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을 보고
취업을 위해 대략 50통 정도의 이력서를 제출했던 사람이 50번째에 드디어 취업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이제 그 전의 49번의 시도를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50번째에도 취업에 실패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50번의 모든 실패의 기억을 안고 더 무거운 51번째의 시도, 자신을 더 작아지게 하는 52번째의 시도를 이어가겠죠. 그 모든 것은 결국 실패로만 기억될 것입니다. 현재 개인적으로도 각각 이런 실패의 기억들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한 나라로 그 범위를 넓혔을 때 미국은 9.11이라는 큰 실패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그 실패의 기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다른 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음에도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한 설리 기장의 선택에 대한 의문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것은 비단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뿐만이 아니라 설리 기장 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죠. 설리 기장은 비행기가 건물과 충돌하는 꿈을 꾸고 또 상상하면서 자신이 충돌 사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잘못된 선택으로 많은 사람들을 더 위험에 내몬 건 아닐까 고민합니다.
이런 그의 두려움의 기저에는 9.11 테러가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국민적 트라우마가 된 그 사건은 특히나 비행기를 운전하는 설리 기장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9.11이라는 실패의 기억 때문에 더 큰 압박을 느낀 그는 건물과의 충돌 위험을 피해 전례 없던 비상착수라는 시도를 했던 것이죠.
그런데 모의 비행을 통한 조사 과정에서 그가 다른 공항으로의 비상착륙을 시도했다면, 건물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죠.
그러나 어쩌면 9.11이라는 실패의 기억이 없었다면 설리 기장도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비상착수라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또한 비행기가 비상 착수한 뒤의 해양 구조대원들, 승무원들, 또 크루져 운전사 등 많은 사람들의 즉각적인 구조 활동들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들의 트라우마로부터 온 상처와 두려움,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이런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 영화의 부제가 허드슨 강의 '기적'이지만 여기서의 '기적'은 단순히 우연으로 나타난 '기적'이 아닌 실패의 기억으로부터 이루어낸 인과관계를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그간의 실패가 그래도 성공을 향한 과정이 되었다고 조금은 위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나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도 여러 국민적 트라우마가 된 사건들이 있지만 현시대 사람들 모두가 공유하는 사건은 '세월호 사건'일 것입니다. 그 당시 정부의 대처는 우리에게 상처가 되었고, 명백한 실패의 기억입니다. 심지어 제대로 조사조차되지 않은 그때의 실패는 우리가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수도 없는 답보 상태에 놓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후, 무력감에 빠진 한국에서는 이 실패의 기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부산행>, <터널>등의 재난 영화들이 인기를 끌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실패를 곱씹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처럼 우리도 실패의 기억을 바탕으로 성공의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너지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영화들보다, 이제는 그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금 재건해 나가는 영화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건 '나라'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재건을 모색했어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세월호 사건' 이후로 또 다른 실패의 기억을 안게 되었습니다. 전례 없던 '게이트'를 목도하게 된 것이죠. 이는 우리에게 연이은 좌절감을 경험하게 하며 우리의 다음을 51번째로 냈던 이력서처럼, 또 52번째에 낼 이력서처럼 더욱 두렵고, 암담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설리 기장과 구조대원처럼 실패의 기억을 안고 성공을 이루려는 거센 움직임이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에는 우리의 실패가 저번으로 끝났기를, 그때의 기억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서로 위로 할 수 있기를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을 보며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