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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Jan 04. 2017

글은 영혼의 형상이다

<작가의 생각 | 노트>

세상에는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음식이 있다. 그런데 그 다양한 음식과 맛을 앞에 두고 “담백한 된장을 먹어야 한다.”는 당위를 제시한다면 그것은 이미 음식이 아니라 음식이 도덕이 되는 순간이다. 즉, 음식을 하는 사람이 음식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사람들 숫자 그 이상의 생각과 그 생각을 따르는 문체와 문장이 있다. 문장이 간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간결한 문장을 좋아하는 취향이 마치 “글을 쓰는 법”이라도 되는 양 “그러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글쟁이가 아니라 그것을 빙자한 권력자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글은 그의 영혼을 드러낸다. 그것이 긴 문장이건 화려하건 그것은 글을 쓰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다.


화려한 문장이나 논법을 지적하는 많은 작가들과 지식인들을 본다. 그리고 그 안에 그들의 드러난 밑천도 동시에 본다. 화려한 문장, 그리고 다양한 논법을 “이건 아니야” 하는 식으로 평가하는 그 사람은 “인간의 영혼도 성형하고도 남을 사람”일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떠해야 한다는 법칙 따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계속 창조하고 또 창조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지성과 영혼에 가장 가까운 문장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신분으로 그리고 경력으로 자신의 문장에 든 천박하고 저급한 사상의 빈곤을 가진 작자들을 지독하게 혐오하고 경멸한다.


문제를 삼아야 하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사상과 그 글이 접근하는 논리와 추구하고자 하는 진실이어야 한다. 문체가 어떠하니 하는 것은 사람의 외모나 차림을 가지고 문제 삼는 매우 무례하고 오만하기 그지 없는 짓거리일 뿐이다.


이 땅에는 그런 천박한 권력자가 글쟁이들인 경우가 매우 많다. 또 그 권력에는 글을 통해 그들에 굴종하는 노예들 역시 많다. 나의 투쟁은 이 세계에서 나의 말과 글을 만들고 그를 통한 저항에 의해 나의 사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 사상이 얼마나 진부한 것인지 혹은 흥행할 수 없는 것인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나의 사상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보고자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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