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좋은 서프라이즈와 좋지 않은 서프라이즈가 있죠. 하지만 회사에서는 좋은 서프라이즈란 없습니다.”
“There are good surprises and bad surprises in the world. But there is no ‘good surprise’ in the company.”
외국계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을 때, 신입사원 교육에서 들었던 한 마디다.
보통 ‘서프라이즈!’하면 깜짝 놀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좋은 서프라이즈’는 없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교육을 하던 임원분은 설명을 이어갔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갑작스럽게 나쁜 소식은 당연히 좋지 않거니와, 갑작스럽게 좋은 소식도 그다지 회사에 기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듣던 나를 비롯한 많은 신입사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명을 이어나갔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회사에서 본인의 역할을 맡음에 있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세요.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외부 변수로 인해 언제든지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래요, 불행하게도 예측을 맞추는 경우보다는 틀린 경우가 더 많죠. 오히려 기대한 것처럼 잘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되게 만들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뭔가 너무 추상적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신입사원들한테 굳이 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서프라이즈’를 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서프라이즈를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본인이 맡은 영역에서 최대한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가 돌아갈지 예측하고 모든 외부와 내부의 변화들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액션을 통해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처하여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왠지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신입사원인데 너무나도 막중한 책임처럼 느껴졌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떤 문제점이 있어서 본인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있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그럼 회사는 도움을 줄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들고만 있다가 마지막에 준다면, 그게 바로 ‘나쁜 서프라이즈’가 되는 것입니다.”
신입사원들이 모여있는 교육장 앞에서 두세 걸음 걷다가 한 바퀴 휙 돌아선 임원분은,
“좋은 서프라이즈요?”
하고 물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변화의 징조가 있다면 그 변화의 징조를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극대화의 노력에도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면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필요한 도움을 구체적으로 계산해서 요청하세요.”
본인의 설명이 만족스러웠는지, 임원은,
“자 보통 이런 교육을 하고 나면 많은 분들이 본인이 포착하는 모든 변화의 징조에 대해서 갖고 옵니다. 좋건 나쁘건 말이죠. 보통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메신저’라고 부릅니다. 본인의 생각 없이 소식만 전하는 사람인 거죠.”
“우리는 메신저 역할을 원해서 여러분들을 뽑은 것이 아닙니다. 상황을 분석하고, 본인이 판단해서 최선의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세요. 그러면 함께 결정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 종합적인 실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명심하세요. 먼저 서프라이즈는 만들지 마세요. 둘째, 서프라이즈를 만들지 않기 위해 상황을 보고하는 것은 좋지만 언제나 본인의 의견과 함께 갖고 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본인의 역할을 다 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의견을 내는데 충분히 본인의 근거가 있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세상에 어리석은 의견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의견이 없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뽑지 않았죠.”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이 교육이 생각난다.
나는 과연 지금 내 의견이 있는가, 내 의견에 얼마나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 나는 어리석어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는가.
여전히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은, 이러한 역할이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가끔씩 서프라이즈는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비즈니스에서의 서프라이즈는 나 역시도 이제 싫다.
그렇다고 메신저처럼 일하는 직원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