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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15)

비 오는 날

by 이재민

오늘은 카세르타 궁전을 다녀오기로 했다

장장 한 시간 반을 가야 한다

어제 찾아볼 때는 끝에서 끝으로 쭉 가면 된다 그랬는데 아침에 보니 한번 갈아타란다

어제 본 기차는 11시 정도부터 있단다

잘 갈아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일단 가보자 하고 나왔다

타야 할 기차의 번호와 시간을 보고 어느 플랫폼에 오는지 모니터를 확인하고 움직이면 생각보다 간단했다

한국에서 지하철 탈 때 초행길에는 가끔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탄 적이 있었는데 플랫폼을 보고 움직이니 오히려 맘이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카세르타 궁전에 도착을 했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궁전으로 가는데 이곳 정원이 크다

궁전 안쪽에 정원은 더 엄청 크다는데 궁금해진다

아르테카드로 티켓을 받고 먼저 정원 쪽으로 갔다

그냥 걸어갈까 하다가 어제 인터넷에서 정원이 엄청 넓다는 정보가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다

2.5유로였는데 타보니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전에서 바라볼 때보다 더 멀리멀리 가야 했다

눈에 보이는 부분 말고도 꽤나 넓은 정원이 옆에 또 있었다

정원은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다

관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겠다 싶다

그래서 gpt한테 이거 보기에만 이쁘고 관리비만 많이 드는 거 아니야? 물어봤다

그랬더니 단순히 보기 좋은 풍경을 위해서만 만든 게 아니란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가 있단다

여러 이야기 중 정원의 수로와 폭포는 궁전과 주변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와 이 궁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의 내용은 새롭게 느껴졌다

그다음으로는 궁전 안을 보았다

궁전 안은 굉장히 화려했다

뭔가 궁전에 초대받아 올라가고 있다면 이 위세에 눌려서 기가 좀 죽을 것 같았다

나폴리 하면 다른 분들은 이곳을 꼭 찾겠다 싶었다

나는 아마 아르테카드 아니었다면 이곳을 못 왔을 것이다

하필 첫째 주 일요일을 만나 이걸 어디에 쓰나 걱정을 했는데 덕분에 이런 좋은 곳을 안 놓치고 왔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산 마르티노 국립 박물관이었다

이곳은 상당히 높은 곳에 있었다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가서 표를 산 후에 열차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 전철표 1일권 같은 게 있을 텐데 싶다

잘 알아보고 했으면 돈을 좀 아낄 수 있었는데 싶다

아르테카드도 3일권을 사면 교통수단이 포함되어 있다던데 정보가 있으면 정말 돈을 많이 아꼈겠다 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역에서 내리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잠깐 오다 말려나 싶은데 비가 점점 굵어진다

결국 우산을 하나 샀다

전철표 1일권을 샀으면 위로 올라가는 트램을 탔을 텐데 하면서 우산도 샀겠다 25분이라니 운동 겸 올라가자 하고 출발을 했다

돈이 좀 들더라도 트램을 탈걸 그랬다

생각보다 오르막이 가파르고 계속 올라야 했다

정상에 도착을 하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니 또 비가 오고 안개가 낀 풍경이 매력이 있다

이곳도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지만 카르세타 궁전을 보고 오니 상대적으로 별로였다

이곳은 위에서 풍경을 보는 것이 매력일 것 같은데 오늘은 바다 쪽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오래된 건물과 정원에 세차게 내리는 비가 참 운치가 있다

산 텔모의 정보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정원에서 산 텔모 성이 보인다

바로 옆에 있고 이곳도 아르테카드에 포함된 곳이라 가보기로 했다

이미 내 바지와 신발은 전부 젖어버렸다

이렇게 된 거 자신 있게 걸어 다니자 했다

올라가는 길이 참 멋있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성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대포들과 총을 쏘기 위한 구멍들이 내 머릿속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긴 이곳은 풍경을 보기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방어를 위한 곳이다 싶다

성벽이 너무 높아서 대포나 총을 쏘는 구멍이 아니면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비도 많이 오고 그래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싶었다

아까 올라온 길로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니 왼쪽 무릎이 뻐근해진다

계단의 폭이 넓어서 자꾸 왼쪽 다리로만 내려가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오른쪽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왼쪽 발을 먼저 움직였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군대에서 항상 왼쪽 발부터 움직이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습관이 된 모양이다

어느새 베어버린 습관을 바꾸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싶다

어렵게 어렵게 숙소로 돌아왔다

신발과 옷이 젖어서 가방까지 싹 빨았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필요할 때 잘 말라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다

일단 오늘 많이 오르내리기도 했고 빨래가 안 마를 테니 핑계김에 오전에는 안 돌아다녀야겠다

밤에 축구나 봐야지

2025.1.11

아 다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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