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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Dec 31. 2021

37.99세, 아직 방황하면 안 되나요?

내일이면 38세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이다.


1년 365일 중 364일이 지났으니, 정확히 오늘로 나의 나이는 37.9972살이다(364 나누기 365는 0.9972).


그나마도 낮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는 37.99863세. 곧 38세이다.


20대 시절 내가 생각한 38세는 고민 없이 흔들림 없이 굳건히 뜻하는 인생의 길을 묵묵히 살아가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살아왔다.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서른이 되어 두 아이 아빠가 되어 몇 군데 회사를 옮겨 다니며 회사원으로 여기저기 살며 정신을 차려보니 서른여덟이 되었다.


친구들은 이제 막 아이를 낳아 어린아이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기 시작한 친구들도 많다.


개중에는 몇 년 전 시작한 사업이 잘 되어 한 달 수입이 얼마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첫 회사에서 같이 일을 시작한 대학교 동기는 이제 예전에 우리가 신입사원 시절 멀게만 느껴졌던 아저씨 부장님들이 지금의 우리랑 비슷했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짓기도 했다.


뒤돌아보면 열심히 살았지만, 정말 빠르게 지나간 근 10년이다.


무엇을 이루었냐고 물어보면 가장 큰 일은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다는 점이며, 무탈하게 월급이 들어오는 회사에서 꾸준히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한 일은 양가 부모님 모두 아직 건강히 지내시며 손주들과 놀아주실 수 있다는 점, 형제들 모두 평안한 가정 이루고 우애 있게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할 나위 없이 바랄 것이 없지만, 37.99살의 나는 여전히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황'이라기보다는 빠르게 지나간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의 10년은 더 빨리 갈 것이기에, 47.99살이 되어 있을 내 10년 뒤를 위해 앞으로 10년 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36.9살의 내가 37.9살이 되기까지 1년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다'이다.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명제'라는 단원에서 배운 가장 큰 배움은 '참'인 명제의 '대우' 역시 '참'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변화를 원한다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무언가 '다르게'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다르게' 살 것 인가. 무엇을 '다르게'할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사실 답을 찾고 있다기보다는 답을 실행하기 위한 용기와, 20대 천둥벌거숭이 시절처럼 온몸으로 실패를 감내할 치기보다는 실패와 성공의 격차를 최대한 좁히기 위한 주도면밀함이 지금은 필요하다.


20대 시절의 방황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희망의 격렬한 싸움이었다면, 37.9982세의 방황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미래에 대해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의식적인 의문,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기회비용에 대한 스스로의 방어력에 대한 복잡한 수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렇게 될 것은 그렇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될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오늘 하루는 차분히 차를 마시며 차가운 겨울 바다의 파도가 지워내는 해변가에서 녹아내리는 쌓인 눈과 수평선을 바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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