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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Nov 30. 2022

괌Guam에서 호텔 직원으로 만난 내 친구

누구나 한 번쯤은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특히나 사람들이 놀러 오는 휴양지에서 살아간다는 상상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던 나는 대학시절 꿈꿨던 직업 중 하나가 바로 호텔 직원이었다.


일반적인 호텔 직원이 아닌, 휴양지의 리조트에서 여행 온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까지 제공하는 그런 직원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 꿈을 잊고 살았다.


호텔 직원이 아니라도 해외에서 살게 된 기회도 갖게 되었고, 막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보다는 서비스를 받는 쪽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얼마 전 아이들과 괌에 놀러 갔다.


몇 년 만에 해외여행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호텔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숙소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가 되었던 부분은 아이들이 키즈클럽에 가서 '클럽메이트'라고 하는 스태프들과 신나게 놀 수 있고, 그러는 동안 나와 아내도 호텔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루 종일 키즈클럽에서 선생님들과 물놀이도 하며 신나게 놀다 온 아이들은 해가 져도 계속해서 수영장에서 놀고 싶어 했다.


도저히 체력적으로 더 이상 물놀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아이에게 워터 슬라이드 몇 번만 더 타고 오라고 하고 밑에서 기다렸다.


수영장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심심했다.


옆에는 안전요원이 있었다.


무심코 나는 그 안전요원에게,


"우리 애가 수영장에서 노는 걸 멈추지를 않네. My kid never stop playing in the pool."


하고 이야기를 했다.


덩치가 크고 검은 피부의 그 친구는,


"여기서는 흔히 있는 일들이지. That's what it happens in here"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정말 에너지가 넘쳐. 하루 종일 저렇게 신나게 놀거든. Kids are really energetic. They play like that all day long!"


하고 흥미롭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딱 봐도 아직 아이는 없을 것 같지만 본인 역시도 이 호텔에서 일하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함께 에너지를 얻으며 살고 있는 친구인 것 같았다.


이러 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그 친구가 내게,


"나는 카를로스야. 넌? I'm Carlos. You?"


하고 악수를 청했다.


난 보통 나를 소개할 때 쓰는 내 한국 이름의 이니셜로,


"난 CS. 만나서 반가워 카를로스 CS. Nice to meet you Carlos."


 하고 악수를 했다.


이윽고 아이가 약속한 횟수만큼의 슬라이드보다 두 번 정도 더 타고 내려왔고, 나는 방금 인사한 안전요원과 인사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5박 6일 일정 중 첫날이 그렇게 지났다.


가족들을 데리고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다.


"헤이! 내 친구 CS!! Hey my friend CS!!"


하고 누군가 소리쳤다.


어제 그 안전요원이었다.


우린 반갑게 악수를 하며 미국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힙합식(?) 인사를 했다.


보통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 아내와 아이들은 신기하게 날 쳐다봤고,


"아빠 누구야?"


하며 아이가 물었다.


나는 아이에게,


"어 아빠 친구야."


하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안전요원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키즈클럽에서 선생님이 되어 있으면서,


"오! CS의 딸들이구나! Hey CS' Daughters!!"


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고,


해변에서 아내와 카약을 즐기러 갔더니,


"구명조끼 잘 입고 타야지! Don't forget your life jackets!"


하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 번은 수영장에서 입장을 위한 팔찌를 검사하는 자리에 앉아 있기도 했다.


너무나도 신기한 나는,


"아니 너는 어떻게 여기저기 다 있는 거야? Hey, how can I see you all the time in anywhere?"


하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씨익 웃으며,


"난 어디에나 있거든. I'm in everywhere"


하고 대답했다.


정말 여행 내내 여기저기에서


"내 친구 CS!!! My firend CS!!"


하며 나타나서 도움을 줬다.


그리고 숙소를 떠나기 전날,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키즈클럽에 가있는 동안 (아이들은 정말 5박 6일 동안 매일 키즈클럽에 가서 놀았다.), 스노클링을 하러 해변으로 갔다.


놀랍지도 않게 카를로스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나를 맞았다.


"이번에는 저쪽 바다로 가봐, 저쪽 노란 카약이 세워져 있는 곳을 따라서 바다 가운데 깃발까지 가면 산호초가 많이 있어. 그쪽에서 훨씬 많은 물고기를 볼 수 있을 거야.

This time you may try that side. Go inside from that spot with yellow kayak and to the all the way down to the flag in the middle. And you can see all the fishes standing on the coral"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와 마지막으로 가장 멋진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카를로스가 말해준 바다로 갔다.


바닷속에는 정말 호텔 앞바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있었다.


나는 사실 겁이 많아서 작은 물고기를 봐도 무서운데, 동물을 좋아하는 아내는 인어공주가 된 듯 물속에서 손짓으로 물고기들과 놀았다.


정말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해변으로 나온 우리는, 카를로스에게 인사를 했다.


"와 진짜 물고기가 엄청 많다! 고마워 진짜 못 잊을 광경이었어. It was awesome! We saw all the fishes there! It was unforgettable!"


좋아하는 우리를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던 카를로스가,


"아 그러고 보니 너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지? 몇 시 비행기지? By the way, tomorrow you are leaving right? What time is the flight?"


하고 물어봤다.


"아 맞아 내일 돌아가. 내일 호텔에서 2시 정도에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 Yes, I'm going back home tomorrow. Maybe I need to leave at 2PM from the hotel."


"오 그렇구나! 난 내일 출근을 안 해서 아마 인사도 못 할 것 같네! 만나서 반가웠어 친구! 나중에 또 괌에 놀러 오면 보자고! 항상 행복하고! Oh I see! I think I cannot see you tomorrow because I'm off! It was pleased to see you my friend! I will see you when you come back to Gaum again! Hope you are happy all the time!"


하면서 악수를 하며 또 힙합식(?)으로 인사를 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게 여행 일정 동안 여기저기서 나타나서 우리 가족들을 챙겨줬던 친구 카를로스.


호텔 직원으로서 챙겨줬겠지만, 정말 친구처럼 호텔 직원 이상의 친절을 베풀어줘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괌에는 다시 여행을 가겠지만 과연 또 그 친구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뭐 여행이란 게 그렇듯,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이다.


뭐 인생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매일 볼 것만 같은 사람들과의 일상을 이어나간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삶과, 여행지에 머무르며 여행 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삶. 비슷할 것 같지만 꽤 다른 삶인 것 같다.


내게는 일상의 공간이 누구에게는 낯선 여행지가 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이방인이었던 내가 익숙한 장소에서 낯선 이방인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삶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기도 한다.


지금껏 여행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모습의 흔적이 결국 지금의 나의 삶의 모습에 남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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