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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Oct 08. 2019

정용진과 백종원, 키워드 '갓성비', '갓심비'

그들의 공통점은?

최근 정용진과 백종원은 각자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그리고 그 분야 밖에서도 매우 유명한 2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둘의 공통점이라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유통업과 요식업, 정용진과 백종원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는 인간의 '의식주'에서도 '식'과 관련된 매우 기본적인 요소에 해당이 된다. 그리고 이 유통업과 요식업의 가장 떠오르는 키워드는 '갓성비' 그리고 '갓심비'이다.


먼저 이 키워드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갓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가성비'에서 '신'을 뜻하는 'God'이라는 단어를 조합하여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제품을 수식하는 합성어이다. 그렇다면 '갓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뜻을 가진 '가심비'라는 신조어에 'God'이라는 단어를 더해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품을 수식하는 합성어이다.


대략적인 최근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보자면, 경기가 위축되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매우 위축되고 '매스 프리미엄(Mass Premium)'으로 표현되는 프리미엄의 바로 아랫 단계에서 보다 넓은 소비층을 상대로 하면서도 품질적으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매우 두터워졌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사실 아주 최근에 발달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의미 없는 '낭비'를 보는 대중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층도 가격에 상관없이 '고급'만을 추구하는 소비 행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BOBOS (보헤미안 + 부르주아)족'이라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상류층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단순히 고급 재질(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신상' 명품들 보다는 기능성을 강조한 명품들이 프리미엄 잡지의 광고면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러한 부유층의 소비 트렌드는 중산층의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고, 사람들이 '가격'보다는 '품질'을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과거에는 '야 이게 얼마짜리 시계인 줄 알아?'로 시작하는 자랑이, '야 이 시계가 수심 몇 미터까지 방수가 되는지 알아?'(그 수심까지 들어갈 일은 절대 없음에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런 자랑을 해본 적은 없다).  그렇게 수년간 '품질'을 중시하던 트렌드가 노골적으로 '가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트렌드가 제조업체들의 품질에 대한 기준을 매우 높였으며,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정보의 중심이 옮겨지며 일상에서의 '옴니채널(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소비를 하는 - 주로 가격 품질을 비교하며 - 소비의 행태를 지칭)'구매 행태가 확산되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품질은 거기서 거기네', 하면서 가격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마케팅 활동보다도 '1+1'이 가장 큰 마케팅 키워드가 된 작금의 상황도 이러한 소비 흐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의 '1+1'이 소비의 기본 상황 (Default condition)이 되어버렸다. 소비자들은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 속에서 다시 '품질'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옴니채널의 발달로 물건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었다. 더 이상 이태원의 치킨 윙을 맛보기 위해 목요일 저녁 해피아워를 찾지 않아도 코스트코의 냉동 치킨 윙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똑같은 맛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마트의 '피코크'가 대박을 친 건, 맛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집에서 간단한 조리만으로 먹을 수 있게 했다. 그것도 자체 브랜드로. 자체 브랜드 제품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품질이 거의 바닥이라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던 자체 브랜드 제품군의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롯데의 '통 큰 치킨', '통 큰 블록'등도 적잖이 히트를 쳤지만, 미끼 상품 한 두 가지로 집객 효과를 노리는 것은 미끼 상품만을 건져가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들을 양산할 뿐이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라는 브랜드 아닌 브랜드를 기치로 PB의 파이프라인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브랜드 파워로 유통업에서의 캐시카우를 유지하고 있던 브랜드 업체에 대한 경고가 되었다. 경쟁력 있는 제품만 생산하는 생산자라면 이마트의 '노브랜드'라는 아이러니한 브랜드 밸류를 등에 업고 '갓 성비'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품 제조업체에서 주로 가져가던 '마케팅'에 의해 주도되던 '머천다이징'을 유통업체에서 가져가게 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것이다. '소비자가 먼저다'라는 제조업체에서 가져가는 논리를, 유통업체에서 더욱 확실하게 가져간 것이다. 이러한 자체 브랜드는 일각에서 유통업체의 구매력을 키워 '갑질'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와 상관없이 성능과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제조업체의 진검 승부의 장이 되고, 전반적인 품질의 평균을 상향시켜 준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백종원 레시피'는 비싼 재료를 듬뿍 넣지 않고도 맛집의 '트릭'을 알려준다. 파스타 위에 허브 대신 파를 얇게 썰어서 올린다던가, 간장을 살짝 누르게 하여 불맛을 낸다던가 하는 '트릭'은 집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가성비를 올려주는 방법이다. 또한 인테리어나 가격, 지역과 상관없이 '맛'그리고 가성비와 가심비를 기준으로 맛집의 음식을 평가한다. 사람들은 이미 맛을 보면 이런 조리과정이 있어서 이런 맛이 나는구나 하고 알게 된다. 그렇게 전반적인 사람들의 식당, 음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백종원 대표 역시 요식업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본인이 손님이라면 이걸 이 돈 주고 드시겠슈? 한 번은 와도 두 번은 올까유?'


맛집은 '트릭'또는 '통 큰' 무언가로만 성공할 수 없다. 깊은 내공에서 손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손님에 대한 진심이 있어야만 꾸준히 불경기 속에서도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두 업계 고수는 이를 알고 있다. 내 하루 일과랑 상관없다고? 그럼 지금 생각해보자. 내가 오늘 만족시켜야 할 손님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고, 나는 그 손님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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