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바꾸는 것을 포기했다.
누군가의 충고에 피드백에 조언에 잣대에 맞추다 보니 어느 순간 내 감정 없이 웃고 있는 거울 속 피에로를 발견했다.
내가 화나는 감정을 스스로 무능력 때문이라고 삭이고, 슬픈 감정을 의지박약이라 덮어두고, 작은 성취에 경솔함이라 시기하는 소리에 스스로를 가두고 바꾸려 했다.
그게 어른이라고.
어린 시절 어른들이 화나거나 슬픈 일들은 정말이지 엄청난 이유나 사건에 의해서라고 생각했다.
막상 커서 보니 어린 시절보다도 더 사소한 무언가에 좌절하고 넘어지는 자신을 보았다.
어깨에 책임이 무거워져서 넘어지면 안 된다고 비틀거리며 쓰러지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
짐은 내려놓고 기지개도 켜고 지금껏 온 길을 뒤돌아보며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다시 올리지 않아도 되는 짐은 그냥 버려두자.
소실점에 시선을 빼앗기면 주변의 경치는 못 보게 된다. 사실 목적지는 소실점의 끝이 아닌 풍경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멀리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