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4개의 외국계 회사를 다니며 여러 회사의 연간 계획 수립 및 관리 사이클을 경험했다.
미국계, 영국계 회사에서 한국, 홍콩 마켓의 연간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연간 계획을 수립해볼 수 있는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제품을 판매하는 본사의 커머셜 연간 계획뿐만 아니라, 생산 공장에서의 연간계획 수립과정에도 참여하면서 비즈니스의 목적이 다른 조직에서의 연간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대해서도 경험해볼 수 있었다.
회사가 1월부터 12월까지를 회계연도로 본다로 가정하였을 때 (7월부터 그다음 해 6월까지를 회계연도로 보는 회사도 있었다), 늦어도 10월부터는 어느 정도 내년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그다음 해의 시작과 함께 계획하고자 했던 활동들을 온전히 할 수 있다.
그렇다, 10월은 바야흐로 연간 비즈니스 플랜 수립의 시즌이 된 것이다.
올해부터 새롭게 스타트업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내년의 비즈니스 플랜에 대해서 새롭게 고민하고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지 단계별로 정리해보았다.
1. 중점 분야 정하기
- 내년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즈니스의 중점 분야를 선정한다.
회사의 형태나 조직 운영 목적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보통의 제품 판매 회사의 경우에는 - 신제품 출시/ 영업조직 개선/ 비용절감/ 물류환경 개선/ 조직 문화 개선 정도의 분야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생산공장의 경우에는 - 안전/ 품질/ 생산 퍼포먼스/ 운영비용/ 조직문화 등의 5개 분야 정도로 중점 비즈니스 분야를 나눌 수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위 내용이 모두 합쳐질 수 있을 것이며, 추가적으로 자금조달 계획이 보다 높은 우선순위로 포함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중점 분야는 가장 상위 개념으로 나눌 수 있는 5개 정도의 주제로만 압축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2. 오너 정하기
- 각 중점 분야 별로 한 명의 오너와 다른 한 명의 Co-owner코오너를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즈니스의 중점분야가 정리되고 나면, 임원들 중에서 오너를 정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임원들이 모든 주제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고는 하지만, 누군가가 한 명이 직접 그 중점분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향 후 세부적인 계획 수립에 대한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오너 한 명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기보다는 실제 해당 주제의 업무를 수행해 감으로써 가장 본인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주제를 보다 큰 틀에서 책임짐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모든 하위 계획들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또한 이 오너의 역할은 다른 주제의 오너들과 협력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 파악하고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겠지만 위에서 부서장끼리 협력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으면 실무자끼리는 역할을 나누는 것도 애매하며 최악의 경우 서로 업무 떠넘기기만 하다가 일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주제별 목적(Objective) 및 목표 숫자 (Goal) 정하기
- 주제가 정해지고 오너가 정해졌다면, 주제별로 목표를 한 단계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위에 예시로 들었던 제품 판매 회사의 경우를 바탕으로 올해의 비즈니스 목적 Objective 및 목표 숫자 Goal을 정해보도록 하겠다.
주제 중에 ‘신제품 출시’를 예시로 들어보자.
목적 Objective:
-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신규 고객의 카테고리 유입과, 동일 카테고리 내 경쟁사의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여 시장점유율 확대.
목표 Goal
- 시장 점유율 45% 달성 (동일 카테고리 내 시장 점유율 1위 달성) - 12월 말 1개월 시장 점유율 기준
위에서 정한 주제가 단순히 ‘신제품 출시’였다면, 여기서는 이러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서 정확히 어떤 목적을 이루고, 정확히 어떠한 수치로 이러한 목적 달성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 수립하는 과정이다.
4. 전략적 방향성 Strategy 정하기
- 위에서 말한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위에서 신제품 출시의 목적에 대한 전략을 한번 예시로 짜 보도록 하겠다.
위의 목적을 두 개로 나눈 다면 카테고리 신규 고객의 유입, 카테고리 내 경쟁사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유입으로 나눌 수 있다.
같은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두 개의 다른 그룹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는 차별화해야 하는 니즈가 있었다는 가정하에 전략을 나누어 보겠다.
전략 1)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시장의 전체 타깃 소비자 30%에게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카테고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사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홍보
전략 2) 카테고리 내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점을 강조하여 기존 카테고리 내 타사 고객의 구매 전환을 유도
여기까지 수립이 된다면 큰 주제에서 실질적으로 부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수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구체화가 되었다.
5. 목표 수치 정하기 (Success Measurement)
아까 주제별로 목적과 목표 숫자를 이미 정했는데 또 무슨 숫자를 정하냐고?
여기서는 보다 구체적인 숫자들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점유율 45%의 오너가 마케팅/영업 부서장이라고 하더라도, 1년 동안 시장 점유율만을 목표 수치로 한다면 1년이 지나갈 때까지 지금 비즈니스가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여기서는 보다 구체적인 숫자를 정함으로써, 향후 구체적인 플랜을 짜는 데 있어 보다 실천 가능한 Actionable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어려울 것 없이 위에서 예시로 들었던 전략 별로의 숫자를 나누어 보겠다.
목표 수치 1) 신규 고객의 카테고리 유입으로 인한 카테고리의 전체 성장 - 카테고리 전체 연간 성장률 전년대비 25% 성장
- 1분기 15%로 시작하여 매 분기 7.5%pt의 성장률 추가, 연평균으로 25% 달성
목표 수치 2) 신규 고객의 자사 제품 구매 유도 및 타사 고객 유입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확대 - 45%
- 1분기 30% 달성 목표, 분기마다 5%씩 성장하여 45%로 내년 시장점유율 마감
6. 액션플랜 수립하기 (Master Plan Development)
- 이렇게 비즈니스 전반적인 틀이 수립이 되고 나면 이제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수립할 차례이다.
구체적인 계획들은 앞서 말한 목표 수치를 분기별/ 월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활동들을 수립하면 된다.
신제품 출시에 대한 활동들을 수립하자면, 시장/소비자 조사부터 파일럿 테스트, 확장 계획들을 시기별로 수립해나가면 된다.
보통 회사들이 이러한 액션플랜 단계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액션 플랜들이 하나의 목표로 집중되지 않아 연중에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액션플랜은 반드시 큰 목표와 전략들이 수립된 이후에 논의하고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단계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각 액션플랜의 오너들이다.
이 오너들은 당연히 부서장 레벨에서 맡는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 이 액션들을 진행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위 주제에 대한 오너는 여전히 부서장이기 때문에 실무자의 이름이 개별 액션 레벨에서 들어간다 하더라도 해당 부서장은 모두 그 내용을 알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7. 자원 분배하기 (Resource Allocation)
-이제 계획이 수립이 되고 나면 자원을 분배할 단계이다.
자원은 결국 사람/ 돈/ 시간을 우선순위에 맞게 분배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내년도 비즈니스를 성공하기 위해 얼마큼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얼마큼의 인력을 유지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지 등을 수립한다.
또한 위에서 액션 별로 오너를 정했을 때, 너무 한쪽 부서나 몇몇 사람에게만 업무가 집중되지는 않았는지도 볼 수 있다.
예산을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업무량을 가늠하면서 현실성이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나누어 줘야 하는지 등도 여기서 어느 정도 분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계획을 짜다보면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도 이 자원 분배 단계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8. 전사 계획 수립 - Deployment & Alignment
- 자 이제 연간 플랜이 큰 틀에서 수립이 되었다.
그럼 부서장들은 큰 플랜을 갖고 부서로 돌아가 팀 안에서의 세부 계획을 수립하면 된다.
10월 중으로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면 부서별로는 11월 말까지 수립이 되고, 12월에는 개별 인원 별로 개인 목표 수립까지도 완성되면 굉장히 상큼한 한 해의 시작을 내년 1월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9. 트래킹 및 업데이트
- 이 계획은 한 번하고 흐뭇해하며 어디 처박아 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매월/ 매분 기마다 수시로 보면서 우리가 계획대로 하고 있는지, 안되고 있다면 계획이 어떻게 수정되거나 추가되어야 할지 등을 봐야 한다.
한 번도 이러한 연간 계획이 수립했던 초기의 계획대로 남아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비즈니스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모쪼록 많은 회사들에서 체계적인 연간 계획 수립을 통해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벌써 1년이 다 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