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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Jan 06. 2017

천박한 인식

<작가의 생각 | 노트>

세계의 변화는
세계를 이루는 가치의 변화가 없이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창조한 문명을 보며 마치 전지 전능한 듯한 착각에 사로 잡힌다. 그렇다. 그것은 사로 잡힘일 뿐이다. 자신의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 지에 대한 무감각은 '사로 잡힘'에서부터 시작된다.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의 지향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이미 강력하게 의지하고 있으므로 다른 비판적 인식이 이에 개입할 여지는 희박해진다. 바로 이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는 전제가 배제될 개연성도 높아진다.  


인식의 천박함이란 인격의 고귀함과는 무관하다. 비판적 이성의 오류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존재자는 이 오류를 배제하기를 회의하고 어떤 존재자는 오류 자체가 없음을 확신한다. 뿐만 아니라 적어도 이 두 경우의 차이 안에 발생하는 각 단계별 가능성에 대한 성찰에도 인식을 작용시키려 하는 이가 있는 반면 완전히 단편화 시켜 결론으로 곧 바로 귀결시키는 이들도 있다.


인식의 천박함이란 바로 이러한 경우들에 대한 성찰의 이성적 의지가 있는 지성인가 아닌가 하는 것을 견줄 때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다. 고매한 인품과 인식의 천박함은 함께 동반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변화는 세계를 이루는 가치 기준의 변화 없이는, 가치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없이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세계는 인식이라는 동기를 너무 소홀히 다룬다. 목적과 결과에 따라 동기와 과정이 무시되는 만큼 물질 세계는 팽창하고 그 내면은 공허해지게 된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냉정한 현실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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