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인간들
친구는 새벽 버스를 타고 아침에 왔다
밤새 냄새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소음을 유발하는 개념 밥 말아먹은 외국인 친구들 덕분에 힘든 밤을 보내고 온듯하다
그렇기에 오전은 쉬어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일요일이기도 해서 한인 교회를 다녀왔다
2시에 레알 마드리드 스타디움 투어를 예약해 놓았기에 1:30에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늘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되자가 주제였다
밤새 냄새로 시달린 친구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예배를 잘 드리고 친구를 만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갔다
유니폼을 사볼까 하고 가격표를 들춰본 순간 순순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비쌌다
영국에서 본 유니폼들도 비싸다 그랬는데 여기는 해도 해도 너무 했다
가지런히 내려놓고 스타디움 투어를 했다
박물관과 투어가 합쳐진 느낌이었다
돈 많고 트로피가 많은 구단답게 크고 화려하게 잘 만들어 놨다
트로피를 중심으로 전시를 해놓았는데 중구난방 하지 않고 집중 있게 해 놓아서 좋았다
하지만 박물관은 좋았지만 투어는 조금 아쉬웠다
어차피 가이드의 말은 잘 못 알아듣기에 없어도 무방했다
안내 없이 화살표로 가게 하는 무성의 함도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다른 구장들은 포함되어 있는 락커룸이나 경기장 피치로는 나가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잘 구경을 한 이후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투우를 보러 갔다
투우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
투우가 동물학대 논란과 더불어 앞으로는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마드리드에 있는 라스벤타스라는 투우장은 전통 그대로 소를 죽이는지 변형을 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가서 확인을 해봐야 알 뿐이었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니 경기장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깨끗하면서 스페인 전통적인 건축 양식인 것 같아 좋았다
경기장 안쪽도 현대적이지 않은 느낌이어서 좋았다
시간이 되고 이 쇼의 주인공 들인 사람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투우사들과 스텝들 그리고 말과 이 당시에는 왜 나오는지 몰랐던 당나귀들이 등장했다
인사를 마치고 다시 경기장은 조용해졌다
첫 번째 나팔이 불린 이후 소가 등장을 하였다
보조 투우사들이 나와서 소를 약 올렸다
소는 그들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다음 나팔이 불리고 난 이후에 창을 든 사람이 말을 타고 등장을 했다
말은 다치지 않게 푹신푹신한 갑옷을 입혀놓았다
말이 등장하자 소가 말을 향해 돌진을 했다
그와 동시에 말 위에 있는 사람이 소의 등에 창을 찔렀다
두세 번 찌른 이후에 또 나팔이 불렸다
말이 퇴장을 하고 다른 유형의 사람이 등장을 하였다
양손에 짧은 창을 들고 소를 향해 돌진했다
그 이후에 등에 그 창을 찔렀다
소의 등에는 창이 꽂혔고 소의 등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친 이후에 메인 투우사가 등장했다
이때부터가 이 투우사의 경기가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빨간 망토를 휘두르며 소를 요리조리 피하였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소가 사람을 쳐서 크게 다칠 뻔했다
그다음 투우사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으니 꽤나 자주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투우사는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쇼가 끝난 이후에 등 쪽에 큰 칼을 찔러 넣었고 그곳이 급소인지 결국 소는 쓰러지고야 말았다
그러자 아까 왜 등장했을지 몰랐던 당나귀들이 등장해서 소를 끌고 퇴장을 하였다
이 경기를 보고 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스페인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스포츠이겠지만 이 문화권에 있지 않은 사람이 보았을 때는 거부감이 생겼다
생각보다 동적인 느낌도 아니고 도파민을 팍팍 뿜어내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거기에 생명을 죽이는 일을 구경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많이 안타까웠다
점점 사장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략 두 시간 정도 한다던데 우리는 두 경기만 보고 퇴장을 하였다
돌아가며 죽은 소는 어떻게 처리되나 궁금했다
소는 육질이 단단하고 육향이 강하단다
일반 소비자들은 고기가 질기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조리사들이 스튜나 저온으로 조리를 한다고 한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투우에서 싸우다 죽은 소라는 점이 매력포인트란다
약간의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산 미겔 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음식도 먹고 음료도 즐기고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으로 좋은 분위기였다
둘러보다가 5유로짜리 미니 버거를 먹어보기로 했다
두툼한 소고기가 굉장히 매력 있었다
소고기를 보니 아까 본 소가 생각이 난다
소가 공개된 장소에서 놀잇감이 되어 죽는 것도 안타깝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미각을 위해 죽어가는 소들을 상상하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물론 소들이 죽는 것은 똑같지만 그것이 유희가 되는 것은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나는 고기 없이는 못 살기에 항상 소와 돼지들에게 감시한 마음을 품어야겠다
산미겔 시장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이만큼만 구경하고 쉬어야겠다
내일은 더 재미나게 놀자고 친구와 다짐해 본다
2025.3.30
소야 좆간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