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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an 13. 2022

내 가게에 간판을 달은 날, 난 최악을 생각해야만 했다

아내와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을 창업하기로 결심하고, 필요한 절차들을 실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리 보아두었던 점포를 계약하기 위해, 점포 근처의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면서 문에 달려있던 종소리가 ‘띠링’ 하고 울렸다.


쓰고 있던 돋보기도 내려놓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는 채, 잠깐 졸고 있던 부모님 뻘은 되어 보이는 부동산 사장님이 종소리에 깨며 반사적으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네 저 상가 임대 계약하려고 왔는데요.” 


미리 전화를 했던 적이 있어서, 


“아 여기 뒤에 세탁소 하실까 문의하셨던 분?” 


하고 사장님이 대답했다. 


“아 네, 계약 진행하고 싶어서요.” 


“아휴 잘 생각하셨어. 그 자리가 원래부터 이 오피스텔 지을 때 세탁소 들어올 자리를 생각하고 만든 거예요. 몇 번을 알아보러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결국은 다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분명히 1등 브랜드 업체랑 계약을 하려고 했다가 좌절되었을 테니까.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어 하는 사장님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계약 일자를 체결하고 인테리어 공사는 미리 하루 전에 할 수 있을지 등을 협의하고 돌아왔다.  


가맹본부와 계약을 한 이후로는 가맹 본부에서도 하청 업체와 연결을 해주는 식이었다. 


인테리어나 간판도 한 업체에서, POS기기를 설치하는 것도 다른 POS 설치 전문 업체에서 하는 등이었다.  


간판을 설치하는 날이었다.  


왠지 오늘은 내가 몰랐던 무언가가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 점포가 있는지라 창문에서도 설치하는 모습이 보여서 아이를 돌보느라 설치하는 현장에 가보지는 않았다. 


문제가 생겼다. 


간판을 시공하는 사람들은 관리사무소에 묻지도 않고 간판을 설치해버린 것이다. 


아직 상가 공실이 있어서 우리 점포에 배정된 간판 위치가 아닌데 설치를 해버렸다. 


인근 상가의 주인이 와서 따지기 시작했다. 그 위치는 원래 본인의 간판 위치인데 본인이 미관을 위해 남겨놓은 장소이니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시공을 한 상태에서 시공업자들은 이미 가버린 상태. 


연락해도 재시공은 해줄 수 없고 그런 부분은 관리사무소랑 잘 이야기하면 잘 해결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짜증이 확 났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은 있는 상황에서 풀어볼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관리사무소에 가서 우리에게 배정된 위치가 어딘지 확인했다. 


우리 점포에 배정된 위치가 아니었다. 관리사무소장 아저씨도 시공업체로부터 연락받은 것도 없었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관리사무소에서 간판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상가 주인과 잘 협의하면 관리사무소에서도 특별히 문제는 없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간판 설치와 관련된 정부 시행령이나 관련 법령도 찾아보았다.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 법적으로 가도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일단은 문제가 생겼을 때 최악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우게 된 판단 방식 중 하나였다.


어쨌든, 피해를 주장하는 상가 주인을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크게 화를 내기는 했지만, 뭐 나는 영업사원 출신이라 거래처를 만나면 늘 겪었던 일이라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최대한 차분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사정 이야기를 했다. 


매우 언짢아하기도 했지만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지, 다행히도 이야기가 잘 마무리가 되어서 이후로도 잘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크던 작던 한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크던 작던 사소한 부분이라도 본인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더 괴로워진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을 가면 맛도 맛이지만 식당 주인이 항상 나와서 관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적당히 방치해두는 사소한 문제가 결국에는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인해 힘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 전부터 이렇다니.  


가맹 본부에서, 업체에서 알아서 잘해주리라고 아주 약간이라도 믿었던 내가 잘못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잘 되었다. 


이제 외관상으로는 번듯한 가게로 보였다. 



*이 이야기는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작은 사업을 시작했던 스토리를 담은 내용입니다. 

하나의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완성이 될 수 있도록 작성했지만, 이전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xharleskim/117 - 창업의 계기, https://brunch.co.kr/@xharleskim/118 - 창업의 준비, 가맹본부와의 계약 - https://brunch.co.kr/@xharleskim/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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