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가족 보며 질질 짜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은 요즘 너무 운동량이 적어서 맘껏 걸어보겠노라 다짐해 보았다
루사카에서 크게 갈만한 곳이 눈에 안 띄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숙소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에 국립박물관을 가보자 했다
원래는 여기 사람들이 자주 타는 시내버스를 타보려고 했다
걸어서는 58분 그 버스를 타면 35분 걸린단다
그런데 힘들어도 걷자 싶었다
여행 오면 살 좀 빠질 거라 생각했다
10년 전 남미 여행할 때는 허구한 날 걸어 다녀서 살이 좀 빠졌었다
그때보다 주머니 사정도 좋아지고 또 힘들게 여행을 안 하고 밥도 맛난 거 챙겨 먹고 그러니 살이 찌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옛 생각을 하며 걷자 했다
그런데 딱 숙소를 나오는 순간 살짝 습한 그 느낌이 싫다
그래서 숙소를 다 시들어가 땀을 닦을 것과 손선풍기를 더 챙겼다
약간 습하고 덥고 땀이 날 것 같지만 그래도 걷자 ㅎ
걷다 보니 걷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확실히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보는 것과 걸으면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확실히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지나가는 사람들과 아이컨택 할 수 있는 게 좋다
물론 아직 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경계심이 많기에 더 유심히 보는 것도 있다
혹시나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나는 더욱 여유롭고 사람 좋은 미소와
그들의 눈길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이제까지는 나의 노력 덕분일까
나의 눈빛과 인사를 잘 받아주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사람도 많았다
역시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음을 알게 된다
열심히 걷다 보니 국립박물관에 잘 도착했다
가격은 138콰차였다
내가 잘못 알아듣고 1380콰차인줄 알고 안 들어 가려했는데 따뜻한 리셉션 누나가 잘 정정해 주었다
대략 7000원 돈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 들어가니 구석기시대의 이야기와
잠비아 사람들의 생활상의 모형을 잘 만들어 놓았다
보면서 이거 한국에서 보던 거랑 비슷한데 싶은 것들이 많았다
석기시대 물품은 물론이고 절구 같은 거나 도자기 같은 것들 그리고 무기 같은 것들이 비슷했다
이런 것들을 보니 사람 사는 거 참 비슷하다 싶었다
시작했을 때의 사람들의 수준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그저 유럽이나 아시아 쪽 나라들이 운이 좋아 빠르게 성장한 것이지 절대 아프리칸들이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 장고에 나오는 골상학 같은 것은 필요 없었는데 싶다
아프리칸들도 지리적이나 환경적인 조건을 잘 갖추었다면 더 나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저 먼저 발전한 나라들이 와서 식민지화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경을 보면 자를 대고 그은 것 마냥 직선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칸들의 생각은 상관없이 그냥 일방적인 일진들의 만행이라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나마 남미보다는 조금 식민지 했던 것에 덜 반감이 있는 것 같다
남미에는 타지에서 노예로 끌려온 역사여서 더 그런 모양이다
방금 여행 계획한 것을 생각하다가
계획을 정말 엉망진창으로 세웠구나 싶은 것을 보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탄자니아에서 케냐를 찍고 에티오피아를 가야 하는데
탄자니아에서 에티오피아를 찍고 다시 케냐로 내려오는 일정을 짜놨다
어쩐지 이상하게 비행시간이 길고 비싸다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비행기 취소 수수료가 더 나오겠다
순서대로 안 보면 뭐 어떤가 찍고 오면 되는 거지
내 인생사가 이렇다
좀만 더 잘 알아보고 좀 더 생각해보고 했으면 좋았을 일이 많다
약간의 안일한 생각이 망친 일들도 많다
그랬던 모습이 이번 여행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하다
그렇게 모지라게 살았어도 밥 안 굶고 살아가는 게 어디인가
헐벗고 다니지 않는 것이 어디인가
아프리카 와서 장사를 하는 어린 아이나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를 보곤 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런 아이들이 이 살찐 동양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아이들이 입은 옷을 보면 세탁을 하기 어려운가 보다 싶다
검은색 옷을 입었어도 반들반들 때에 찌들어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넘치지는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컸다 싶다
이런 내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 할 수 있다
사실 다른 기준으로 보면 내가 더 불쌍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부자라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 듯이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내가 살아가는 것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 사는 거 뭐 별거겠는가
주변의 사람들과 밥 한 끼 할 수 있으면 그게 사는 맛 아니겠는가
한국 가면 좀 더 사랑하며 살아가봐야지 싶다
2024.11.27
내가 행복하려면 무진장 행복해질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