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럽여행기(16)

첫 유럽축구 직관

by 이재민

어제 오던 비가 아침에도 주룩주룩 내린다

어제 가방과 운동화 경량패딩까지 다 빨았다

안 그래도 운동화는 나미비아 사막 때부터 묻어있는 모래를 없애야 했고 가방은 때가 찌들어 있었다

패딩은 그리스랑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워서 그런지 원래 섬유 냄새에 담배 냄새까지 나서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축구를 보기 전까지 다 말릴 수 있을 것인가였다

일단은 모르겠고 손빨래를 했다

일단 빨고 널어서 물기가 빠지게끔 해놓고 무엇이 있나 숙소를 뒤졌다

아파트를 통으로 빌려주는 숙소라 있어야 할 건 없고 없을 게 있곤 한다

일단 드라이기를 찾았다

봉지에 빨래를 넣고 드라이기를 돌리면 건조기 돌린 것 마냥 금방 마른다

하지만 드라이기는 보이지 않았다

방에 히터를 돌리니 방에다가 널까나 했는데 좀 부족하다 싶다

방을 뒤지다 보니 전기 히터가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혹시나 옷이 타거나 불이 나지 않게 절반만 켜놓고 거리를 살짝 두었다

밤새 그렇게 해 놓으니 아침이 되어 바싹 말랐다

옷이 잘 말라 있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분명 어제 많이 오르락내리락해서 오전에는 뒹굴뒹굴 좀 하고 쉬려고 했다

근데 새벽부터 깼다 잤다 깼다 하다가 6시부터 말똥말똥해 있었다

유튜브도 보고 아침도 먹고 놀고먹다 보니 너무 심심하다

2달 넘게 여행을 하다 보니 숙소에 쉬고만 있는 것도 잘 못하는 것 같다

분명 유럽 여행은 여유롭게 일주일 살기처럼 있으려고 했는데 그걸 잘 못하는 것 같다

11:30쯤 되니 비가 좀 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책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Mercatino fuorigrotta라고 하는 시장이 있어 다녀왔다

다양한 잡화들과 식재료들을 팔고 있었다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온도가 많이 내려갔다

밤에 축구를 보려면 춥겠다 싶었다

그래서 모자나 머플러 중 뭐라도 사야겠다 싶었다

나폴리 나 이태리라고 써져 있는 모자를 살까 하다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잉글랜드에서도 축구를 봐야 하는데 무지가 낫겠다 싶었다

모자를 평소에 안 써 버릇해서 조금은 불편했지만 확실히 따뜻함을 느꼈다

모자를 사고 마트를 가서 장을 봤다

마트를 가니 간단히 사려고 했는데 자꾸 욕심이 생긴다

특히나 삼겹살이 있었는데 자꾸 눈에 밟힌다

구워 먹는 건 좋은데 곁들여 먹을 것이 없다

뭐가 없을까 두리번거리다가 살사 마요 소스가 눈에 들어온다

숙소로 돌아와서 삼겹살을 구워서 샐러드에 살사 마요를 뿌려 곁들여 먹으니 참 맛있다

축구를 보는 시간이 다가 올 수록 괜히 긴장이 된다

축구 티켓을 예매 대행을 해주는 데서 편하게 구매를 했다

오늘 이메일이 왔는데 어디서 구매했냐고 물으면 친구한테 선물 받았다 말하는 게 좋단다

느낌이 시즌권이나 선예매로 구매한 사람이 양도를 해주는 방식인 것 같다

잘못 이야기하면 티켓이 무효화될 수도 있단다

괜히 이야기를 들으니 긴장이 된다

괜히 대행으로 샀나 싶기도 하고 귀찮아도 직접 살 걸 그랬나 싶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래되어 보이고 생기라고는 없어 보이던 경기장이 경기 날이라고 불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시간이 되어 긴장된 마음을 가지고 숙소를 나섰다

내가 들어가야 할 게이트로 가서 줄을 섰다

표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짐검사를 한 후에 티켓의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입장이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입장을 하였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니 생기가 넘치는 경기장이 되어 있었다

역시 많은 관중이 모이니 생기가 넘치다 못해 열기가 엄청나다

나폴리팀은 서포터스가 두 팀이었다

처음에는 하나는 원정 서포터스인가 했다

하지만 둘 다 나폴리의 서포터스였다

이 두 팀의 합이 맞는 포인트는 딱 두 가지뿐이었다

선수 스타팅 멤버가 호명될 때와 골이 들어갔을 때뿐이었다

두 서포터스 모두 다 응원이 대단했지만 따로 노는 느낌이라 조금은 아쉬웠다

둘이 합을 맞추는 응원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부터 나폴리가 골을 넣었다

그 이후로 전반전은 나폴리가 압도적이었다

후반이 되고 조금은 분위기가 다운되고 산만해지는 분위기였다

그때 나폴리의 멋진 중거리 슛이 골이 되었다

경기장은 다시 흥이 오르도 열기가 뜨거워졌다

역시 골이 들어가야 재밌다

오늘 경기는 나폴리가 2:0으로 승리를 하였다

그로 인해 나폴리 팬들은 굉장히 신이 났다

경기가 끝나서도 한참을 응원을 했다

경기가 다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거의 11시가 다 되었다

숙소를 경기장 근처로 잡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올라온다

여유롭게 숙소를 가려는데 날씨가 엄청 추워졌다

다들 어떻게 집으로 가려나~

나는 숙소가 코앞인데~ 하면서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유럽 축구 직관은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많이는 아니지만 k리그와 k2리그를 봐왔다

일단 서포터스가 탄탄하고 경기장에 사람이 많으니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다

경기와 선수들의 열정은 한국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기장 수준도 잔디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비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작년에 k리그 인기가 많이 올라왔던데 계속 잘 발전시켜서 열정적인 리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 재미있었다

2025.1.12

열쩡 열쩡!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럽여행기(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