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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an 15. 2022

외국계 기업 팀장이 퇴근 후 전단지를 돌리는 이유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 외에 수입을 만들기 위해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작은 세탁 편의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작은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결국 가게를 오픈하고,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날 아내와 둘이 손님들을 맞을 준비에 한 껏 부풀어 있었지만, 첫날 매출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우리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러 오신 양가 부모님들의 세탁물은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동네 손님들이 오는 것이 중요하다.


뭔가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우리 가게의 정보를 등록하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보통 가게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 보았다.


대부분 전단지를 제작해서 우편함에 넣는 것들이 좋다고 나왔다.


가맹 본부에 연락해서 전단지 제작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전단지 디자인 파일을 전달받았고, 전단지 제작 업체에 연락해서 가게 주소 및 전화번호만 변경해서 제작을 요청했다.


전단지를 배포해주는 서비스도 있었지만,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전단지를 크로스백에 넣고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빌라의 문 앞에 전단지를 끼우고, 우편함에 끼우고, 문 아래 넣기도 했다.


전단지를 돌리다가 괜히 아파트 경비 아저씨라도 보이면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 동네에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 가게가 오픈했다는 것만 알리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동네 골목골목을 그렇게 다녀본 적이 없었는데, 지도로 본 동네와 직접 발로 뛰어 본 동네는 정말 달랐다.


전단을 돌리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 겸 200장 정도를 돌리고, 퇴근 후 저녁 먹고 아이들이 잘 때쯤 나가서 또 돌렸다.


전단지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새롭게 회원등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손님이 부쩍 늘어 퇴근 후 전단지를 돌리는 것에 뭔가 희망이 느껴졌다.


자석 형태로 된 작은 명함 크기의 부착물도 추가 제작해서 붙이기 시작했다.


나름 머리를 써서 현관문 앞에 붙이기보다는 소화전이나 계단 문 등 공동 공간에 붙여서 오랫동안 자리할 수 있게 붙였다.


물론 좀 안 좋은 경험도 있었다.


전단지를 본 동네 세탁소 주인들이 연락해서 왜 본인들이 있는 곳 근처에 까지 전단지를 붙이냐며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전단지를 붙이기는 했지만 너무 세탁소 근처는 확인하고 피하면서 하기도 했다.


괜히 그런 일로 이웃과 마찰을 빚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전단지를 돌렸는데도 어느 순간 신규 고객이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볼까?


길 건너 새로 생긴 주상복합 아파트를 갔다.


아파트 광고판에 전단지를 2주간 게시하는데 5만 원 정도를 내면 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보니 나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전단지를 게시한 이후 고가의 의류를 갖고 오는 신규 고객들이 좀 더 늘게 되었다.


좀 더 키우자면 단체 손님을 받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까지 가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저녁, 집 앞 사거리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직접 유니폼을 입고 전단지를 돌려보았다.


금요일 저녁을 택한 이유는 마트를 갔다 오는 주부를 타깃으로 돌리기 위함이었다.


또한 토요일에 이불 세탁을 맡기면 20%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단지를 돌리며 "내일 오면 할인해드립니다!" 하고 손님을 끌기 좋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무도 없는 주택가에 전단지를 꽂는 것보다는 쑥스럽기는 했지만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가게를 홍보하는데 부끄러울 것 없다는 생각을 하며 전단지를 돌렸다.


전단지를 받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언제 생겼냐며 반갑게 어디에 생겼는지 매장 위치를 물어보고 받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단지를 줄 때도 휙 휙 주는 것이 아니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전단지를 돌렸다.


양손에 짐이 있어 못 받는 사람한테는 전단지를 보여주고 설명도 해줬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때 이후로는 가급적이면 길에서 나누어 주는 전단지는 받으려고 한다.


물론 성의 없이 휙휙 들이대는 전단지는 그냥 무시하지만, 전단지를 돌리며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상인들의 간절한 마음이 공감이 되어서일 수도 있겠다.


한 번은 주말 저녁에 전단지를 한참 돌리면서,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하고 있지? 전단지를 이렇게 돌린다고 도움이 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길거리에 여기저기 전단지를 뿌려보기도 했다.


그다음 날 인근 점포의 주인이 그렇게 전단지를 뿌리다가는 과태료를 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


어쨌든 그렇게 전단지를 두 달 이상 열심히 뿌리고 나니 어느 정도 손님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처음 가게를 계획할 때 6개월 안에 채우기로 목표했던 등록 회원 숫자를 3개월 만에 채울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월세와 가맹비용, 하루 3시간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고용한 알바 아주머니 임금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가게를 보는 아내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정도 추세라면 조만간 더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보였다.


요새는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것들이 좀 더 발달이 되어 있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당ㄱ마켓 등의 지역기반 플랫폼을 많이 이용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그런 것들이 많이 발달해있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발로 뛰어 홍보를 하는 방법을 택했고, 내가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다니면서, 내 가게를 알리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쉽지 않은 일상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가게가 알려지고 손님이 많아질수록, 또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도 계속해서 생겨났다.



*이 이야기는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작은 사업을 시작했던 스토리를 담은 내용입니다.

하나의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완성이 될 수 있도록 작성했지만, 이전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옆팀 팀장님을 보고 창업을 생각하다 - https://brunch.co.kr/@xharleskim/117 

2) 시장조사와 창업 준비, 가맹본부와의 계약 - https://brunch.co.kr/@xharleskim/118 

3) 가게 간판을 달은 날 겪었던 문제 - https://brunch.co.kr/@xharleskim/120,

4) 처음 가게문을 열은 날 - https://brunch.co.kr/@xharleskim/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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