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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Sep 01. 2016

낯선 여행자의 시간

<책 소개>

<네이버 | 책> 출판사 서평


산문집이라는 소개와 달리 첫 장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이 등장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목차에서 제시하는 것들은 거의 모두가 고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철학적 명제들과 같은 것들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며 쉽게 읽히는 그런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문장에는 나름의 고민이 들어 있었다. 원래는 목차에서 제시한 각 장을 더욱 깊이 고민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순간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솔직히 거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넘겨 갈수록 불편하지만 곱씹어볼 만한 그만의 독특한 사유의 세계가 점점 와 닿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왜 회칙 <신앙과 이성>에 나오는 "… 모든 남녀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철학자들이고, 자신들의 삶을 이끌고 갈 나름의 사상(책에서는 "이념"이란 단어를 채택했다.)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인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은 맹목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맹목에 대한 저항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사회에 만연한 사상과 가치의 획일화에 대하여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적 진영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의 의식의 풍토가 문제라는 점을 비판하고자 한 것 같다. 표지의 뒷면에 선명하게 그리고 서늘하게 와닿은 글귀가 정치적 현상이 아닌 의식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비판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그대가 자신의 지성에 대하여 부끄러움이 없다면 그대는 모두에게 부끄러운 존재일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인간 존재의 관념"에 대한 산문 치고는 글이 조금 무겁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 덜 다듬어진 미숙한 부분 역시 발견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세계에 대한 사유적 언어는 어떤 곳에서는 매우 시적이기도 하고 또 어떠한 곳에서는 새로운 철학 명제처럼 단호하다. 


저자는 이 글 전체를 하나의 서문같은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 말은 이 내용을 이어받은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이 책을 다 덮고 나서야 디자인이 아주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요즘에 그 흔한 표지 날개 조차도 없으며 저자 소개 조차 간략하다. 이 서평을 쓰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언론에 관한 언급이었다. 인간 존재의 시선에서 각 존재자의 공동성을 연결하고 그것을 사회 체제로 엮어낸 저자는 언론 문제에 대한 인식을 "… 인간 존재 최소한의 양심 문제이며, 최소한의 인식 문제이며, 사회 체제를 구성하는 인간 존재로서 최소한의 양식의 문제이고, 사회 혹은 국가라는 체제 내지 체계라는 규범을 있을 수 있게 하는 '이성적 분별'의 문제' …"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어서 "… 인간 존재를 광기의 도구로 언제든 전락시킬 수 있는 가치의 몰락이며, 가치의 학살이며, 따라서 그것은 일어나는 모든 사태와 인식할 수 있는 보편 가치들의 몰락으로써 불행…" 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를 통틀어 "언로"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기록되는 언론의 기사 자체가 바로 역사라는 것을 저자는 통렬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보편 가치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자신만의 사유와 다소 추상적인 문체를 통해 일깨우고자 하고 있다. 


이 사회의 모든 문제가 정치적 파벌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 것 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작 현재 이러한 대립 상황을 만든 이 사회의 의식의 풍토를 제대로 인식하고 성찰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정치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에 대한 그의 비난은 거침이 없다. 


이 책은 산문집이라 소개되었지만 "철학 에세이"라 칭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지명도와 이력과 관련하여 이 말 자체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저자의 의사에 따르기로 하였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우리의 인문학이 상업화 되어 있는지 또 인문학에 대한 인식이 저급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이력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그의 문장에는 미숙하지만 인간의 "사유"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현재 이 책은 출판사에 재고를 보유하고 있음,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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