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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an 12. 2022

“그럼 점포 계약하시죠”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그 결과를 내가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우리가 몇 년간 살아온 동네에 크O토피아 같은 세탁편의점 점포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창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집 앞 신축 오피스텔 상가에 작은 세탁편의점 점포를 차리기로 결정했다.


수요 조사를 마치고, 가맹본부에 전화를 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업게 1위인 크O토피아 점포다.


워낙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업계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정도로 유명한 회사이자 브랜드.


전화를 걸었다.


"네 크ㄹ토피아입니다."


"네 창업 문의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네 지역이 어디시죠?"


"네 서울 XX구 XX동 XX번지 부근입니다."


"네 잠시만요."


컴퓨터로 온라인상의 지도를 검색하는 듯한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아 여기는 저희가 출점이 불가할 것 같습니다."


"네? 왜요?"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다.


"여기는 저희가 ㅇ마트 내에 입점한 점포가 있어서, 가맹사업법상 출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예상했던 코멘트이고, 그럴 줄 알고 나도 가맹사업법에 대해 알아보고 준비했다.


"가맹사업법상 제한 거리 내에 있어도 별도의 독립된 대형 쇼핑몰 등의 상가 건물에 있을 시에는 해당 제한 거리 적용이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요?"


"아 그렇기는 합니다. 사실 그런데 이 점포가 입지에 비해서 매출이 안 나오는 매장이라, 저희가 옆에 출점하는 것이 기존 가맹점주 분께 죄송해서 출점이 안될 것 같습니다."


사실 법적인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라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네. 죄송하지만 다른 지역에 하는 것이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가맹본부 직원의 목소리도 별로 의지가 없게 느껴졌다. 결국 이 사람도 월급 받는 회사원인데 굳이 일을 어렵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이 매장이 매출이 안 나오는 이유도 더 알아보려는 노력도 없이 그냥 주변에 출점을 막는 정도로 기존 점주와의 관계 정도만 시끄럽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느껴졌다.


"네 알겠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그다음으로 알아본 2위 회사에 연락해보았다.


"네 ㅇㅇㅇㅇ입니다"


"네 창업문의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같은 수순으로 점포 개설 예정 지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네 가능합니다."


"네 창업 비용이랑 필요한 절차들 알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비용과 점포 임대 보증금 등을 다 해서 6천만 원 남짓의 돈이 필요했다.


그중 5백만 원 정도는 가맹 보증금이라고 해서 가맹 본부에 예치해두었다가 가맹 종료 시 돌려받는 금액이었다.


인테리어 비용, 간판 비용, 교육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POS 설치 비용, CCTV 등 가게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설비가 제공되는 금액에 가게 임대 보증금이 2천만 원 정도였다.


이후 월 매출의 절반 정도를 가맹비용으로 내고 고정비용은 없었다.


사실 세탁 자체는 모두 세탁 공장에서 하고, 세탁물 수거 및 배송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금액이었다.


"계약하시죠."


가맹본부 직원이 내 회사 근처로 와서 점심시간에 계약은 체결되었다.


이제 정말 내 가게가 생기는구나.


인생에서 처음으로 창업이라는 것을 해본다는 것만으로 설렜다.


정말 큰 결심이었고, 큰 경험의 시작이었다.


큰 사업이든 작은 사업이든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가 정확히 알고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도 오롯이 내가 받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처럼 윗사람에게 혼나고 마는 것이 아니다. 회사 매출이 안 나와도 월급은 줄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은 다르다.


그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또 설렜다.




*이 이야기는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작은 사업을 시작했던 스토리를 담은 내용입니다.

하나의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완성이 될 수 있도록 작성했지만, 이전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xharleskim/117 - 창업의 계기, https://brunch.co.kr/@xharleskim/118 - 창업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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