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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Dec 03. 2016

지긋지긋한

<작가의 생각 | 노트>

나는 <국민>이라는 낱말을 마주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난다.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말조차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주입된 언어에 길들여지는가. 그리고 순응하며 사용하고 있는가. 


헌법에 새겨진 이 낱말은 노예의 외침이다. 국가의 이념과 국가의 정체를 규정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어도 국가에 의해 이념과 정체가 규정지어지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노예 뿐이다. <국민>이라는 말은 바로 그 상징의 전형이다. 우리는 노예이며 다만 외형만 주인 행세를 하도록 국가 권력에 의해 규정되고 있으며 이를 명문화하고 헌법에 <국민주권>이라는 치욕적인 말을 새겨두었다.


노예였던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므로 여전히 노예이며 그것을 명문화한 낱말이 일상에서 흔하게 당연히 사용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여전히 국가의 통치 지배 단위에 불과할 뿐 국가와 그 정체를 규정하는 주인은 되지 못한 것이다. 마치 그런 듯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말은 관념을 지배한다. 지긋지긋하게 반복하며 주장되는 이 말은 내 의식의 저항이며 작은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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