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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04. 2022

"그럼 이 세탁소, 저희가 인수할게요."

창업의 끝

약 4개월 간 운영하던 세탁소를 갑자기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해외 지사로 프로젝트를 가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나 없이 아내가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세탁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많은 노력을 들여서 처음으로 일구어낸 가게를 통해 얻게 될 미래의 기회도 있겠지만, 해외 지사에서의 프로젝트 기회가 우리 가족에게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뜻밖의 기회였기 때문에 세탁소를 준비하던 시점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그래서 가게를 내놓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가게를 내놓으려고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먹은 그날, 내가 없을 때 아내 혼자 있는 가게에 찾아온 한 손님이,


"이런 가게 하나 하려면 얼마 정도 들려나?"


하면서 아내한테 말을 걸더란다.


아내는 별생각 없이,


"관심 있으세요?"


하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손님은,


"뭘 하나 차리고 싶은데 기술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가게 하나 운영하면 딱 좋을 것 같아서요."



마침 전날 밤 나와 같이 논의 끝에 결정을 내리고, 실행만 남은 상황에서 아내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저희가 갑자기 남편이 해외로 나가야 해서 가게를 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안 그래도 가게를 내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손님은 갑자기,


"정말요? 그럼 제가 남편이랑 상의해보고 바로 연락드려도 될까요?"


하고 묻더란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 남편과 함께 가게를 보러 오겠다고 찾아왔다.


나와 아내는 가게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비용 등을 계산해서 양도 금액을 정하고 가게를 보러 온 손님을 맞았다.


가게 임대 계약은 월세 임대 계약을 남은 기간 동안 같은 조건으로 승계하는 조건으로, 그 외에 가맹본부에 내는 보증금 금액이나 우리가 설비에 투자한 금액 등등을 꼼꼼히 계산해서 합리적인 '권리금'을 설정하고 양도금액을 정했다.



가게를 보러 온 부부는 50대 초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부부였다.


이 부부도 오기 전에 이것저것 꼼꼼히 질문들을 준비해온 듯했다. 준비해온 질문을 종이에 적어 상세하게 물어봤고 나와 아내가 차근차근 대답을 했다. 대부분 우리가 가게 운영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고민했던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와 아내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계속 운영하면서 생각했던 계획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고, 이 부부가 준비한 질문 리스트에서 더 이상 질문할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더니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뜸 우리 부부를 보며,


"그럼 이 세탁소 저희가 인수할게요."


하고 말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불과 5개월 전 계획을 시작해서 창업을 하고 어느 정도 성장 곡선을 그리다가 양도를 하게 되기까지, 1년 전에는 정말 생각도 못 했던 일들을 실행하고 경험했다.


그렇게 우리는 며칠 뒤 그 부부에게 그 가게를 양도했다.


그동안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거의 남는 것이 없었는데, 아내의 인건비 정도를 얹혀서 권리금을 받고 팔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좀 더 받고 팔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잘 팔았다.


가맹 본부에도 연락해서 양도 사실을 알려주었다.


가맹 본부에서는


"와, 저희 지금 다른 가게에서도 양도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인수한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되게 잘 넘기셨네요."


하고 말했다.


사실 가게 자체가 입지도 너무 좋고 회원수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매출도 꾸준했기 때문에 작은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매물이기는 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친하게 지냈던 옆 반찬 가게 아주머니도 우리가 가게를 넘긴다는 소식을 들으시더니,


"아휴 우리한테 물어라도 보지, 우리도 여기 가게 너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고 말씀하셨다.



참 이상했다.


우리가 이 가게를 차리기 전까지 이 점포는 다른 가게가 모두 장사를 시작했을 때에도 몇 달 동안 비어있던 점포였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남짓의 시간 동안 가게는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보는 점포가 되었던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창업을 하는 데 있어 위치와 업종 선택이 절반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점포 창업을 해본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위치와 업종 선택이고, 이 단계에서 철저하게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상권 분석을 통한 매출 분석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전문가들만 열람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현실적인 매출 분석을 할 수 있다.


또한 가맹사업법 등 관련 법규를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다면 가맹 본부에 요청해야 할 부분이나 점주로써 행사할 수 있는 당당한 권리들도 잘 챙길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첫 번째 창업은 정리가 되었고,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부부에게는 인생에서 값진 배움을 주는 경험의 시간이 되었다.


창업을 통한 짧은 배움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지만,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많다'는 점이었다.


*이 이야기는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작은 사업을 시작했던 스토리를 담은 내용입니다.

하나의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완성이 될 수 있도록 작성했지만, 이전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포르셰를 타고 다니는 옆팀 팀장님을 보고 창업을 생각하다 - https://brunch.co.kr/@xharleskim/117

2) 시장조사와 창업 준비, 가맹본부와의 계약 - https://brunch.co.kr/@xharleskim/118

3) 가게 간판을 달은 날 겪었던 문제 - https://brunch.co.kr/@xharleskim/120

4) 처음 가게문을 열은 날 - https://brunch.co.kr/@xharleskim/126

5) 퇴근 후 가게 전단을 돌리던 일 - https://brunch.co.kr/@xharleskim/127

6) 내 직업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시선 - https://brunch.co.kr/@xharleskim/128

7) 주인이 되고 나서 배우게 된 진정한 주인의식 - https://brunch.co.kr/@xharleskim/129

8) "실행"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 - https://brunch.co.kr/@xharleskim/131


9) 직원을 관리한다는 것 - "사장의 책임" - "손님, 죄송합니다." 결국 사과는 내가 해야 한다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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