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의 유학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나름대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게 멈췄다.
갑작스럽게 귀국했고,
그 후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엄마와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안했다.
귀국 후엔 폭언과 폭행이 잦아졌다.
그래도 나는 그 와중에 검정고시 교재를 펴고 공부했다.
“이제는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루하루가 버티는 싸움이었다.
책을 펴도 집중이 되지 않았고,
눈치와 공포 속에서 하루를 버텼다.
결국 어느 날,
계속 맞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도망쳐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한테 맞았어요”
그 한마디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신고 후 경찰과 함께 집을 나왔고,
그 길로 학대피해아동쉼터로 옮겨졌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안도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쉼터 아이들과의 밤이 낯설었고,
조용히 잠드는 게 어색했다.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 조용함이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쉼터에 있으면서도
검정고시 공부는 계속했다.
이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내 힘으로 나를 세우는 방법이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매일 꾸준히 공부했다.
시험 날, 긴장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이후에 결과 발표가 나온 날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봤을 때,
그동안의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날 이후,
‘혼자’라는 단어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혼자였지만, 나는 괜찮았다.
아니, 혼자였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라는 건,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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