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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Dec 18. 2016

세상을 향한 창

<작가의 생각 | 노트>

소셜 미디어(미니홈피, 트윗, 페이스북 등)는 오래 전부터 내게는 세상을 향한 창이었다. 이 매체를 통해 나는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세상은 내 속을 엿보곤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기대한다. 순간순간 마주치는 세계도 스쳐가는 시간도 낯설었고 현재도 역시 그렇다. 그 낯섦 속으로 뛰어든 나의 사유를 위한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삶은 참으로 고단했다. 누구나 그러한 삶을 살아간다.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삶이라는 고해가 아닐까. 나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삶의 바탕을 들여다 보고자 노력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의 생계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촘촘하게 옭아매는 생활고 해결을 위한 인생은 어떻게든 생각하고 몇 줄의 글을 남기는 인간이 되고자 발버둥치게 만들었다. 그것은 종종 매우 슬픈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슬픔을 글로 적어 나갔고, 또 사진으로 담았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면 모든 것들이 일과 일 사이에 쫓겨다니며 몸부림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낯설어졌고 나는 떠돌이였으며 뜨내기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낯선 곳에서 나 자신과 마주쳤다. 형언할 방법이 없는 그런 체험이었다. 그 순간 나는 떠돌이 여행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사실의 기록인지 아니면 어떤 속삭임같은 영감이었는지는 불분명했다. 그랬다. 그렇게 나는 생존하기 위해 미친듯이 발버둥쳤고 그 몸부림의 틈 사이 사이의 짧은 시간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남겼다. 나는 그 짧은 글들이 어떤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가 나의 일부분이었다. 그렇게 남겨진 메모들이 조금씩 쌓여 갔다.


나는 음식을 버리고 잠을 버리고 그러다가 결국은 몸을 버렸다. 일을 하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다른 일을 찾아 돈을 벌었다. 그 돈은 나를 숙소로 돌아갈 수 있게 했고 밥을 먹여 주었다. 잠시 침대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면 길바닥에서 주워 담은 영감들이 새겨준 메모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문장들은 서툴렀다. 그리고 여전히 서투르다. 어린 시절의 글쓰기를 이어오던 나의 습관은 하나의 관성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전혀 그 서투름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


서투른 관성이 나의 사유로부터 냉철함을 앗아가고 온통 영감에 들뜬 흥분의 소용돌이 속으로 집어넣고 내뱉을 쯤이면 그것은 오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함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던 것이다. 


의식은 들뜬 마음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의 지표를 따라가야 했다. 나는 겨우 지성의 걸음마를 시작한 희열에 도취되었던 어린 짐승의 열기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이성은 인식을 통해 명확해지며 이로써 이성은 분별과 선택의 명백한 기준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 이성은 그저 관념의 여기저기를 맴돌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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