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하루 이틀 늦게 낸다고 어떻게 되는거 아니잖아?
위와 같은 심정으로 취업준비를 하다가도 막상 취업을 하게 되면 순삭 되는 월급 ‘텅장’을 보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취준생 때만큼의 치열함과 간절함만큼으로 매일 살아간다면 긴장감에 말라죽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전 본인이 취업을 하면 목표했던 소소한 목표 정도는 기억하는 것이 좋다.
취업하면 뭐가 제일 하고 싶었지? 부모님 선물 사기, 친구들 술 사주기, 내가 갖고 싶었던 옷 사기 하나씩 기억을 꺼내어보면 빠뜨린 것들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영업 부서에 지원하면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배우고 싶었다고 스스로 믿고 최소 자기소개서나 면접 때 썼던 내용은-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 회사의 전략을 실행하고 시장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었다.
실제로 영업에서는 그런 것들을 배웠고,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영업실적을 맞춰갈 때의 보람이 느껴졌다.
회사의 전략에 대해 거래처와 협상을 하고, 매출이 발생하여 영업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를 위해 내가 무언가 기여한 거 같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회사의 전략을 거래처에 가져가도 설득이 되지 않고 실적을 채우지 못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는 회사의 전략보다는 개인적인 역량이 부족함이라 느껴져 매우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냉정하게 회사의 전략이 혹은 회사의 전략이 내게 전달되어 오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 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바로잡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 적이었고, 그런 것들을 느껴나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적인 대미지도 컸었다.
혹은 앞으로 배우게 될 것들이 내 장기적인 커리어에서의 목표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고,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내가 3년간 첫 회사에서 배운 것은,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거래처의 언어로 전환하여 회사의 전략과 제품을 '팔 수 있게'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떤 물건이던 전략과 제품, 그리고 거래처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팔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과 능력은 향 후 어떤 회사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직을 결심했다.
이때 내가 이직을 하게 되었을 때 고민했던 점은, 상대적으로 영업이나 마케팅 활동이 제한된 카테고리로 가면서 이후의 커리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될 것 같아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첫 번째 회사였던 소비재 회사는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는데, 두 번째 직장에서는 제품 자체가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때 생각한 것은 '무엇을 파는가'보다는 '어떻게 파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에서 어떻게 파는지를 보았을 때 충분히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우려되는 점에도 불구하고 명확했던 것은, 연봉이 상승된다는 점이었고, 커리어적으로 영업 외에도 다른 커리어로의 전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회사는 상대적으로 영업부서로 입사하면 대부분 영업 부서 안에서만 커리어가 성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생 영업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산업군은 제한이 있어도 부서 간의 이동을 통해 더 풍부한 커리어적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직할 회사에 대한 결심이 섰다.
내가 이직 시 얻게 되는 바도 중요하지만 이직할 회사에서 어떤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면, 나의 의지 만으로 회사를 옮길 수는 없다.
나의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할 회사에서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경우 다양한 전략 이해 및 자료 분석 등을 통해 거래처의 니즈를 파악하고 비즈니스 계획을 팔 수 있는 점이 기여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직할 회사의 제한된 카테고리가 아닌 더 넓은 카테고리에서의 경험이 새로운 시각에서 회사의 전략을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영업 소속으로 현장 영업 사원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경험도 이직하는 회사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조직에 잘 융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점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연봉이나 처우가 적합한지, 다시 검토해보자.
이직할 회사에서의 계획도 잡히고, 결정의 시간이 되었다
이직할 때의 스트레는 매우 크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스템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경력적인, 경제적인 이점이 있을 거라고 장기적으로 판단해서 옮기는 것이다.
그럼 모든 것을 본 상황에서 다시 뒤돌아 보자.
지금 회사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인가?
이러한 것은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상사와도 얘기해보자. 상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만둔다고 하기보다는 그만두기 전 이러한 가치 판단을 함께 한다는 것에 감사해할 것이다.
아무리 안 좋은 상사라고 해도 어떤 이유에서건 본인의 직속 부하가 그만둔다는 것에는 다양한 부담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떠나고 싶은 이유가 그 상사라고 하더라도 기회를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문화상 쉽지는 않은 부분이지만 보다 합리적인 혹은 개인을 중시하는 회사일 수록 당연히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개인과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특별히 이 회사 안에서 더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고, 교과서적인 답변만을 들었다. 간혹 받은 현실적인 조언들도 와 닿지 않았다. 그렇게 이직을 결심했고 결정했다.
결정이 되었으면 깔끔하게 떠나자.
도움받은 사람들과는 충분히 인사를 하고, 마무리해야 할 부분들은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자. 물론 떠나고도 가끔 연락이 오겠지만, 어느 정도 떠난 이후에도 본인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지 않으면 좋지 않은 평판이 남는다.
이는 추후에도 업계에서 본인의 평판으로 남으며 헤드헌터 사이에서도 이러한 평가는 공유될 수 있다. 이런 것을 떠나더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 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고, 또 살면서 어떻게 다시 인연이 닿을지 모르는 순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미련은 깔끔하게 버리자.
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 때문에 회사를 좋아하게 되지만, 또 사람 때문에 회사를 떠나게 된다. 좋았던 사람은 좋았던 대로, 아쉬웠던 사람은 아쉬운 대로 결국엔 다 서로 다시 듣고 보고 만나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