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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08. 2022

인생 2회차로 사는 비밀

타임머신

"아빠 아빠,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싶어!"


워낙 뜬금없이 엉뚱한 말을 자주 하는 둘째 딸이 손을 잡고 학교를 가는 길에 내게 한 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가고 싶은데?"


나는 항상 무엇이 하고 싶다면 목적을 물어보는 습관을 갖고 있어, 아이에게도 타임머신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넌지시 알리며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었다.


아이는 굉장히 의외의 대답을 했다.


의외의 대답을 듣고 나도 무언가 대꾸를 하다가 순간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아이의 공상을 부채질했다.


"사실 지금 OO이는 이미 타임머신을 타고 이 순간으로 돌아온 거야. 사실 우리 OO이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서 할머니가 됐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해서 돌아온 거야."


아이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OO이는 할머니 아닌데?"


아이는 혼란스러운 정신을 다잡으며 내게 되물었다.


"응 사실 타임머신을 타기 전에는 할머니였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 오면서 OO이가 다시 아이로 바뀌고 할머니였을 때 기억을 다 잊어버린 거야. 그래서 다시 아빠를 지금 만난 거야."


아이는 무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기다리던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내 손을 잡고 뛰어가며, 이내 잊어버린 듯했다.


내가 만들어낸 공상이었지만, 그 공상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실제로 해오던 공상이다.

그리고 상상력 풍부한 내 어린 시절을 닮은 내 둘째 딸이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런 재미있는 공상 여행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공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제법 많은 것 같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시간 여행을 자유자재로 하며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요새 많은 인기를 끄는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도 '만렙'을 찍고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갖고, 지적인 능력을 모두 갖춘 채로 한번 경험했던 인생을 다시 살아가면서 후회했던 선택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전생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대개는 성공만을 좇다가 고독한 인생의 마무리를 하면서 후회 가득한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너무나도 단순한 구성이지만, 알면서도 보게 되는 흡입력이 있다.


바로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갖기 위해서이다.


아재들이 많이 하는 말이지만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이다'.


순간순간의 선택이 모여 이루어진 인생에서 모든 선택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의 선택은 대개는 당장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다 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베풀거나, 옳지 않은 일에 본인이 약간의 피해를 보더라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결국 '마음 편한' 쪽으로 선택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의 시간을 크게 희생하거나,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만을 원했던 사람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결국에는 쌓여서 후회 가득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더 이상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러 올 수 없게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


정확한 대사와는 조금 (혹은 많이) 다르지만, 나의 기억에 해석을 덧붙이자면,


'두 번째 같은 순간을 살게 되면 그 상황에 갇히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하게 되고, 내가 너무나도 어렵고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는 하지. 더 이상 시간을 돌릴 수 없게 된다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마치 지금 인생을 한 번 살아본 것처럼 사는 거야.'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가르침은 '마치 지금 인생을 한 번 살아본 것처럼 사는 거야'라는 것이다. 그러면 좀 더 여유를 갖고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가끔 회사 업무에 치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지금의 순간을 느낄 수 없을 때에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휴일 낮에 아빠의 손을 잡고 자기가 좋아하는 '뽑기'를 잔뜩 하러 학교 앞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앞을 향해 가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아이에게 물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가고 싶은데?"


당연히 어른이 되어 자기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룬다거나 지금보다 어릴 때 좋았던 순간으로 대답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지금"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소중한 나머지, 타임머신을 타면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 온 아이를 위해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행복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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