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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Nov 20. 2024

아프리카여행기(2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오늘은 일정이 없다

예매해 두었던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

내일 23시간 버스를 타고 잠비아 리빙스턴으로 간다

오늘은 무얼 하나 고민했다

오늘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도 있기에 숙소에서 뒹굴 거리기로 했다

그 와중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영화가 있어 그걸 보기로 했다

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한 남자 청년이 있다

그는 자유롭고 무엇이든 쉽게 한다

연예도 인간관계도 그는 참 쉽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청년과 반대다

그녀는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관계가 쉽지 못하다

그녀는 걷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무엇이든 쉬웠던 청년은 만나는데 제약이 있는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그들은 사랑을 하게 되지만 결국 이별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녀는 장애를 가진 와중에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대단하다

할머니가 버려진 책을 주워오면 그 책을 통해 세상을 탐독한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 마치 호랑이와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같다

하지만 그 호랑이와 물고기는 제약이 있다

동물원의 철창에 갇힌 호랑이,

물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물고기

그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세상이 만들고 또 자신이 만든 좁은 철창에

갇혀 살아간다

그런 그녀를 세상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청년이었다

그녀는 청년과 함께 세상을 누린다

하지만 청년은 점점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청년은 그녀를 떠나게 된다

놀랍게도 그녀의 헤어진 이후의 모습이 차분한데

아마도 이미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방어막을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자유를 갈망한다

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누구나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한계가 있다

그 한계 밖의 세상을 동경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누구나 그 한계를 부수고 들어와 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부수고 들어올 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담벼락만 부셔 놓고 나 몰라라 도망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부서진 담벼락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난다

한계라는 벽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는 것이 힘이라는 속담과

모르는 게 약 이라는 속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같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주인공이 티브이 프로그램에 남는 것이 옳은지

세상으로 나가 사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녀의 삶에 청년이 등장해 담을 부수긴 했지만 그녀는 넓은 세상을 맛보지 않았는가

나의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 내가 선택하고 나아가는 길이지만

환경이 몰아간 것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든 그 속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 긍정적인 것을 바라보며 살아보겠노라 생각해 본다

2024.11.19

나미비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괜히 아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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