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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an 05. 2022

나이가 12살 많은 팀원이 생겼다. 내가 팀장인데...

띠동갑이다.. 위로 띠동갑

31살에 작은 팀의 팀장이 되었다.


팀원은 2명.


한 명은 2-3살 어린 팀원이고, 다른 한 명은 나보다 정확히 12살이 많은 직원이다.


위로 띠동갑.


나의 막내 외삼촌이 나랑 10살 차이가 나는데, 거의 막내 이모뻘이다.

이 띠동갑 팀원분은 이 회사에서만 10년, 입사 이후 이 팀에서 10년째 같은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이다.


실제 매장 판매사원부터 시작하셔서 이 업계에서는 총 경력 15년, 거래처에서도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다.


나는 이 업계에는 경험이 없고, 이 회사도 입사한 지 1년이 갓 되었다. 회사 총경력이 4년 정도.


팀원분 입장에서는 까마득하게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사람이 팀장이라고 와서 상사 노릇을 하겠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동료 직원분들이랑 하시는 것도 들었다.


나 역시도 잘해보려는 마음은 있지만 이 분과 어떻게 잘 업무를 해나가야 할지, 갈피가 쉽게 잡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직급이 더 높다거나 더 아는 척 허세를 하면서 표면적으로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그 분과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

(그분의 직급은 당시 '과장', 호칭을 '과장님'으로 지칭한다. 내용은 요약했다.)


"과장님. 솔직히 제가 이쪽 업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과장님과 제가 협력이 없다면 팀 운영은 불가할 것 같습니다. 나이도 한참 제가 어리지만 책임감 있게 제가 팀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해내도록 할게요."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한 부분에서 조금 마음이 열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팀장님, 그렇게 말씀 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제가 걱정했던 부분은, 팀장님이 회사에서 윗분들이 시키는 대로만 업무 진행하시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듣지 않으실까 봐 걱정했거든요. 사실 이전에도 경험이 적은 분들이 팀장으로 오시면 그런 부분들이 가장 힘들었어요."


역시 이 분은 내가 오기 전에도 여러 명의 팀장을 겪으셨고, 계속해서 바뀌면서 이러한 상황이 익숙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셨군요. 제 생각에 회사에서 저를 이 자리로 보낸 것은, 회사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전략을 과장님의 현실적인 경험과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해서 현실성 있게 실행하기 위해서 보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과장님의 현장에서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최대한 위에서 받아들이기 쉽게 정리해서 전략적으로 보여드려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다른 부서에서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은 제가 받아내도록 할게요."


과연 경험이 없는 내가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 과장님과의 대화 전에 고민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맞아요. 사실 지금까지 위에서 하라고 하면 현실성 없는 계획들을 밀어붙이기만 하니까, 현장에서는 현장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그런 불만을 다 저한테 얘기하고는 했어요. 이전 팀장님들한테는 얘기해도 회사가 다 그런 거 아니냐는 얘기만 하시고."


안 봐도 그전에 팀장님들이 어떻게 했을지 느낌이 온다. 팀장님들 역시 고충은 있었겠지만, 위로는 얘기 못하고 아래로만 참으라고 하신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뭐 저도 100% 장담은 못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최대한 과장님과 논의하고 만들어 나갈게요. 다만 지금까지 얘기해도 안 들어주겠지.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겠지 하는 문제들은 처음부터 저한테 말씀 주세요. 저는 모른 척이 아니라 정말 모르는 문제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위에 얘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들도 제가 다시 한번 다 시도해볼게요. 저는 처음 왔으니까 모른 척 제안해도 위에서 심하게 뭐라고는 안 하실 거 같아요."


너무 장담했다가 혹시라도 실망할까 봐 조금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저야 말로 감사하죠. 그런데 과장님, 현장으로 출근하시고 하는 일도 많은데 특별한  없으시면 다시 사무실  들어오시고 바로 퇴근하셔도   같아요. 과장님 댁은 현장에서  가깝잖아요. 따님도 챙기시고 해야 하는데."


"정말 그래도 될까요? 너무 감사해요! 급한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시고 저도 연락드릴게요!"


뭔가 중요한 부분에 대해 배려를 받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배려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런 부분인 것 같고, 이런 부분은 믿고 가야 업무적인 신뢰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 매주 화요일 저희 팀 미팅에는 사무실로 와주시고, 그 외에는 편하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신 저도 1주일에 1번 이상은 과장님이랑 현장에서 직원들 만나고 거래처도 같이 만날게요. 만약 만나야 되는 거래처가 너무 많으면 저랑 나눠서 관리하시죠!"


이제는 뭔가 표정이 많이 편안해지셨다.


"알겠습니다! 거래처별로 현재 문제점이나 민감한 부분들은 제가 따로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감사해요!"


첫 단추가 잘 끼워진 느낌이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겨루는 것 없이 서로의 역할과 업무 패턴에 대해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도 어느 정도 배려받고 정리되었다고 느끼시는 것 같았다.


이전 팀장님들은 이 팀에서 과장님과 1년 이상 함께하신 분들이 없다. 그만큼 위 상사 분도 쉽지 않은 분이었거니와, 이 팀의 업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힘든 일도 많았지만 과장님과 정말 즐겁게 많이 배워가며 3년을 근무했다.

근 10년 간 이 팀에서 3년을 근무한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해와 세 번째 해에는 10년에 한 번 있는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매출 신기록을 2년 연속 경신했고, 이 기록은 영원히 깰 수 없는 기록이 되었다 (이 회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정말 '영원히' 깰 수 없는 기록이 되었다).


과장님과는 퇴사한 이후 수년이 지나도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락을 하는 좋은 사이가 되었다.


회사에서의 역할은 영원하지 않다.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 상할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대화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서로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인간 대 인간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좀 더 즐거워질 수 있음을 배웠다.


앞으로는 더 능력 있는 후배들이 나와 내가 그렇게 12살 어린 상사와 일을 하는 날도 오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도 그때의 과장님처럼 슬기롭게 잘 협력하여 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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