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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ul 04. 2022

할랄 짬뽕으로 시작된 10만 유튜브 채널

2020 1,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뉴스들이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나오기 시작했다.


전염력과 치사율이 높다는 정보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은 잔뜩 겁을 먹었다.


 당시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가족은 수도권에 거주 중이던 양가 부모님들과 형제자매들과 떨어져 남쪽 지방에서 살고 있었다.


직장생활로 인해 지방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었던 터라, 멀리 떨어진 가족과의 왕래를   없는 상황이 되자 우리  식구는 그야말로 고립된 기분이었다.



어린  딸들과 키즈카페에도 가지 못하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자연스럽게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일이 많아졌다.


원래 요리를 좋아하던 나는 가족들을 위해 주말마다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결혼  자취 경력 10, 게다가 인도네시아에 2 넘게 살면서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면, 인도네시아에서 구할  있는 재료들로 수많은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다양한 요리에 관심도 많고 제법 실력도 있는 편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집에서 내가 만든 짬뽕이 먹고 싶어졌다. 중국집에서 먹는 짬뽕도 맛있었지만, 집에서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잔뜩 넣어서 먹는 짬뽕은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오늘은 어떤 재료로 짬뽕을 만들어 먹을까 냉장고의 재료를 확인했다. 마침 냉동실에는 차돌박이가 있었고, 숙주나물과 양파  야채들도 있어서 짬뽕을 해 먹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날따라 한국에 살다가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인도네시아 친구가 생각났다.


한국에서 2 정도 사는 동안 한국 음식에  빠진 친구였는데, 독실한 이슬람 신자라 할랄 음식만을 먹는 친구였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같이 식당에 가면, 돼지고기가 없는 음식만을 찾아 먹었다.


그런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바로 짬뽕이었다.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차돌박이 짬뽕을 좋아하던 친구가 한국의 짬뽕이 몹시 그립다며 연락했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여보, 내가 음식 만드는 거 영상으로  찍어줄  있어?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서 친구한테  보내주게."



그렇게 우리 가족의 유튜브 채널이 시작됐다.


웍팬에 기름을 넣고 얇게 썰은 파를 잔뜩 넣고 파 기름을 내었다.


알싸한 파의 향이 날아가면서 고소한 향으로 바뀔 때쯤 차돌박이를 듬뿍 넣었다.


냉동상태의 차돌박이가 뜨거운 파기름과 만나 녹으면서 차돌박이에서도 맛있는 기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돌박이에서 나온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간 뒤에, 나는 간장  숟갈  정도를 웍팬의 가장자리에 둘러 뿌렸다.


순간적으로 간장이 증발되며 식욕을 돋우는 향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재료들을  위로 볶아 간장 눌은 맛이 재료에 섞일  있도록 했다.


그다음은 굴소스  숟가락과 액젓을 반 숟가락 정도 넣었다.


이쯤 되니 볶은 재료들은 연한 갈색을 뗬다. 


다음은 엄마가 보내주신 고춧가루를 냉동실에서 꺼내  스푼 웍팬에 넣었다.


기름과 만난 고춧가루는 기름을 붉게 물들였고, 파 기름은 아름다운 색깔의 고추기름으로 변했다.



중간중간 나는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많이 썼던 인도네시아 말을 기억해내며 만드는 방법을 떠듬떠듬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재료들은 인도네시아에서 할랄로 구매가 가능한 것들이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구할  있는 어떤 소스를   있는지 설명하면서 말이다.



썰어두었던 양파와 양배추를 팬에 넣고 볶았다.


그리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오징어 몸통을 약간 썰어서 넣고 휘리릭 볶았다.


양파가 인도네시아어로 뭐였는지 순간 헷갈려서 그냥 영어로 '어니언'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물을 넣어 국물을 만들었다.

육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맛있다. 게다가 국물을  맛있게 만들 나만의 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황태포'! 언젠가 한번 짬뽕을 해 먹으려는데 해물이 없어 집에 남아있던 황태로를 아쉬운 대로 넣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나의 짬뽕 재료  최애 재료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황태 짬뽕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나로서는 굉장히 우연히 알게 된 짬뽕 재료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있으니 없으면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는 설명을 했다.


국물을 살짝 먹어보니 약간 싱겁다. 소금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추었고, 삶아두었던 면을 넣어 짬뽕을 완성했다.


유튜브의 완성은 먹방이 아니던가.


완성된 짬뽕을 시식하며, 한국의 중식당에서 먹는 짬뽕과 어떻게 맛이 다른지, 어떤 재료를 넣어도 되는지를 인도네시아 말로 설명했다.


오랜만에 인도네시아 말을 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고, 별로 쑥스러움을 타지 않는 성격임에도 카메라 앞이라 그런지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촬영한 영상은 아내가 핸드폰의 무료 어플로 어설프게 편집을 하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원래 목적대로 영상의 링크를 친구에게 보내주었다. 친구는 영상을 보고 너무 기뻐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굉장히 뿌듯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후에 벌어졌다.


그렇게 어설프게 만든 영상의 조회수가 너무나도 빠르게 늘면서, 수많은 감사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뿐만이 아니라 한국음식을 좋아하지만 접하기 힘들어서, 혹은 할랄이 아니어서 먹지 못했던 수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좋아하게  것이었다!


요리 채널은 많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할랄 재료로 한국음식을 만드는 채널은 아직 없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인도네시아어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는 것이  친구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었던  같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그리웠던 한국 음식들과, 친구가 좋아했던 메뉴들을 생각하며 만두, 호떡, 떡볶이, 잡채, 김치  다양한 한국 음식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 채널은 커져갔고, 채널을 만든 지 정확히 2년이 되던 올해 , 구독자 10만을 넘어 실버 버튼을 받게 되었다.


앞으로도 음식문화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연결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가족들과 즐겁게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라도, 음식은 그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이 있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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