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령의 시즌이 다가왔다.
회사마다 다양한 인사 발령의 기준이 있겠지만 크게는 딱 두 가지의 기준이 있다.
바로 회사 차원에서의 '비즈니스 니즈 Business Needs', 그리고 직원 개인 차원에서의 '커리어 계획 Career Aspiration'이다.
지금껏 여러 군데의 회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항상 이 두 가지 기준이 중요했다.
이 두 가지 기준에 대해서 잘 알아둔다면 본인의 인사발령 과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실제로 활용하지 않는 사람과 잘 알고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왜 이 두 가지 기준이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실제 인사 발령 논의 및 결정 단계에서 활용이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1. 비즈니스 니즈 Business Needs
비즈니스 니즈란 말 그대로 회사가 필요한 것이다. 회사의 비즈니스 계획상 조직의 개편이 필요할 때도 있고, 특정 개인의 역량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회사에서 특정 분야의 사업을 대폭 축소시키거나 아예 사업을 종료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그 일을 계속하고 싶다 하더라도 회사에는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강력한 비즈니스 니즈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인사 발령의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회사가 신사업을 도전한다고 했을 때, 회사 밖에서 인재를 찾겠지만 1차적으로는 회사 안에서 그 인재를 찾을 것이다. 마침 신사업과 비슷한 분야의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 회사에 존재한다면 회사의 강력한 니즈에 의해서 신사업 팀으로 발령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비즈니스 니즈는 크거나 작게 인사 발령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며, 이러한 회사의 비즈니스 니즈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개인의 커리어 계획 Career Aspiration
이 부분은 본인이 경력을 쌓아나가는 데 있어서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이다.
만약 내가 장기적으로 영업 부서장이 되고 싶어서 영업사원으로 입사를 했다고 생각하자. 그런데 느닷없이 본인의 계획과 상관없이 경험을 쌓으려고 온 인사부서에서의 경력이 너무 길어진다면? 본인의 계획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내가 경력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너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 직무의 인원을 모집할 때 정보를 잘 알고 있고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그러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3. 그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1) 개인의 커리어 계획 수립하기
- 가장 먼저 나의 커리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3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이 회사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을지에 대해 명확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계획한 대로 모두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계획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잡고 못 잡고의 차이는 명확하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수립한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직무가 이러한 목표 달성과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후에는 어떤 경험을 쌓아 올리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확실하게 와닿는 방법은 조직의 조직도를 열어 본인이 현재 직무에서 다음 직무로 가고 싶은 사람을 정확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떠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그 조직은 어떤 조직인지, 나의 현재 능력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어떤 노력으로 인해 채울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아가다 보면 보다 명확하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2) 회사의 니즈 파악하기
- 개인의 경력적 목표가 수립되었다면 회사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회사의 니즈를 파악한다는 것은 과연 내가 수립한 대로의 경력계획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파악해본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의 커리어 계획이 멋지게 수립되었다고 해도, 회사는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활용할 계획이 없다면 - 예컨대 내가 가고 싶었던 그 직무가 곧 없어진다면 - 나의 커리어 계획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내가 계획하는 직무에서 이미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나 협업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나의 니즈를 제대로 어필하기
- 1번과 2번이 잘 되어 있어도 3번을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면 알아서 좋은 자리로 나를 보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본인이 모든 회사 사람들이 다 알정도로 뛰어난 업적을 쌓더라도 본인이 직접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자리'와 회사가 생각하는 당신의 '좋은 자리'는 다를 수 있다.
내가 나의 커리어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조직의 배신자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다.
오히려 내가 커리어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고 지금 현자 직무에서 계속 앉아있다면 그 행위 자체가 당신이 조직을 배신하는 일이며, 나중에는 당신도 조직이 당신을 배신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본인의 상사와, 인사담당자와 커리어 계획과 회사의 니즈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4) 실제 예시
- 나는 8년 간의 세일즈, 트레이드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매니저 경력을 쌓고 있었다. 2-3년 정도의 경력 이후 다시 트레이드 마케팅이나 전략기획 부서로 옮기거나 커리어를 피봇하여 홍보부서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회사에서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부서에서 원하는 경력사항과 나의 경력 사항이 맞지 않는다며 나의 계획대로 되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현재 직무에서 나의 성과는 3년 연속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자리가 없거나 니즈가 없다면 당연히 움직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회사 밖에서 여러 제안을 받고 있었지만 당장 이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당당히 이야기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이미 자리를 잡았고, 내가 1년을 더 하면 4년째 이 업무를 하게 됩니다. 만약 그 이상 현재 경력이 이어진다면 나는 지금 외부에서 받고 있는 이직 제안도 받기 힘들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1년 간 이 회사 안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내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지 찾아봐 주십시오. 하지만 1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회사 밖에서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외국인 인사 담당자는 '정당한 의견이네 Fair Enough'라고 대답을 했다.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현재 직무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현재의 직무를 1년 이상 더 수행하는 것은 나의 경력상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에서는 마침 타 부서의 퇴사자로 인해 충원이 필요했으며, 그 직무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던 나를 내부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하게 되었다.
내가 나의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고 1주일도 되지 않아 우연이 겹치면서 발생하게 된 일이다.
만약 내가 나의 니즈를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외부에서 채용을 알아봤을 것이며, 나 역시도 외부 인원이 채용된 것을 보고 속으로 실망하며 억울해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회사에서는 사실 잘 모를 수밖에 없다.
회사는 당신의 커리어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스스로의 커리어를 책임지되, 나의 능력과 회사의 니즈가 부합하는 포인트를 찾아 잘 어필하여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