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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12. 2022

속초중앙시장 닭강정 - '만석' vs '중앙'

닭강정 크로니클

 수년 , 속초 중앙시장에 처음 갔을 , 이곳명물이 '닭강정'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놀랐다.


바다에 인접한 속초 지역의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아닌 닭강정이라고?


서울 지역의 수많은 치킨 맛을 섭렵한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그리고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닭강정이 이곳이 명물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기름 안에서 뜰채로 바싹 튀겨진 닭강정을 건져내어, 시뻘건 양념에 빠르게 볶듯이 양념을 코팅하여 만들어내는 닭강정은 그 당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이었다.


시장 전체에 퍼진 닭 튀기는 냄새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고, 알싸한 양념의 향기는 나도 모르게 줄을 서게 만들었다.


30분 동안 기다려 손에 넣은 뜨끈한 닭강정은, 30분 거리에 떨어진 숙소에 가서 먹어도 너무나도 맛있었다. 함께 간 부모님이 친척들과 함께 옆에서 내가 좋아하는 회를 잔뜩 쌓아놓고 드시고 계셨지만, 나는 닭강정만 먹었다.


그 이후로 나는 서울에는 진정한 닭강정이 없다고 설파하고 다닐 정도로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그때 내가 먹었던 닭강정은 '만석' 닭강정이었다.


그 이후로 속초 중앙시장에 다시 갈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만석 닭강정은 서울의 곳곳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판매를 했고, 한 두 번 나도 사 먹었던 것 같았지만 현지의 그 맛을 따라갈 수는 없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중랑구의 '우림시장'에서 '정선 아리랑 닭강정'이라는 곳에서 속초 중앙시장의 닭강정과 매우 흡사한 닭강정을 먹게 되었고, 때때로 그 닭강정을 먹으며 황홀했던 그 추억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작년 말, 속초 중앙시장에 십 수년만에 가게 되었고, 내가 가장 먼저 찾은 음식은 '만석 닭강정'이었다.


예전보다 깔끔해진 외관에 더욱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라고 생각이 되어 나도 줄을 서게 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로바로 튀겨내어 온 닭강정이 아닌 미리 포장해둔 닭강정은 '식어도' 맛있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식어버린' 닭강정이 되어있었다.


'식어도' 맛있는 따뜻한 닭강정과, 어차피 '식어버린' 닭강정은 너무나도 큰 차이였다.


'식어도' 맛있는 기억이 있었기에 집으로 가져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닭강정을 먹었다.


더 이상 속초 '중앙시장'의 맛은 없었다. 그냥 서울에서 아무 치킨 집에서나 시켜도 이 정도 맛은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같은 맛이라면 따뜻한 맛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한 번 더 먹었지만, 만석 닭강정에 대한 추억은 이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최근 블로그에 속초 '중앙' 닭강정이 더 맛있다는 평을 듣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사서 먹어보게 되었다.


아, 내가 그리워했던 그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의 예전 그 맛이 느껴졌다.


솔직히 그 시절의 맛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중앙 닭강정' 보다는 '만석 닭강정'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오리지널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을 그리워하는 내 입장에서는 '중앙 닭강정'이 맛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내가 예전에 처음 먹었던 만석 닭강정 맛보다는 맛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지금의 중앙 닭강정의 맛이 지금의 만석 닭강정 맛보다 예전의 만석 닭강정 맛을 닮았다는 말이다.


조금은 딱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주 바싹 튀겨진 닭고기와 튀김 반죽이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의 원래 맛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찐득한 양념이다. 이 양념은 약간의 매콤한 맛이 있어 서울에서 흔히 먹는 치킨집의 양념과의 차별성을 둔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중앙 닭강정 역시 미리 포장해둔 닭강정 만을 팔기 때문에 예전의 그 바로 튀겨 버무린 닭강정 맛은 맛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예전 속초 중앙시장의 황홀한 그 풍경을 자아내는 맛의 흔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시 속초중앙시장의 닭강정을 먹게 된다면 중앙 닭강정을 선택할 것 같다.


만석 닭강정은 왜 예전 맛을 잃었을까 생각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개인 취향 차이로 인해 만석 닭강정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지역에서 판매를 하다 보니 (특히나 수도권에서), 더 '대중적인' 치킨의 장점들을 갖고 오게 되었던 것 같다. 덜 딱딱한 튀김옷, 더 얇은 튀김옷, 덜 매운 양념, 물엿이 덜 들어간 부드러운 질감의 양념 등. 대량 판매를 위해 즉석에서 튀기고 버무린다는 가장 중요한 과정은 생략한 채로 '잘 팔리는' 장점들만 갖다 조합해 놓으니, 유명한 이름에 비해서 그 매력은 없어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다시는 속초 중앙시장의 그 황홀하고 강렬했던 닭강정의 추억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언젠가는 돌고 돌아 최고의 맛은 자기 자신이 고집했던 그 맛을 찾는 날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 명의 팬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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