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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ug 24. 2022

여보, 우리 홍콩 가서 살까?

회사에서 영업 기획/관리 업무를 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영업부서장 상무님이 홍콩에 한 달 프로젝트를 다녀오라는 말씀에 와이프와 급히 의논을 하게 되었다.


한 달짜리 프로젝트였지만 왠지 나는 이 프로젝트로 인해 그 이후로도 홍콩에서 계속 일하면서 우리 가족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김칫국이지만 그때는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보, 할 말이 있어."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딸들을 키우면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던 아내였다. (세탁소 창업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 [브런치북] 외국계 기업 팀장, 세탁소 열다 (brunch.co.kr))


아이들을 재우고 이제야 좀 쉴틈이 생겨서 한숨을 돌리고 있던 아내였다.


"오늘 상무님이 불러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홍콩에 좀 다녀오라고 하셔서."


종종 해외 출장을 다녀오던 나여서 아내는 대수롭지 않은 듯,


"홍콩? 언제? 얼마나 가는데?"


"한 달짜리 프로젝트라는데, 내 생각에는 좀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 혼자만 생각한다면 무조건 신나게 결정할 일이지만, 아이 둘을 건사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하자 나는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세탁소를 창업한 지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내가 가게를 보는데, 아내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나 혼자 홍콩에 가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였다.


"아니 무슨 출장을 한 달 동안가? 더 길어지는 건 무슨 얘기고?"


"홍콩에 새로운 대표가 왔는데 원래 마케팅 전문으로 했던 사람인데 영업 쪽으로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와서 전반적인 부분을 좀 보고 컨설턴트처럼 제안을 하는 프로젝트인가 봐. 더 길어지는 건 어디까지나 내 감인데, 그런 프로젝트 하려면 한 달에 완성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더 길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아내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그럼 우리 세탁소는 어떻게 해? 내가 애 둘 키우면서 세탁소까지 운영하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한 달 갔다 오는 것 때문에 세탁소를 닫을 수는 없잖아."


나는 미리 짐작했던 질문이기에, 생각했던 대답을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감인데, 왠지 이번 프로젝트를 잘하면 홍콩이나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해외에 길게 출장 가서 프로젝트를 할 기회도 없었고. 그래서 정말 꼭 해보고 싶기는 해. 세탁소는 한번 다른 사람한테 양도하는 걸 알아보면 어떨까?"


프랜차이즈 세탁소를 창업하면서 이제 좀 일이 손에 익기도 하고, 가입 고객 수도 꾸준히 늘어서 안정세에 접어드는 추세였다. 원래 한번 어떤 일을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아내한테는 굉장히 불편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아내는 내 눈을 보며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진심을 확인해야겠다는 듯이,


"여보 커리어에 정말 도움이 되는 거 같아? 여보도 하고 싶고?"


왠지 긍정적일 것 같아 나도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응.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사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고."


아내는 내가 이미 마음을 정한 것이라고 느꼈는지, 


"알겠어. 그럼 세탁소 넘기는 것부터 알아보고, 회사에서도 잘 얘기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봐 줘."


사실 세탁소를 창업할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였기 때문에 아내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해외 생활 자체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해외 생활을 경험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결정을 하고 점포를 양도해야겠다고 계획한 그날, 내가 없을 때 아내 혼자 있는 가게에 찾아온 한 손님이,


"이런 가게 하나 하려면 얼마 정도 들려나?"


하면서 말을 걸었고, 바로 그 손님에게 점포를 넘기게 되었다. (자세한 스토리는: 11화 "그럼 이 세탁소, 저희가 인수할게요." (brunch.co.kr) 참조)


마치 모든 상황들이 우리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것처럼 순조롭게 흘러갔다.



*이 글은 저의 해외 프로젝트 경험에 대한 시리즈의 글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성 있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화: 갑자기 홍콩에 프로젝트를 가라고요?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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