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로 이동
아침 발코니를 통해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이 제일 맑은 하늘이다
오늘은 버스를 예약해 놨는데 오후 5시 버스이다
보통 숙소 체크아웃 시간이랑 체크인 시간을 맞춰서 이동하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시간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체크아웃 이후에 시간이 비어도 짐을 보통 숙소에서 잘 맡아준다
하지만 이번 숙소는 짐을 못 맡아 준단다
역사에 짐을 맡아주는 데가 있으니 거기에 맡기는 걸 추천한단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는데 5유로라고 한다
소렌토에 오전에 와서 구경하고 오후에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늘었다
대략 6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Parco di Villa Fiorentino, Sorrento라는 곳을 어제 봐두었던 게 기억이 난다
건물 안에는 전시물을 볼 수 있고 밖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을 만들어 놨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연휴가 끝난 평일이기도 하고 비성수기도 해서 그런지 손님은 어머님 한분과 애기 한 명뿐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방방이와 회전그네가 있어서 주말에 아이들이 많이 오겠다 싶었다
건물뒤로 돌아가니 아이들을 위한 연극 무대도 준비되어 있었다
건물 안에는 넓지는 않았지만 3층까지 전시물들이 있었다
1층에는 오래된 아이들 장난감들이 있었다
디즈니 캐릭터 피겨 들과 아이들 놀이기구들이 있었는데 디자인이 새롭게 느껴졌다
2층에는 주로 이탈리아 성당에 잘 설치되어 있는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탈리아 와서 자주 보게 되는데 항상 잘 안 보이는 곳까지 잘 표현되어 있는 그 디테일에 감탄을 하곤 한다
3층에는 큰 옛 음악이 연주될 수 있는 오르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한 음악을 듣기 위해 이 큰 기계가 필요했구나 싶다
무료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해 주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잠시 공원으로 가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똑같은 자리에서 같은 뷰를 바라보아도 다른 환경에서 바라보면 또 다르구나 싶었다
어제의 비가 올 듯 말듯한 날씨의 뷰도 멋지지만 맑은 날의 뷰도 좋았다
한 곳을 온전히 잘 느끼기 위해서는 1년은 보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겨울의 바다를 봤으니 여름의 바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으로는 피자를 먹었다
나는 엔쵸비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예전 직장이 삼성역에 잠깐 있다가 없어진 딘 앤 델루카라는 카페 겸 이태리 식당이었다
그곳에 엔쵸비를 이용한 오일파스타를 팔았는데 그것이 상당히 맛있었다
그 이후로 엔쵸비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있었다
메뉴를 쭉 살피는데 로마노라는 피자에 엔쵸비라고 적혀 있었다
이거다 싶어서 시켰다
마르게리따 기반의 피자에 엔쵸비 세네 덩어리가 올라가 있었다
느낌이 피자 위에 꽁치 통조림을 살짝 올려 먹는 느낌이었다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런 느낌의 조합이었다
페퍼론치노 같은 살짝 매콤하게 해 줄 무엇인가가 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먹을래? 하면 한번 먹어봤으니 되었다
피자를 먹고 난 후에 젤라토를 먹었다
이탈리아 와서 한 번은 먹어봐야지 먹어봐야지 했다
오늘이 딱 날씨도 괜찮고 딱 좋은 날이다 싶었다
그래서 콘 5유로짜리를 주문했다
맛을 두 가지 고르라기에 소렌토에서 유명한 레몬과 피스타치오를 골랐다
조합이 상당히 좋았다
피스타치오는 약간 초콜릿을 먹는 느낌의 약간 무거운 느낌의 맛이라면 레몬은 산뜻하니 가벼운 느낌이었다
서로가 상호보완 해주는 맛이어서 좋았다
시간이 되어 짐을 찾고 버스를 타러 갔다
그제 버스가 한 시간 이십 분이나 딜레이가 되어서 걱정을 했다
다행히도 버스가 제시간에 출발을 하였다
폼페이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성경에 폼페이 이야기가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gpt한테 성경에 있는 폼페이 이야기 좀 알려줘라고 했다
그랬더니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성경 구절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속으로 어떤 교훈을 하기 위해 폼페이의 사건을 끌어다가 인용한 것인가 싶다
나는 약간 반골 기질이 있어서 목사님들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성경을 인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를 통해 이 종교가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갖가지 편법을 사용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gpt에게 예수님이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이 사고가 관련된 사람들의 죄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셨던 말씀을 이야기하면서 폼페이 사건도 사람들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로 봐도 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gpt가 폼페이 사건을 단순히 “죄의 결과”로 보는 대신, 이를 통해 회개와 믿음,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는 것이 더 성경적이고 신학적으로 적절한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라는 답을 해주었다
그래서 내일 폼페이 유적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죄악보다는 사람의 연약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 같다
아무리 대단한 문명을 이룩한 민족이라 해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직접 보면 또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내일이 기대가 된다
2025.1.8
시간 때우는 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