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소파에 누워 정재형 님 음악을 틀어놓고
잠비아 루사카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으로 간다
잠비아라는 나라는 이제까지 본 나라들 중 가장 정비가 안되어 있는 나라이다
루사카에 온 첫날 비가 많이 왔다
그때 고인 물들이 곳곳에 고여 썩어가는 것들을 본다
그래도 한나라의 수도라고 하는 곳인데
이렇게 흙길이 많고 포장이 되어있는 곳도 곳곳이 파여 있다
그래도 확실히 사람들은 순박한 면들이 있는 것 같다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남아공부터 시작을 해서 그런지 조금은 사람들이 덜 무섭다
물론 그럴수록 조심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곳에 와서는 맘껏 걸어 다닌 것 같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인사도 잘 받아주고 좋았다
잠비아에 또 올 거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항상 새로운 여행지를 가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이곳이 어떻게 발전할지 어떻게 바뀔지는 궁금하다
10년 혹은 그보다 더 후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오고 싶다
내가 묵는 숙소 주위에 국제 학교가 많은 모양이다
그제 대학교도 보고 여러 나라의 국제학교도 보고 하면서 어린 친구들이 잘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깨어있고 배운 친구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을 먹는데 한 가족이 들어왔다
처음에 나는 부부에 4명의 아이들이 온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라 생각했던 친구가 생각보다 어리다
아버지 한 명에 다섯 아이들인가 보다
이 잠비아 친구들인지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다면 분명 소란스러워야 하는데 조용했다는 것이다
제일 어린 친구가 많아봐야 다섯 살 정도인 것 같은데 가만히 앉아서 밥을 오물오물 잘 먹었다
그래서 속으로 집안교육이 엄한가?
그렇다고 하기엔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의 말투가 너무 다정하다
그러면 낯선 곳에 와서 그런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참 밝다
이런 밝은 친구들이 이리 조용히 밥을 먹을 수 있구나 신기했다
그러면서 이곳 잠비아의 육아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사실 어디에 물어볼 데가 없어 상상만 해 볼 뿐이다
오늘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동산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가보니 넓지 않은 공원에 나름 이것저것 놀이기구를 가져다 놨다
수동으로 돌아가는 작은 관람차와
수동으로 돌아가는 회전목마
모터가 있는 자동일 것이라 추측되는 회전 그네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롤러코스터
물을 언제 받았는지 모를 썩어가는 수영장 등등이 있었다
한 아이가 아버지와 와서 관람차와 회전목마를 타는 것을 보았다
이 놀이 공원의 유일한 고객이었다
바라보면서 이곳이 망해가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을 부모님이 많지 않은가 보다 싶었다
그렇게 여유 있는 집은 많지 않을지도 몰라 생각이 되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잠비아의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오늘 마지막 날 밤이기도 해서 나름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하늘이 어두울 때까지 있었다
이곳의 밤은 그래도 조금 안전할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들이 몰려온다
아임 헝그리
기브미 썸 푸드 앤 머니
이 늦은 밤에 밖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을 본다
무심하고 매정한 나는 아무것도 주지 못했지만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이곳이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성장을 위해 이 아이들이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이 전부 일 텐데
그 사랑을 충분히 잘 받을 수 있는 문화가 생기기를 바란다
2024.11.28
나 혼자 잘 먹어서 뒤룩뒤룩 살찌는 것 같아 기분 별로인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