 감상용으로는 별로였다

단지 루트가 여행자들에게 좋았다

리스보아 카드나 원데이 티켓이 있다면 홉온 홉오프로 타고 다니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오히려 밖에서 풍경을 배경으로 트램을 찍으면 이쁘겠다 싶다

줄을 서지 않고 서서 간다고 하면 태워주니까 그렇게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 트램의 종점은 카몽이스 광장이었다

그래도 트램을 타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곳에 오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광장을 대충 구경하고 어디를 갈까 하고 구글지도를 찾아보다가 타임아웃마켓이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걸어서 8분 거리의 마켓이었다

이곳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높은 천장을 가진 창고 같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꽤나 활기찬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운데에 테이블들이 모여있고 테두리 쪽에 음식을 팔고 있었다

음식점들이 깔끔하니 좋았다

음식들도 보기 좋게 전시를 하고 있어서 말이 안 통해도 주문하기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워낙 많아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두 사람 이상이 왔다면 한 사람은 자리 잡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조금은 번잡해서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조금 걸어가니 COD fish cake를 팔고 있었다

저번에 길을 걷다가 본 것인데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굉장히 담백했다

대구살을 갈아서 만들었는데 생선의 질감이 느껴졌다

안에 들은 치즈와 잘 어울렸다

하지만 두 번은 안 먹을 것 같다

포르투갈에 와서 포트와인을 안 먹어 본 것 같아서 문어요리와 포트와인을 마셔보기로 했다

포르투갈이 해산물이 유명하다던데 나는 왠지 문어가 먹어보고 싶었다

한 음식점에 문어음식을 팔고 있길래 들어갔다

포트와인 한잔과 Arroz de Polvo라는 문어요리를 시켰다

포트와인은 첫 입은 달달하고 뒤에 알코올향이 많이 났다

나쁘지 않았다

Arroz de Polvo는 쌀과 문어를 이용해 만든 요리였다

맛은 그냥저냥 했지만 문어가 부드럽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맛있게 먹은 후 간단한 장을 보았다

숙소에 들어오니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 돌아다닐 때 비 많이 안 오게 해 줘서 고마웠어

내일도 잘 부탁해

2025.3.22

비 안 오는 날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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