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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Dec 22. 2021

퇴사 후 알게 된 사실들, 퇴사 후 상사의 연락

그분 때문에 참 괴로웠다

퇴사 이후, 상사가 연락한다면 무엇 때문에 연락을 했을까?


특히나 업무 시간 중에 전화를 했다? 

나는 이미 다른 회사에서 업무 중이다. 

인수인계는 이미 1개월 동안 후임에게 한 상태. 


판단했다. 

이건 그냥 나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없는 것이구나. 


혹시나 업무 적으로 미진했던 인수인계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일터에서 힘겹게 적응하고 있을 사람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안 했던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거니와,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도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삭인 와이프를 두고 주말 출근과 야근을 종용하던 직장 상사이고, 퇴사하는 날까지도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할 시간은커녕 퇴사 날 저녁 6시까지 꽉 채워서 일을 시키던 사람이다. 


나는 건강도 악화되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황이었다.


"힘들었구나? 1주일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자"


내가 퇴사한다고 했을 때, 나의 상사가 내게 말했다.


"1년 동안 생각했습니다. 다음 주라고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 퇴사 말씀드린 거고, 지금부터 1개월 뒤를 퇴사일로 하겠습니다."


회사의 근로계약서 상 퇴사 이전 1개월 전 통보를 해야 하는 의무를 염두한 대답이었다.


나의 상사는 더 이상 이야기가 없었다.


내가 3년간 일했던 직무는 내가 맡기 전 10년 동안 1년 이상 버텨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가 퇴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팀 상무님이


"내가 당신 우리 팀으로 데려오려고 당신 상사한테 3번이나 얘기했다 거절당한 거 알아? 그런데 그게 다 자기가 싫다고 했다던데, 나가는 마당이니까 물어볼게. 사실이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내가 가고 싶은 팀이었고, 내 커리어상으로도 너무 도움이 되었을 자리였다. 매일 나에게 업무에 대한 질책을 하면서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으니 다른 팀으로는 안 보냈던 것이다. 너무 화가 났다.


그때 내게 말씀하신 그 팀의 상무님은 지금 그 회사의 사장님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힘들어하던, 내게 매일 질책만 하던 나의 상사는 내가 수차례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를 보냈다.


"나가고 나니 빈자리가 느껴지네. 새로운 곳 업무는 어떤지. 다시 돌아올 생각 있으면 연락 줘."


돌아갈 생각도 없었고, 대꾸도 하기 싫었다. 그 사람이 먼저 회사를 나가주기를 바랐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내 인생이 아까웠다. 


지금도 생각하면 잘 그만뒀다. 


어찌 보면 나가고 나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 퇴사한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것에 미련 없이 대꾸도 하지 않은 것이 나를 힘들게 한 이전 상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할 때 다른 팀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윗사람들 보면서 왜 저럴까? 저러면 안 되는데 싶은 것 있잖아. 그리고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 그거 잘 기억해. 그리고 윗사람이 되면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고 말해봐. 그러면 정말 좋은 상사가 될 수 있어. 나가기 전에 같이 일해봤으면 좋았을 걸, 아쉽네."


회사와 상사에게 받은 상처에 서러웠던 날들이 떠오르며, 지금은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 회사에 문득 감사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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