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청각 시각
중앙시장 근처 아바이 마을에는 오징어순대가 유명하다.
오징어순대는 오징어 속을 채워 찐 후 썰어내는데, 이를 계란물을 입혀 전처럼 부쳐낸 것이 속초 중앙시장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고소한 계란물을 묻혀 기름에 지져내는 냄새는 속초 중앙 시장에서 가장 많이 맡을 수 있는 냄새 중 하나다.
닭강정을 튀겨내는 냄새는 별로 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닭강정집이 현장에서 튀겨내는 것 같지 않다.
다른 닭강정을 파는 곳들도 냄새를 풍겨가며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혹은 연말에 너무 많은 관광객들을 기대해서 많이 튀겨놓은 것일까.
몇 년 전 골목을 가득 채우던 닭강정 튀기는 냄새는 이날은 맡을 수 없었다.
자꾸 사지는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관광객의 태도에 참다못한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관광객은 아마도,
"저 가자미는 괜찮은 물건인가요?"
라고 물어본 것 같다.
"아 몬 써요!" 진한 강원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아주머니는 짙은 눈썹 문신을 하신 분으로, 인상을 쓰자 짙은 눈썹이 더 돋보였다.
더 이상 나는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팔지 않겠으니 사던 말던 맘대로 하라는 아주머니의 당찬 태도에 관광객은 놀랐는지, 오히려 신뢰가 갔는지,
"한 마리 썰어서 포장해주세요"
하고 말했다.
쑥스러웠는지 아주머니는 아무 말없이 제철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싱싱한 가자미를 들고 가서 회를 썰었다.
어떻게 제철 맞은 가자미가 못 쓸 물건이겠는가.
나무 막대 사이로 줄을 걸어 입을 꿰어 줄을 맞추어 매달아 놓은 마른 생선들이 보인다.
언젠가 강릉 큰 엄마 댁에서 먹어본 '열기'라는 생선도 보이고, 부산의 어느 시장 골목 노포에서 생선구이를 먹다 본 '빨간 고기'라는 물고기도 보인다. 혹은 비슷한 생선일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춥고 건조한 겨울바람은 줄줄이 매달린 생선을 더욱 맛있게 요리하는 것 같다.
시장 안에 음식을 만들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 중에 외국이 고향인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미 한국 땅에 정을 붙이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에게 '외국인'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우리보다 더 많이 한국 음식을 만들고 있고, 한국에서 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꿈을 꾸고 있는 타향살이하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부쩍 더 많이 보인다.
웃음을 잃은 그들을 보며, 그들의 고향에서 살던 시절의 내가 그들의 고향에서 보았던 수많은 미소를 기억하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