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환 Jan 23. 2017

여행자들

<작가의 생각 | 노트>

아침이 찾아와 우리를 깨우기도 하지만
우리가 깨어남으로써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도 한다



인간 존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여정을 관통하는 여행자들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고통을 마주하기 전까지 삶을 살아간다는 용기를 가질 수가 없었다. 그 비참들을 통해 성숙해지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다.


삶이란 단순한 시간 이상의 의미가 았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를 통해 판단하는 인식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삶을 인식하고 발견하기 위해서는 삶의 과정을 어느 정도 관통해야만 한다. 삶이라는 시간을 어느 정도 관통하기 전까지는 ‘살아감’을 인식할 수 없다. 그저 인간 존재 앞에 놓인 똑딱이는 시계와는 다른 것이 삶이다. 이 삶에 대한 인식은 무형의 어떤 차원과 존재자의 정면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삶이란 인간 존재의 방황의 과정이다. 그 속에서 찾고자 하는 삶의 의미들은 ‘이성의 인식’을 거쳐야만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낯설고 황량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생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방황할 수밖에 없다. 그 방황은 곧 순간순간 마주하는 삶과의 충돌이며 고통과 번민의 몸부림이다.


“가느다란 사유의 지팡이가 굳은 다리를 후려치고 나의 외투가 나를 발가벗기는 비참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현실이다.


이 비참의 고난은 허무하거나 공허한 소모의 시간만은 결코 아니다. 때로는 약삭빠른 탐욕하는 짐승이 되기도 하는 것이 인간 존재이지만 “여행자들의 몫은 늘 새로운 곳” 혹은 “미지의 어느 곳, 어느 때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여행자의 시간은 그러므로 언제나 낯설다.


고달프지 않는 삶을 사는 인간이 있을까. 금수저든 흙수저든 그 누구도 삶의 본질적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누구는 몸부림치며 인식을 통해 의미라는 열매를 맺고 누군가는 허무하게 먼지처럼 사라져 간다.


그렇다 여행자의 첫 과제는 어디로 향할 것이라는 목적지에 대한 결의나 포부가 아니라 이 여정의 첫 걸음을 내딛는 나 자신은 어떠한 존재자인가 자각하는 것이다. 이 자각은 그를 고유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그의 여정은 그 자신만의 것이며, 어느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특별한 어떤 것이 된다.


그가 눈을 뜰 때 세상은 그에게로 다가오며, 그가 귀를 기울일 때 의미는 그에게만 속삭이는 특별한 어떤 것이 되어준다. 그렇게 인식은 고유한 존재자마다 제각기 다른 아침을 맞이하게 한다.


아침이 찾아와 우리를 깨우기도 하지만 우리가 깨어남으로써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도 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괴와 창조, 화려한 문장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