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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바지를 일상에 입고 다니는 나

일곱 번째 글: 패션 테러리스트 (?)

by 혼돈의 나

나는 패션 테러리스트이다.


대부분의 시간, 난 스노우보드 바지만 입고 다니거나 롱코트로 나를 가리고 있으니 말이다.


20대, 30대엔 그래도 나름 꾸미고 다녔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장소에 30대 초반에 옮겨왔고 초반엔 나름 꾸미고 다녔지만, 지금의 난 패션테러리스트로 변하고 말았다.


이렇게 나를 감쌀 옷만 고르거나 젖지 않거나 따뜻한 그런 옷만 찾으니 말이다.


여기는 겨울이 거의 6개월이다.

봄이 5월, 여름이 6, 7, 8월, 가을이 9, 10월. 그리고 나머지는 다 겨울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런 곳에 지금 사는 나는 스노우보드 바지를 줄곧 입고 다니고 눈 치우기에 바쁘다.


별로 스노우보드 탈 일도 없다. ㅎ

육아를 빌미로 야외 취미는 멀리 두고 집 안에서 할 것만 찾았으니 말이다.

그 보드 바지를 지금 겨울 내내 입고 있거나, 다른 바지를 입으면 롱 코트로 온몸을 감싼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따뜻하거나 실용적인 것이 우선이 되었다.

너튜브에 간간히 그런 쇼츠가 돌아다닌다. 이 나라에 온 지 얼마냐에 따른 옷 스타일을 변화를 보여준다.

초반엔 파리지엥처럼 입고 다니다가 1년이 넘으면서 패딩 또는 트레닝복만 입고 다니는... 그런 쇼츠 말이다.


여기서는 그렇게 한국인의 관점으로 보면 나는 그냥 그저 그런 중년의 애 아빠 패션을 하고 나선 패션 테러리스트인 것이다.

그리고 유독 보드 바지만 입고 다니는...


중년의 애 아빠.. ㅎ

내가 살 옷은 안 사면서, 아이들 옷 귀여운 것만 보면 하나도 안 아까운... 그리고 지갑을 꺼낸다.

어제도 그랬다.

돈 없다면서 애들 트레이닝 복을 그냥 사버렸다. ㅎ


애들 입은 걸 보고는 잘 샀다고 생각했다. 설령 큰애 옷이 살짝 컸음에도 별 신경을 안 썼다.

이쁘고 어울려 보였으니깐.


그리고는 가끔씩 생각한다.

나도 꾸며야 하는데...


하지만 정작 눈이 계속 오고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덕분에 보드 바지는 정말 쓸모가 있다.


보드 바지인가 아님 겨울 캐주얼 바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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