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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14)

다시 나폴리

by 이재민

오늘은 다시 나폴리로 넘어왔다

폼페이역에서 나폴리 역까지 기차를 타고 넘어왔다

12일 나폴리와 베로나와의 경기가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축구를 매번 챙겨보는 열혈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남성이라면 유럽에 와서 축구를 관람해 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분명 폼페이 역에서 소변을 보고 기차를 탔는데 내릴 때가 되니 또 화장실에 가고 싶다

기차 안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괜히 짐을 두고 화장실 가는 게 꺼려져서 숙소까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축구만 생각하고 숙소를 축구장 근처로 잡아놓았다

밤늦게 끝나도 안전히 여유롭게 귀가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시내의 외각으로 나가기에 지하철을 또 이용한다

표는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디서 타야 하는지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는데 방광의 압박이 있으니 안 되겠다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

아 여기 화장실 돈 내던데 하면서 가보니 1.2유로를 내놓으란다

50센트쯤 하려나 했던 내 알량한 마음이 내려앉는다

화장실에 1800원은 너무 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방광이 울부짖는걸

가끔은 이렇게 방광이 빨리 차고 참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긴 시간 무언갈 타고 갈 때 그런 적이 없어서 다행이다

우여곡절 끝에 표를 사고 지하철을 탔다

기차는 지하를 달리다가 시내를 벗어나니 지상으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지하로 철도를 잇는 건 돈이 많이 들겠지 싶다

전철을 내려서 숙소를 향해 걸어가는데 경기장이 보인다

마라도나 선수의 죽음 이후에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라는 이름으로 개명이 되었다는 경기장은 꽤나 오래되어 보였다

찾아보니 1959년에 지어진 경기장이란다

다 좋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 나폴리 축구단에 대한 그림이나 깃발 같은 상징이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일까나

낡아 보이고 생각보다는 심심한 외관에 다른 데서 경기하나 싶어서 한참을 검색해 봤다

경기하는 데는 이곳이 맞는 것 같고 경기 당일에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외각에 숙소를 잡다 보니 숙소의 가격이 조금은 싸지는 것 같다

나 혼자 묵는데 방 세 개에 주방까지 있는 아파트를 쓰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기차를 타기 전에 로마와 토리노 그리고 밀란의 숙소를 예약하는데 돈이 엄청 깨졌다

로마는 뭐 그리 대단한 동네라고 여행세를 하루에 6.5유로나 걷는지 모르겠다

축구 본다고 5경기 정도를 예매해 놨는데 그 가격만 백만 원이 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남은 나폴리의 일정은 숙소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할 것 같다

돈을 조금은 아껴야지

숙소에 도착한 이후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장을 보러 나갔다

최대한 싼 것으로 샀지만 사다 보니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한 보따리 사고 보니 24유로가 나왔다

많이 나왔다 싶지만 오늘 해치울 거 아니니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단 적은 돈이긴 하다

베이컨과 올리브, 썬드라이 토마토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펜네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다

맛이 꽤나 괜찮았다

내일은 엔쵸비를 하나 사 왔으니 그걸 이용해 파스타를 해 먹어볼 예정이다

아침은 간단히 식빵에 스크램블에그 그리고 햄과 치즈 그리고 샐러드이다

나름 탄단지에 비타민을 챙기려고 노력했다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한 이후에 해가지면 밤마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좀처럼 몸이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히터를 틀어놓고 뒹굴뒹굴하니 일어나기 싫다

오늘은 이대로 마무리할지 아니면 잠깐 나갔다 올지 모르겠다

내일은 아르테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카세르타 궁전을 다녀오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면 된다

남서쪽 외각에서 북쪽 외각으로의 이동이다

사진으로 보니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다

보고 더 돌아다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시내에 가서 박물관 한 곳을 더 가볼 생각이다

아마 아르테 티켓 본전이라도 챙기려고 할 것이다 분명

내일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2025.1.10

오늘은 그냥 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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