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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5)

일정 없는 새해

by 이재민

오늘은 어제 늦게까지 밖을 쏘다니기도 했고 다들 새해라 일하기 싫을 것 같아서 아무런 일정도 잡지 않았다

내일만 투어로 코린토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부터 밥을 든든히 먹었다

그제 해놓은 밥에 신라면을 끓여서 라죽을 해 먹었다

배가 빵빵하니 잠깐이라도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그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쪽으로의 길을 가보기로 했다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데 철로 위를 지나가는 다리가 있어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아테네는 무슨 공간만 있으면 락카로 여기저기 낙서를

해놨다

여기 철도 다리 위에도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있다

보통 사람들은 못 들어갈 철로 안쪽 벽에도 낙서가 빼곡하다

어떻게 저기까지 그림을 그려놨지 싶은데 까지 그렸지? 의문을 품으며 걸어가는데 심지어 달리는 지하철에도 락카칠을 해놨다

작품성이 좋은 그림이나 글씨는 보기에 좋은데 외진 곳이나 별로인 낙서를 해놓으면 그곳은 할렘가처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정부는 이런 거 안 좋아 할거 같은데 관리가 안 되는 모양이다

길을 걷는데 음악 소리가 들린다

가보니 크리스마스 팩토리라는 테마파크가 있었다

12시 오픈이라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궁금해서 들어가 볼까나 하고 얼마야 물어보니 에잇 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놀라서 에잇티? 그랬더니 에잇 에잇 그런다

나는 88유로인 줄 알고 놀라서 뒷걸음쳐 나왔다

저녁에 안 사실이지만 8유로였다

조금 걷다 보니 나이트클럽과 성인용품 파는 곳이 나온다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 없이 조용하다

이따 밤에 한번 와봐야겠다

시끄러운 분위기를 보고 싶다

대략 두 시간 정도의 산책 후에 들어와 낮잠을 잤다

낮잠 후에 든든히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7시이다

슬슬 산책을 나갔다

아까 보기로 했던 곳을 가보지만 7:30은 초저녁인 것 같다

또 거기에 새해라서 그런지 문 닫은 곳도 많다

아까보다는 사람이 좀 있지만 시끄러운 분위기가 아니라서 아쉬웠다

10시가 되면 또 다를까?

나한테 요즘 10시는 굉장히 늦은 밤인데

남아공부터 시작된 여행은 밤이 되면 돌아다니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도 듣고 다녀서 밤은 숙소에 있는 것이었다

유럽에 왔으니 조금은 시간을 조정해야 하나 싶다

걷다 보니 아까 봤던 테마파크가 나온다

저녁이 되었지만 여전히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저녁이 되니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88유로인 줄 알았던 나는 8유로라는 것을 알고 속으로 조금 부끄러웠지만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고 있었다

안에 분위기를 잘 만들어 놨다

사실 좋은 시설이나 기구는 없고 단순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시한 기차를 타는데도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참 아름다웠다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많을수록 새로운 것이 없고 좀 뜨뜻미지근 해지는 것 같다

이집트에서 놀라운 유적지들을 보고 오니 그리스의 유적지들이 눈에 안 들어온다

아마 그리스부터 왔다면 이 아이들의 눈빛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걸 보면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지 싶다

경험이 많고 많은 것을 본 사람은 노련하고 참을성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것에 뜨뜨 미지근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모든 창조적인 것들은 기존의 것들을 조합한 결과물 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 조합 속에서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내용물을 품고 있는 가의 싸움인 것 같다

테마파크가 크지는 않았지만 사람 구경하랴 이쁜 풍경 구경하랴 두 시간 가까이 구경한 것 같다

숙소에 돌아오니 10시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 10시는 하루를 거의 마무리하는 시간인데 이곳 사람들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뭐 1월 6일까지 대부분 논다고 하니 늦게까지 논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겠다

오늘은 일정도 없겠다 쉬면서 피로 좀 풀어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피로한 것 같다

낮잠을 잤지만 또 밤에 잘 잘 거 같다

2025.1.1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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