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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Nov 06. 2024

아프리카여행기(5)

시차적응에 실패해 말똥말똥한 새벽에

케이프타운의 둘째 날이 되었다

여기는 마리화나를 많이 피우나 보다

어제 길을 지나면서 피우는 그것의 냄새가 익숙한 담배향은 아니었다

그 냄새가 가끔씩 웃풍이 심한 내 숙소로 슬쩍슬쩍 들어온다

어제 비가 오고 쌀쌀 해진 데다가 바람이 많이 분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차라리 추운 게 낫지만

분위기가 너무 스산하다

중간중간 경찰들이 서있지만

가끔씩 부랑자 같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긴장하게 된다

강한 바람 소리와 그 바람을 타고 가끔씩 맡게 되는 마리화나 냄새가 나를 무섭게 한다

일단은 케이프타운의 첫인상은 좋지 못하다

하지만 볼거리가 많기에 기대를 해본다

오늘은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볼까 한다

테이블마운틴이랑 희망봉, 바닷가와 아프리카 펭귄들… 이러한 것들이 나 여기 잘 왔다라고 생각하게 해 주길 바란다

새벽의 시간을 때우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기를 바랄까?

크리스천이기에 나는 자유의지를 준 그 의도를 생각해보고 싶다

정말 신이 사람을 사랑한다면

본인이 만든 이 세계를 잘 즐기며 살아가길 바라지 않을까

사람들은 스스로가 만든 벽에 갇혀서 스스로 억압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그 벽이 나를 보호해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가 되고 그 공동체가 나라가 된다

나라는 그 국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사람들이 만든 이 국경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데 제약이 생겼다

뭐 모든 게 장단점이 있겠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과 스스로를 보호하는 규칙을 지키는 것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근데 사실 이 균형이 참 어렵다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정답을 내릴 수 없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듯이

각자의 삶에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나는 사실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고 봐야겠다

너무 자유 쪽에 맞춰져 있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 들어가야지

지금은 아직 내가 무얼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면 좋은 내일이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다

지금 드는 생각은 방향성이 중요하다 생각이 든다

어떤 방향을 향해 오늘을 잘 살아 낼 것인가

그 방향을 찾아야 한다

방향에 맞춰서 살다가 보면 길을 찾지 않을까

오늘도 주저리주저리 써봤는데

시간 때우기에 이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2024.11.5

웃풍이 너무 심한 아담한 내 숙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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