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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9)

28000보 걸은 하루

by 이재민

오늘은 하루종일 마음껏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를 갈까 검색을 하다가

아르테카드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5일 뒤에 폼페이도 갈 거라

7일 패스를 끊었다

총 43유로인데 박물관 두 곳과 폼페이 고고학 공원 다녀오면 본전은 뽑겠다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간 곳은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이었다

원래는 20유로의 가격이라

아르테 카드를 쓸 생각으로 기분 좋게 들어섰다

그런데 오늘은 공짜라고 0유로 가격표가 붙은 티켓을 준다

음?

이거 기분 좋아야 하는 건가

아니어야 하는 건가

판단이 안 선다

순간 공짜로 볼 수 있는 걸 미리 돈을 내버렸구나 싶어서 어질 어질 했다

그래도 다른 곳을 가서 쓰면 되니까

좋은 거겠지 하고 열심히 구경을 했다

굉장히 많은 전시품들이 있었다

동상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남성들의 나체가 많았다

멋있는 근육과 성기까지 자세하게 표현이 되어있었다

보통 아시아인의 성기가 작다고 하는데 유럽인들도 뭐 별거 아니네 싶기도 했다

여성 분들의 동상도 있었는데 여성분들의 성기는 자세히 표현이 안되어 있을뿐더러 손으로 가리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첫째로 여성의 성기를 생명이 탄생하는 원천으로 성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 당시 남성 중심의 시대에 여성들의 역할과 위치가 수동적인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였다

남성과 여성의 표현을 다르게 했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구경을 했다

동상 이외에도 다양한 전시물이 있었는데 이 지역의 나폴리 인들의 고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그 시작은 석기시대부터였다

어떤 문명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문명이 없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집트 물품도 있었는데 기원전 2000년이라고 써져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이집트에서 그 당시 2000년 전 유물을 가져왔구나 생각하며 흥미로움을 만끽했다

아르테카드를 못썼기에 카드를 쓰기 위해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걸어서 15분이 걸리는 곳에 있는 카타콤을 다녀오기로 했다

가서 보니 이곳은 아르테카드로 할인만 되는 것이었다

13유로인데 9유로로 관람할 수 있었다

어제 지하도시를 탐험했기에 아르테카드가 없었다면 안쓸 돈을 쓴 거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할인받았잖아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들어가 보니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벽에 실제 뼈가 박혀 있었던 흔적이 있었다

해골이 반쯤 벽에 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다 제거가 되어 있었는데 해골 쪽은 안으로 움푹 파여있었다

그리고 실제 뼈라고 생각한 이유는 감자탕에 있는 뼈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딱 시간이 미사가 진행되던 시간이었는데 성가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무덤이었던 곳에 있으니 마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 보고 나니 시간이 1:30 정도가 되었다

배도 고프고 해서 점심으로 피자를 먹어보기로 했다

피자의 종류가 상당히 많았지만 기본인 마르게리따를 먹어보기로 했다

피자가 나왔는데 상당히 컸다

컸지만 빵이 상당히 얇았다

토마토소스가 산미가 있어 산뜻했다

치즈와 바질이 많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었다

가격은 7유로 이탈리아에서는 가볍게 한 끼 할 수 있는 가격인 듯하다

맛있게 먹고 아르테카드를 쓰기 위해 레알레 궁전으로 출발했다

열심히 걸어가는데 한 벽면에 over tourist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뽑아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국분에게 들은 내용이었다

유럽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오지 말라고 관광세를 받는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놀러 온 관광객들 보라고 이탈리아어도 아니고 영어로 된 기사를 크게 뽑아 붙여놨다는 게 괜히 기분 나빴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즐겨야지 하고 걷는데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via toledo거리가 관광객이 많은 거리인가 보다

거리에 사람이 빽빽하니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이래서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면서도 어제 지하도시 길을 기다리는데 영어 줄 보다 이탈리아어 줄이 더 길었던 게 생각이 났다

외국인 관광객보다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많은 인파를 뚫고 궁전에 도착을 하였다

아르테카드를 쓸 수 있을까 두근거리며 이거 쓸 수 있어? 물어보니 표 한 장 주면서 오늘은 공짜야 이런다

헐 왜 또 공짜야 하면서 gpt한테 물어보니 매달 첫 번째 주 일요일은 뮤지엄 데이란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은 공짜란다

한 달에 하루 있는 날을 아주 잘 골랐다

그래도 찬찬히 생각해 보니 7일 권을 해서 소렌토와 폼페이를 다녀와도 11일 하루 맘껏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궁전은 정말 화려했다

보면서 나도 왕 하고 싶다 생각할 정도였다

이걸 보고 나니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궁전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화려할까 싶다

15유로 입장권을 샀어도 아깝지 않았겠다 싶다

오늘 하루종일 걸었더니 다리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 중간에 있는 나폴리 대성당을 찍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구글지도의 댓글을 보니 힘들어도 위에 올라가 보라고 써져 있어서 거기까지는 해봐야지 했다

가보니 나폴리 대성당은 대단히 멋졌다

보면서 궁전도 그렇고 성당도 그렇고 나폴리 선조들이 엄청난 것을 물려주고 가셨구나 싶다

이러니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나폴리인들이여 감내하기를

위에 올라갈 길을 찾아보니 안 보인다

아쉽지 않았다

다리가 아프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저녁으로는 마트에서 간단히 사다가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어제 귤과 요거트를 사 먹었는데 저렴하니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마트에서 가지를 이용해 만든 파르미자나와 빵 한 조각과 귤 그리고 요거트를 사서 숙소로 도착했다

구운 가지와 토마토소스 그리고 치즈의 조합은 항상 옳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내일은 소렌토 지역으로 간다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5.1.5

포만감 가득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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