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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Feb 11. 2022

"손님, 죄송합니다." 결국 사과는 내가 해야 한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직원을 고용하여 관리하는 것이었다.


조그만 세탁소에 무슨 직원을 고용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을 하기 전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5시 무렵부터 가게 마감하는 8시까지 약 3시간가량의 파트타임 업무가 필요하여 하루 3시간씩 주 5일을 고용했다.


구인 포털 사이트를 통해 지역에 사는 주부 한 분이 지원을 하셔서 간단한 면담을 마치고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착한 인상에 성실한 태도로 손님을 응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지금 생각해도 짧은 시간에 그런 분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좋은 것과 직원으로 함께 일하는 것은 달랐다.


아니 애초에 사람과 상관없이 직원을 관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인지 깨달았다.


사실 매출이 매우 적었던 초반에는, 월세 내고 가맹비를 내고 나면 아르바이트 아주머니가 제일 돈을 많이 번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리에게는 큰 투자였다.


그럼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보자면 결국에는 '주인의식'이다. 이것은 사람의 자질 문제라기보다는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을 고용한다면 고용주인 자신보다는 주인의식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생각을 꼭 해야 한다.


손님을 대하는 것이 어려운데, 직원 아주머니가 손님 응대를 잘 못해서 손님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가 정말 큰 어려움이었다.


나와 아내가 대하는 손님들은 그나마 자초지종도 알고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어서 그나마 나았지만, 직원 아주머니가 계시면서 실수하신 일에 대해서 대신 사과를 해야 할 때에는 더욱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아내가 아르바이트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더니,


"제가 연락해볼게요."


라고 말하고 끊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직원 아주머니가 물건을 접수하고 검수하면서 원래 더 저렴한 가격의 세탁비를 책정해야 했는데, 좀 더 비싸게 책정을 해서 물건을 접수하러 온 손님의 엄마가 연락을 해서 '우리 애가 갔다고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나 것이냐?'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세탁물을 접수하러 온 아들이 정확히는 모르지만 인지능력에 장애가 있어서 혼자 세탁물 접수하는 것을 도전해보도록 시켰던 것이다.


직원 아주머니의 실수가 마치 장애가 있는 손님에게 고의로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으로, 손님에게 큰 오해를 하게 했던 것이다.


아내는 그 오해를 하고 있는 손님에게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직원 아주머니 대신 사과를 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퇴근 후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손님분께 사과의 문자를 한 번 더 남겼다.


직원 한 명의 작은 가게에서도 이런 일이 있고, 직원의 작은 실수로도 손님에게 오해를 일으켜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만약 직원이 훨씬 많은 회사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이런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날까 생각하면 직원 관리의 중요성과, 고용주로서 직원의 실수를 대신하여 책임진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을 하게 된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들에게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게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욱 진심이 느껴지도록 사과를 했다.



*이 이야기는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작은 사업을 시작했던 스토리를 담은 내용입니다.

하나의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완성이 될 수 있도록 작성했지만, 이전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포르셰를 타고 다니는 옆팀 팀장님을 보고 창업을 생각하다 - https://brunch.co.kr/@xharleskim/117

2) 시장조사와 창업 준비, 가맹본부와의 계약 - https://brunch.co.kr/@xharleskim/118

3) 가게 간판을 달은 날 겪었던 문제 - https://brunch.co.kr/@xharleskim/120

4) 처음 가게문을 열은 날 - https://brunch.co.kr/@xharleskim/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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