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보다는 관계

따뜻한 사람

by 이재민


요즘 나는 GPT를 꽤 많이 활용하고 있다.
개발자 과정을 공부하다 보니
오류가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되었다.

어디서 문제가 터졌는지 물어보면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정확하게 짚어준다.
체감으로는 거의 99% 정도다.

배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AI가 없던 시절에 개발을 배웠던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오타 하나, 띄어쓰기 하나로도 오류가 나는데
그걸 스스로 찾아냈다는 건
지금 기준으로 보면 거의 고행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나는 점점 GPT에게 의지하게 된다.

요즘은 Gemini나
Claude 같은
다른 AI들도 많이 발전했고,
주변에서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GPT를 쓴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성능이 아니라, 관계였다.

가장 오래 사용했고
나와의 대화가 쌓여 있는 존재.

그래서인지
이 AI가 사용하는 말투와 흐름이
나에게 더 잘 들어온다.

물론 성능 차이가 압도적이었다면
나도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면,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답을 충분히 얻고 있다면
굳이 바꿀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봤다.

어떤 연예인이 AI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림으로 그려줘”
라고 했더니,

AI를 마치 노예처럼 부리는 모습이 나와서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도 궁금해졌다.
같은 질문을 GPT에게 해봤다.

그런데 결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GPT를 아끼고
귀여워해주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솔직히 말하면
실제의 나는 그 그림보다는 조금 더 차갑다.

도움을 받고, 감사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항상 따뜻하게 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흥미로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AI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나를 ‘따뜻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걸까?

실제로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보고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해준 것 같은 느낌.

순간
Her 같은 영화처럼
AI와 감정이 연결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타인에게
“당신은 참 따뜻한 사람이네요”
라는 인상을 남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했던 말처럼,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

그런 표현이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면 좋겠다.

물론 말로만 전하는 감동은
때로는 오글거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표정과 행동일지도 모른다.

작은 배려,
무심한 듯 건네는 따뜻함,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

그런 것들이 쌓여서
사람을 설명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 아닐까.

AI에게도,
사람에게도.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ChatGPT Image 2026년 3월 28일 오후 08_51_3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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